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계속 일하고 싶어? 그럼 우리 아들하고 결혼해' 강요⋯하지만 '해고'로 문제 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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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일하고 싶어? 그럼 우리 아들하고 결혼해' 강요⋯하지만 '해고'로 문제 삼기 어렵다

로톡뉴스 2020.03.26 19:07

이슈
로톡뉴스 안세연 기자
sy.ahn@lawtalknews.co.kr
2020년 3월 26일 19시 07분 작성
아동복지시설에서 보육사로 일한 A씨⋯"2년간 교제 및 결혼 요구당했다"
변호사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지만⋯해고 구제 신청은 불가능"
지난 25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 74회의 한 장면. "억울하게 직장을 잃었다"고 한 아동복지시설의 보육사 A씨는 대표 아들과 교제 및 결혼을 요구당했다고 했다. / MBC 캡처

"우리 아들이랑 만나봐. 여기 티켓 줄 테니까 영화도 보러 가고, 사귀어 봐."

아동복지시설에서 보육사로 일하는 A씨의 직장은 '직장'이 아니었다. 대표는 A씨를 '직원'이 아닌 '며느릿감'으로 여겼다. 노골적으로 "우리 아들과 이성 교제를 해달라"고 했고, 수차례 거절당하자 A씨와 재계약을 거절했다.

지난 25일 MBC '실화탐사대'는 해당 직원 A씨가 당한 '갑질'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목사 부부인 대표 밑에서 2년을 참았다. 심리상담까지 받으면서 겨우 버텼다. 하지만 교제 강요는 갈수록 심해졌고, 급기야 결혼까지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결국 사건의 끝은 A씨의 퇴사였다. 대표가 끝까지 교제를 거절한 A씨의 근로 재계약을 거부했다. 대표는 방송에서 "(만약 A씨가) 교제를 거절하지 않았으면 계약서를 다시 쓰든지 했을 것"이라고 대놓고 밝혔다.

A씨는 크게 두 가지가 억울하다. 대표의 재계약 거부도 원통하고, 2년 가까이 지속 됐던 '교제 요구'도 지금까지 참고 버틴 게 분하다. 하지만 "괴롭힘 증빙 자료를 다 제출했는데도 누구 하나, 어디 기관 하나 손을 들어주는 데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방법이 없는 건지 노동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과 검토해봤다.

변호사들 "'해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렵다"

변호사들은 "'대표의 재계약 거절'에 대해서는 A씨가 대응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당초 A씨는 회사와 2년 동안 일하기로 계약을 했고, 그 기간이 끝났으니 계약도 종료되는 게 원칙이라는 취지였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의 박래형 변호사, '법무법인 가족'의 고영남 변호사. / 로톡DB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의 박래형 변호사, '법무법인 가족'의 고영남 변호사. / 로톡DB

법적으로 '해고'로 인정 안 될 듯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A씨의 경우 법적으로 '해고'를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법무법인(유) 로고스의 박래형 변호사도 "A씨는 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변호사는 "해고가 되려면 A씨의 의사에 반한 회사의 일방적 결정이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대법원 판례 역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근로자에 대한 해임통지는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96누10331)

예외적으로, A씨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면 부당 해고가 될 수 있지만, 역시 "근로계약서에 구체적 요건을 따로 정하지 않은 이상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분석이었다. '해고'가 인정되지 않으면, 여기에 기반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해고예고수당을 받는 것 역시 어렵다.

'5인 미만 사업장' 부당해고 구제신청 해당 안 돼

법적으로 '해고'가 인정되더라도, A씨는 노동위원회 등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낼 수 없다. A씨가 일한 복지시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고(제 23조),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며(제 24조),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제28조)"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항이 A씨에게는 예외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위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A씨가 일한 시설의 근로자는 모두 4명이었다. 대표 부부와 그의 아들, A씨가 전부였다.

다만, 퇴사 과정에서 대표가 A씨에게 직접적으로 "교제하지 않으면 큰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면 대표는 처벌될 수 있다. 박래형 변호사는 "이런 경우라면 형법상 강요죄나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교제 강요' 부분에 대한 정신적 고통은 손해배상청구 가능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어떤 법적 대응도 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②대표의 교제 강요'에 대해서는 금전적 배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변호사들은 "지속적으로 교제를 강요한 회사 대표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의 교제 강요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불법이고, 이로 인해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가족의 고영남 변호사는 "A씨가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고, 이성준 변호사도 "해당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사한 판결 두 가지가 나왔다. 모두 "직장에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을 인정해달라"고 한 사건이었다. 두 재판 모두 결과는 "가해자와 회사 모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1월에 선고된 사건은 병원 중간 관리자 2명이 간호사 1명을 내부 제보자로 의심해 예고 없이 집단 방문하고, 항의성 발언을 듣도록 강요한 사건이었다. 법원은 "병원측과 관리자 2명이 피해자에게 990만원의 손해배상금액을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3월에는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수시로 욕설을 퍼붓고, 먹지 못할 음식을 던진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해당 경비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숨지기까지 한 사건이었다. 법원은 총 2500만원의 손해배상 금액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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