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이 읽는 책의 인기, ‘책’이 아닌 ‘분위기’를 산다

유명인이 읽는 책의 인기, ‘책’이 아닌 ‘분위기’를 산다

독서신문 2020-02-28 13:00:11 신고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심리학에서 추동(推動, drive)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게 만드는 정신적인 힘’을 가리킨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카멜레온 효과’는 추동의 여러 요인 중 ‘타인의 영향’을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카멜레온 효과란 ‘타인을 모방하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경향’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주위 환경에 따라 색깔을 변형하는 카멜레온의 특성에서 유래한 이 말은 타인의 언행뿐만 아니라 취향이나 분위기까지 닮고 싶어 하는 등 여러 요인이 혼합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명인들이 읽은 책이 큰 관심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난 14일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인기 코미디언 장도연이 읽은 책이 트위터 등 각종 SNS에서 큰 화제가 됐는데, 바로 이다혜 작가의 책 『출근길의 주문』(한겨레출판사)이다.

『출근길의 주문』은 영화주간지 <씨네21>의 기자이자 북 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다혜 작가가 쓴 에세이로 당대 여성 직장인들의 애환을 재기 발랄한 문체로 담아내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사회생활을 버티고 견딘 저자의 처절한 기억과 기록의 결과물이다. 특히 열심히 일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하게 실려 많은 여성 독자의 지지를 받았다.

장도연이 『출근길의 주문』을 읽고 있는 장면 왼쪽에는 임대형 감독의 영화 <윤희에게>(2019) 각본집 『윤희에게 시나리오』(클)가 놓여 있었다. <윤희에게>는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등이 출연한 중년 여성의 퀴어 멜로드라마로 개봉 당시 관객과 언론, 평단의 큰 찬사를 받았다.

『윤희에게 시나리오』는 영화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간 장면이 담긴 무삭제 시나리오와 영화 속 윤희(김희애)와 쥰(나카무라 유코)이 주고받은 편지가 수록돼 영화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장도연이 읽은 두 책 모두 ‘여성의 삶’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그의 평소 생각이나 가치관 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4월 방송분에서는 인기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자기 전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를 읽는 모습이 그려져 큰 화제가 됐다. 한강 작가는 지난 2016년에 소설 『채식주의자』(창비)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인터내셔널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한강 작가의 첫 번째 시집으로 인간 존재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언어로 담아내고자 하는 시인의 처절한 비명과 몸부림이 아로새겨져 있다. 해당 방송에서 최정훈은 시집이 작사할 때 큰 도움이 돼 자주 읽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김세연 문화평론가는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가 읽었던 김인육 시인의 책 『사랑의 물리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 나오는 책(메이킹 소품) 제목을 찾으려는 문의가 급증했다. 이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하는 포스팅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제 책의 내용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본다. 미디어에서 발견한 책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과 둘러싼 분위기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 『타인의 영향력』의 저자 마이클 본드는 “우리가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함께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누구나 집단에 속하고 집단의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문화적으로 공통된 참조 대상과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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