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준법감시위 요구 수용한 삼성 '의미 있는 사과'

[TF초점] 준법감시위 요구 수용한 삼성 '의미 있는 사과'

더팩트 2020-02-29 00:00:00 신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가 27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지난 2013년 5월 미전실을 통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과 관련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더팩트 DB

"사회 보탬 되겠다" 이재용 부회장, 삼성 변화 속도 '뚜렷'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초 "잘못된 관행과 사고를 과감히 폐기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당부를 시발점으로 재계에 전례 없는 독립적 감시 기구를 설치하는 파격 실험에 나섰고, 한 달 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과거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앞으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7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의료원)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삼성은 사과문에서 지난 2013년 5월 그룹 임직원들이 후원한 10개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미전실을 통해 이들의 후원 내역을 동의 없이 열람한 행위에 관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삼성의 '깜작 사과'는 지난 4일 공식 출범한 삼성의 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사과문에는 '준법경영', '소통경영', '책임경영' 중심의 대대적인 변화에 대한 의지도 담겼다.

삼성은 "사회와 소통이 부족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것도 이번 일을 빚게 한 큰 원인이 되었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한다"라며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해 내부 체질과 문화를 바꾸고 시민단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경기도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에서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라고 당부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삼성 제공

이날 삼성의 사과는 준법감시위 설치 이후 그룹 차원에서 보여준 첫 제스처라는 상징성만으로도 관심이 쏠렸지만,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 이후 삼성의 변화는 줄곧 진행형이었다.

지난 2017년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겠다"며 그룹 경영의 중추를 맡아 온 미전실 해체를 추진한 이 부회장은 다음 해인 2018년 무려 11년 동안 이어져 왔던 '반도체 백혈병' 사태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해에는 삼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비노조 원칙'을 과감히 폐기하고, 노사 간 활발한 소통을 약속했다.

준법감시위의 기능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1월 삼성이 준법감시위 운영 방안을 제시자 재계에서는 자칫 기업의 자율 경영을 위협하는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새 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상 총수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일각의 이 같은 의구심에 삼성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번 사과문에서도 삼성은 "스스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 준법감시위의 요구를 수용했다"라며 새 감시기구가 제시한 준법경영 가이드라인에 발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는 지난 1월 경기도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에서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라고 당부한 이 부회장의 의지는 물론 같은 달 삼성전자 수뇌부가 직접 서명한 '준법실천 서약' 내용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준법감시위가 경제계에서 우려하는 무소불위의 감시기구가 아닌 건강하고 건전한 준법경영의 틀을 구축하는 순기능에 충실하고, 삼성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는 선례를 만든다면 재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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