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페라리 250 테스타 로사를 몰다

위대한 유산. 페라리 250 테스타 로사를 몰다

오토카코리아 2020-03-27 16:30:34 신고

전설적 스포츠카의 하나로서 엔초 페라리가 남긴 위대한 경주차 중 하나인 1960년 르망 우승차 페라리 250 테스타 로사를 몰아봤다

한계 이익의 매력은 개선할 대상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아 나가는 데 있다. 그 과정에는 경험이 중요하다. 재규어는 1950년대에 르망 24시간 경주에 혜성처럼 나타나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서 페라리가 사반세기에 걸쳐 경험을 쌓아 왔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1950년대 말에 이르러,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1960년대를 향해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빨간 머리’라는 뜻을 지닌 테스타 로사(Testa Rossa)의 첫 모델은 직렬 4기통 183마력 엔진을 얹고 500이라는 이름과 함께 1956년에 첫선을 보였다. 1957년에 규정 변경과 더불어 더 날렵한 스칼리에티 차체를 씌운 TRC가 나왔는데, 리치 긴터(Richie Ginther)는 그 차가 지금까지 경주에 출전한 페라리 중 가장 몰기 쉽다고 했다.


개선은 해마다 조금씩 이루어졌다. 1958년에는 12기통 3.0L 엔진이 등장했고, 그 전년도에 몇몇 프로토타입에 쓰였던 유명한 ‘폰툰’(pontoon) 차체가 기본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재규어는 침체기에 접어들고 포르쉐와 애스턴마틴이 상승세에 있었다.

시트에 눈에 띄는 파란색이 입혀졌다

그러나 페라리는 모든 서킷에서 다재다능함을 입증했고, 첫 다섯 경주에서 네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테스타 로사가 메이커가 운영하는 워크스 팀으로만 출전할 수 있게 된 첫 해였던 195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섀시번호 0774인 이 차를 포함해, 피닌파리나가 만든 차체를 얹은 네 대가 제작되었다. 시즌 전반에 걸쳐, 페라리는 4단과 5단 변속기와 드 디옹(de Dion) 방식 뒤 차축을 시험했다. 그리고 재규어 C-타입과 D-타입에 대응하기 위해 네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았다.

섀시번호 0774인 차는 그해 르망에서 네 대로 이루어진 워크스 팀의 일원으로 데뷔했다. 목표는 애스턴마틴과 재규어가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세 대의 1958년형 테스타 로사와 네 대의 250 GTO가 힘을 보탰다.

높은 윈드스크린은 논쟁의 여지가 있었다

1959년 시즌 초반, 페라리는 세브링에서, 포르쉐는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애스턴마틴은 뉘르부르크링에서 우승했다. 포르쉐 718은 경쟁력이 떨어져 르망에서는 DBR1과 테스타 로사 사이 자리를 차지할 듯했다. 장 베라(Jean Behra)와 댄 거니(Dan Gurney)가 몬 0774는 연습 주행 때 선두권에 올랐지만, 르망에서 결승 출발 위치는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배기량이 작은 차들은 큰 차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재빠른 스털링 모스(Stirling Moss)가 애스턴마틴을 몰고 최상의 출발을 하면서, 0774는 어렵사리 출발선을 떠나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베라는 선두인 DBR1을 끈질기게 뒤쫓아 한 시간 만에 추월했고, 어두워질 무렵에 거니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여섯 시간 뒤에 모스와 페어맨은 밸브 하나가 고장났지만 무시무시한 기세로 0774를 계속 추격했다. 절반 지점을 지나기 전, 변속기(공식적인 이유) 또는 엔진 고장(실제로 모든 사람이 목격한 모습)을 겪은 두 사람은 경주 최고속 랩 기록을 세운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차에게 이름을 준 빨간 엔진 헤드

엔진 문제의 원인이 오일 소모였기 때문에, 시즌 최종전인 9월의 6시간 RAC 투어리스트 트로피를 앞두고 건식 강제윤활 방식으로 개조되었다. 포르쉐와 페라리, 애스턴마틴 모두 우승 가능성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그랑프리가 남아 있었지만, 최종 순위를 점치기는 어려웠다.

경기가 열리는 굿우드는 고속형 서킷이었기 때문에, 다시금 페라리와 애스턴마틴 사이에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0774는 필 힐(Phil Hill)과 클리프 앨리슨(Cliff Allison)이 몰았고, 애스턴마틴은 모스와 로이 살바도리(Roy Salvadori)가 DBR1을 몰고 나와 예선 1위를 차지했다. 힐과 앨리슨은 페이스를 유지하느라 어려움을 겪었고, 0774는 6위로 내려앉았다.

평소처럼 활기찬 모스는 1위를 달렸고, 0774는 첫 번째 바퀴에서 밸브가 깨져 탈락했다. 경주 초반에 경주차가 네 대에서 세 대로 줄었기 때문에, 페라리가 우승을 차지하려면 기적이 일어나야 했다. 애스턴마틴은 내장형 유압 잭으로 피트스탑 때마다 7초씩 시간을 줄임으로써 우승에 다가갔다. 그러나 모든 일이 애스턴마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미캐닉의 실수로 모스의 DBR은 물론 애스턴마틴 피트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모스는 다른 차로 옮겨 타 경주를 휩쓸고 애스턴마틴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안겼다. 놀랍게도 애스턴마틴은 그 뒤로 선수권에서 철수했다.

큰 다이얼이 시야를 지배한다
버블형 엔진 커버는 나중에 개발된 것이다

겨울동안 1960년 규정에 맞춰 개선하고 250TR 59/60이라는 새 이름이 붙은 0774는 시즌 첫 경기인 부에노스아이레스 1000km 경주에 출전했다. 0774는 신형 마세라티 ‘버드케이지(Birdcage)’를 뒤쫓았지만, 버드케이지가 변속기 문제로 탈락하면서 시즌 첫 우승은 0774의 몫이 되었다.

7주 뒤, 세브링 서킷에서 경주 주최자들과 팀들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앞선 경주에서 빚어진 마찰 때문에 엔초 페라리는 홧김에 출전을 취소했고 르망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권 경주에 더는 출전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페라리는 북미 수입업체인 NART의 이름을 걸고 출전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경주인만큼, 0774는 긴터와 척 데이(Chuck Daigh)가 몰았다. 모스가 탄 마세라티가 출발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테스타 로사들은 순조롭게 출발했고 아마추어 선수인 피트 러블리(Pete Lovely)가 긴터를 앞서 나갔다. 오래지 않아 모스가 선두 자리를 되찾았지만 변속기 문제가 생겼고, 0774는 엔진 문제로 탈락했다. 결국 포르쉐가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피닌파리나는 친숙한 TR라인을 개선했다

5월 초에 모국에서 열린 타르가 플로리오에 페라리는 예비용 차로 준비한 0774를 포함해 소수의 차만 출전시켰다. 상황은 무척 까다로웠는데,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비와 섞여 내렸기 때문이었다. 연습 주행 때 테스타 로사 한 대가 파손되어 어쩔 수 없이 0774가 투입되었고, 운전은 앨리슨과 긴터가 맡았다. 세 번째 바퀴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에 앨리슨이 3위로 올라섰지만, 긴터와 0774는 나중에 트랙에서 이탈해 경주를 포기했다.

물론, 늘 주목받는 것은 르망 경주였다. 르망은 1960년 세계 스포츠카 선수권 최종전이기도 했다. 포르쉐에 뒤지고 있던 페라리가 챔피언을 차지하려면 우승해야만 했다. 그래서 네 대의 워크스 경주차에 NART 팀 경주차, 개인 자격 경주차를 합쳐, 출전한 총 55대 가운데 페라리가 12대를 차지했다. 출전번호 11번을 단 0774는 벨기에 출신인 올리비에 젠데비엥(Olivier Gendebien)과 폴 프레르(Paul Frère)가 몰았다. 

애스턴마틴 DBR1을 탄 짐 클라크(Jim Clark)가 가장 먼저 치고 나갔지만, 첫 바퀴에서는 마세라티가 선두였고 뒤쫓는 페라리들과 계속해서 차이가 벌어졌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페라리는 2위에서 6위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두 번째로 피트에 들어선 마세라티는 다시 출발하지 않았고, 선두 자리를 놓친 것은 물론 경주도 포기해아 했다.

올리비에 젠데비엔은 1960년 르망에서의 승리를 이끌었다
힐은 굿우드에서 그레이엄 화이트헤드의 애스턴마틴을 제친다-TR의 독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워크스 팀 페라리 2대도 금세 같은 처지에 놓였다. 연료량을 잘못 계산한 탓에 피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멈췄던 것이다. 남은 희망은 0774와 NART 팀의 리카르도 로드리게즈(Ricardo Rodríguez)와 벨기에 출신 동료인 앙드레 필레트(André Pilette)가 몬 테스타 로사에게 달려 있었다.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쏟아지는 동안 젠데비엥과 프레르는 0774를 꾸준히 몰며 어둠을 뚫고 선두를 달렸고, 아침에 날씨가 좋아지자 0774는 넉넉한 여유를 두고 선두 자리를 지켜 2위와 네 바퀴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와 더불어 두 시간 째부터 24시간이 지날 때까지 1위 자리를 지키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0774의 마지막 경주가 다가왔다. 페라리는 차를 전면적으로 수리해 엘레노어 폰 노이만(Eleanor von Neumann)에게 팔았고, 그해 10월 리버사이드(Riverside)에서 열린 경주에 필 힐이 몰고 출전했다. 익숙한 브랜드와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우승은 그곳 출신으로 마세라티를 몬 빌리 크라우스(Billy Krause)가 차지했고, 힐과 0774는 7위로 만족해야 했다.

작은 문
스몬타레 보라니스
유명한 노출형 기어박스
큰 탱크

페라리의 손을 떠난 뒤로 0774는 비교적 조용한 시기를 보냈다. 원래 상태가 잘 유지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폰 노이만은 0774를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톰 오코너(Tom O‘Connor)에게 팔았고, 엔진은 즉시 분리되어 1963년에 이네스 아일랜드(Innes Ireland)가 사고를 낸 로터스 19에 설치되었다. 이후 팀은 해체되었고, 엔진은 지역 대학에 기증되었고, 주행 가능한 섀시는 아일랜드가 인수했다가 벤틀리 3리터와 함께 안토니 뱀포드(Anthony Bamford)에게 팔았다. 페라리 수집가였던 뱀포드는 친구인 윌리 그린(Willie Green)에게 그것을 넘겨 250LM 엔진을 얹었고, 그 차를 인수한 콜린 크라베(Colin Crabbe)는 1973년 르망 서포트 이벤트에 참가한 것을 비롯해 4년 동안 경주에 출전했다.

1977년에는 폴 파파라도(Paul Pappalardo)가 인수했는데, 그는 0774 섀시를 원래 엔진과 함께 마라넬로로 보내어 1960년 규격에 맞춰 완벽하게 복원했다. 그는 테스타 로사로 히스토릭 경주와 콩쿠르 델레강스에 정기적으로 참가했고, 2004년에 지금의 주인에게 판매했다.

그 뒤로는 최근인 2019년 굿우드 리바이벌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린 이벤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차를 만난 곳은 따뜻한 가을날에 비세스터 헤리티지(Bicester Heritage) 행사가 열리는 작은 시험주행용 트랙이었다.

차에 타려면, 파란색 직물 좌석에 내려앉기 전에 뼈대뿐인 도어를 당겨야 한다. 차는 낮고 넓은 모습에 계기는 크고 뚜렷해서, 마치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잠수정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운전 자세는 편안하다. 페달과 스티어링 휠, 기어 레버는 원하는 바로 그 위치에 놓여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은 12개의 실린더가 폭발해 생기를 얻을 때까지 마음 놓을 수 있는 시간을 넘겨 몇 초 동안 헐떡거린다. 그리고 나서야 환상적인 엔진 소리가 들린다. 예열을 마친 테스타 로사에 1단 기어를 넣고 트랙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엔진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 직선 구간은 아주 짧다. 변속기는 놀랍다. 로터스에 비하면 작동감이 무거워 애스턴마틴의 변속기와 비슷하지만, 작동감은 부드럽고 정확하다.

폰툰의 전면부는 매끄러워졌지만 모양은 남아있다

지난 9월에 굿우드에서 만난 소유주는 테스타 로사가 운전하기 무척 쉽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모두 당대 선수들이 초인적인 지구력을 지녔다고 생각하지만, 테스타 로사가 운전자를 고려해 만들었다는 사실은 금세 분명해졌다. 대단히 사용자 중심적이고, 속도가 올라가더라도 힘들어지지 않는다. 섀시는 요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게 운전자에게 있는 그대로 모든 움직임을 전달한다. 직선 구간에서 12기통 엔진은 합창단의 완벽한 하모니 같은 소리를 낸다. 가슴 설레는 경험이다.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발전하며 얻은 한계 이익은 1960년 르망에서 0774가 차지한 우승을 통해 성공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1950년대부터 거둔 성공에 더해, 페라리는 이어진 1960년대 전반 동안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새시번호 0774인 이 차는 엔초의 경주 프로그램의 바로 심장부에 있었다. 자동차 경주의 위대한 시대에 가장 위대한 워크스 경주 부서 중 하나가 만든 위대한 경주차들 중 하나를 대표하는 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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