마셔도 좋은, 거기, 그 집

마셔도 좋은, 거기, 그 집

모터트렌드 2020-02-28 10:01:03 신고

칵테일 이름 앞에 붙는 ‘버진’은 마돈나와 무관하다. 그저 칵테일에서 술을 뺐단 표시다. 몰고 간 차를 멀쩡히 운전해 돌아올 수 있는, 논알코올 칵테일 리스트가 매력적인 바 네 곳을 소개한다

아노락
‘아노락(Anorak)’은 스웨덴 말로 괴짜(geek), ‘오타쿠’라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유쾌하고 개성 넘치는 바텐더들이 상주한다. 간판을 찾을 수 없는 지하로 들어서면 녹색의 벽면과 그 색을 어렴풋이 반사하는 스테인리스 바가 눈에 들어온다.

아노락은 하나의 콘셉트로 규정되기보다 그저 지루하지 않은 것들만 모아놓은 곳에 가깝다. 이곳은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술과 음료, 음악, 3가지의 매칭을 중요시한다. 격자무늬의 칸막이로 된 천장과 벽면은 자체로도 예쁘지만 본래 용도는 청음을 위한 장치다. 작은 칸막이들이 공간에 퍼지는 소리를 모아 음악은 음악대로, 대화 소리는 그것대로 잘 들리는 효과를 주는 것.

음식 메뉴에도 힘을 줬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음식을 변주해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라텍스 베개처럼 탄성 있는 치즈케이크는 바로 구워내자마자 동이 나는 인기 메뉴다. 이곳에 오면 꼭 주문해야 하는 것이 시각적 재미가 있는 보드카 인퓨전이다. 사이폰에 보드카, 아시안틱 향신료 또는 시트러스 계열의 재료를 넣고 끓여 순간 침출하는데, 안정기가 필요한 뜨거운 술이라 바로 맛보긴 어렵고 다음 방문을 위한 키핑이 필수다.

아노락에서는 3가지 목테일(Moktail, 논알코올 칵테일의 또 다른 이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베지터블 소믈리에의 영향을 받은 아노락의 매니저 레리는 원심분리형 주서기를 사용해 신선한 주스에 가까운 목테일을 제안한다. 파인애플, 오렌지,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P.O.P’, 직접 만든 파인애플 시럽과 레몬을 넣은 ‘카리브 레모네이드’가 인기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7길 7, @anorak_seoul

바 티센트
음주 공간이라기보다 명상의 공간인 양 정결하다. 돌, 물, 나무 등 자연의 물성이 요요히 일렁이는 이곳은 차(tea)와 칵테일을 접목한 티칵테일 바다. 흔히 차와 칵테일을 섞었다고 하면 차를 우려내는 인퓨징(infusing) 기법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인퓨징이 아닌 원심분리기, 진공포장기, 초음파 분산기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기법으로 티칵테일을 선보인다.

이 같은 방법은 차에 화학적 변화를 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차의 본성을 훼손하지 않는, 외려 차의 본질에 닿기 위한 접근이다. 예컨대 차를 뜨거운 물에 우리면 열과 시간이 가해지며 화학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다. 반면 끓는점을 낮춘 재증류, 원심분리 등의 기법을 사용하면 차 본연의 성분을 나열하고 조합해, 차의 새로운 모습과 향을 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추출한 차 원료는 술에 적용되거나, 술을 빼고도 매력적인 맛의 층을 가진 논알코올 칵테일로 재현된다.

바 티센트의 메뉴는 모든 메뉴가 논알코올로 가능한 시그니처 티칵테일, 클래식 티칵테일, 일반 티 메뉴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시그니처 티칵테일은 외양이 화려하기로도 유명한데, 그중 앤디 윤 오너 바텐더가 자신 있게 내놓는 ‘가든 미스트' 는 꽃향기가 풍부한 백차 베이스에 민트, 재스민 외에도 일랑일랑이라는 향료에서 추출한 식용 가능한 향미가 들어간다. 바 티센트를 고스란히 즐기고 싶다면 티 오마카세를 주문해보자. 희귀 차, 마리아주 플레이트, 티칵테일과 티스피릿 등 오너 바텐더가 선별한 메뉴로 바 티센트가 그리는 한 편의 서사를 선사한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16 엘리자벳빌딩 1F, 02-6052-6579

장프리고
겉보기에 영락없이 과일 소매상인 이곳엔 의미심장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날마다 신선한 과일도 팝니다’. ‘과일도’ 파는 것이라면 대개는 무엇을 판단 말일까. 과일 가판대를 지나면 나오는 대형 냉장고 문이 바로 비밀의 열쇠다. 사실 냉장고가 열쇠라는 것은 ‘장프리고’란 이름에서 힌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프리고가 프랑스어로 냉장고이기 때문. 그 중대한 ‘프리고’를 열면 1층은 바, 2층은 카페로 운영되는 비밀 공간이 펼쳐진다.

장프리고의 장지호 대표는 디자인과 건축을 전공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같이 독특한 공간을 마련했고, 과일 유통을 하는 지인에게 수급받은 질 좋은 과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게 됐다. 신선한 제철 과일이 핵심인 만큼 바에서는 과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칵테일과 논칵테일을 판매한다. 시그니처 칵테일인 ‘장프리고’는 직접 만든 사과청과 사과채, 시나몬 리큐어와 시나몬 스틱을 곁들여 청량한 사과파이 맛이 나는 것이 특징. 몽환적인 불빛 아래 온통 과일 속인 이곳은, 2월의 어떤 스산한 밤이라도 곧장 시고 달콤한 여름밤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서울 중구 퇴계로62길 9-8, 02-2275-1933

주신당
독특한 콘셉트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한 듯한 감상을 일으키는 곳이다. 주신당이 위치한 신당동은 과거 도성 안 시체를 밖으로 나르던 광희문(시구문[屍口門]이라 불렸다)을 중심으로 무속인들이 모이며 조성된 동네다. 지금도 신당동 곳곳에는 무당집이 성업하며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독특한 신당동의 지리적 특성에 착안한 주신당은 한국의 샤머니즘을 콘셉트로 한 바(bar)다. 무당집 같은 음산함을 자랑하는 외관에 벌써부터 압도되긴 이르다. 어둑한 내부를 들어서면 공간 한쪽에는 큰 당산나무가 자리하고, 온 천장에 나뭇잎과 오색실, 부적들이 나부끼며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온몸의 털이 곧추서는 이런 분위기라면, 해골 물을 마신 원효대사처럼 물을 마셔도 달콤한 술을 마셨다 믿을 판이다.

주신당의 인기 메뉴는 12지신을 모티프로 한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그중 ‘용’은 티와 꿀 시럽을 넣은 칵테일에 드라이아이스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재현해 맛과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논알코올 칵테일로는 ‘토끼’를 추천한다. 토끼가 좋아하는 당근을 착즙해 건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 411, 02-2231-1806

CREDIT
EDITOR : 장은지 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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