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토스테론의 허와 실

남성 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남성성으로 대변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으로 당신이 어떤 남자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남성성’은 어떤 의미인가?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미신과 오해를 파헤쳐보았다

1889년 심리학자인 찰스 에두아르 브라운 세커드Charles-E′douard Brown-Sequard는 액체 고환(Liquide Testiculaire)에 대해 실험을 했다. 정소 정맥(강아지 또는 기니피그의 고환에서 채취한 추출물)에 물을 섞어서 본인에게 주입한 것이다. 그는 72세의 나이에 새로운 남자가 된 것 같다고 보고했다.

예전보다 소변이 25% 정도 멀리 나가게 되었고, 뇌도 활기를 되찾았는지 총명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플라세보 효과일 수도 있지만 그런들 어떠랴. 1889년 말까지 대략 1만2천 명의 과학자들이 이 액체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화학자들은 이 생명의 묘약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분비선에서 생성되어 혈액에 흐른다는 것, 즉 성기부터 뇌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물질이 있을 수 있다는 그의 짐작은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것은 애초에 호르몬이 하는 일이다. 호르몬은 내분비계에 흐르는 분자로 세포 안에서 수용체에 부착되어 생식력을 포함해 신진대사, 기분, 기억력, 수면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발견된 호르몬은 세크레틴Secretin이다. 그 후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안드로겐 등 성적 발달을 결정짓는 호르몬이 발견되었다. 1935년 일본에서 황소의 고환으로 실험을 진행했고, 테스토스테론이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어린 수탉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자 물렁물렁했던 볏에 생기가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열 관계를 가린다?

100년이 지나고 놀라울 만큼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믿으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TRT)은 소위 남성 갱년기에 대한 치료제로 젊음과 남성성을 회복하기 위한 기적적인 방법으로 광고되고 있으며,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지닌 남성은 에너지와 용감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터키의 레제프 에르도안,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를 포함해 전 세계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지도자들이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고 성공을 거머쥐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드럼프는 2016년 대선 캠페인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드디어 배짱이 있는 대통령이 나타났다며 테스토스테론을 의미하는 셔츠를 입기도 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적인 성공, 자유주의의 정도, 폭력성, 훌륭함 등을 전혀 예측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발견되기 전부터 떠돌았던 미신 중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에 대한 몇 가지가 알려져 있다.

내분비전문의협회의 피에르 마크 불룩스Pierre-Marc Bouloux 박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은 원형적인 ‘남성’ 호르몬이지만, 이는 남성성의 근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태아는 여성을 통해 생을 시작하지만, 남성 태아의 경우 6주가 지나면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자궁에 있는 태아를 더욱 남자답게 만들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성기를 만들고, 사춘기 때 목소리를 깊게 만들어주며, 성기를 확대하는 일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가 지나면 40대 중반까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이후 약간 감소한다. 그는 10~15%의 소수만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증상을 야기하기에 충분한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덧붙인다. 또한 이와 같은 시기가 ‘남성 갱년기’라고 말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종종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상반되곤 한다. 하지만 남성에게도 에스트로겐이 있고, 여성에게도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다만 양이 다를 뿐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게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고, 이 호르몬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우월한 남성이라는 연구 결과는 없다.

더욱 남성적이다?

테스토스테론과 인간의 관계는 복잡하다. 여성과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자. 주요 안드로겐Androgens 세 가지가 있다. 바로 테스토스테론,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 안드로스텐다이온이다. 이는 효소, 수용체, 단백질, 기타 호르몬을 수반하는 복잡한 시스템의 일부이다. 불룩스 박사는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효소가 결여된 남성은 성적 충동, 즉 리비도 손실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남성의 리비도는 테스토스테론에 의존하지 않으며 오히려 에스트로겐에 의존할지도 모른다. 테스토스테론을 완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에스트로겐이 필요하다.”

그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행동을 지시하는 것은 오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을 성적으로 공격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성적으로 공격적인 기질이 있다면 테스토스테론의 급증이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살살 밀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어떤 남성은 덜 민감하다. 테스토스테론의 효과를 모두 발휘하는 데 소소량만 필요한 남성이 있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높지만 공격성이 없거나 근육 부피가 큰 남성들도 있다.”

테스토스테론을 연구한 레베카 조던 영Rebecca Jordan-Young과 카트리나 카르카지스Katrina Karkazis는 말한다. “테스토스테론은 한때 특정 분자이자 변덕스러운 문화적 인물로, 무수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즉각적인 해설을 제공하는 악당이자 나쁜 남자다.”

그리고 이들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화한 트랜스젠더의 말을 인용했다. “내가 괴물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남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여성과 더이상 대화를 지속할 수조차 없는 ‘리비도 급증’을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물리학과 감정 표현 문제까지 관심의 범위를 확장시켜 나갔다. 이러한 변화가 테스토스테론에 기인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들은 지적한다. 이는 생물학적이 아니라 문화적 고정관념에 과학적 허식이 가담한 것일 뿐이라고. 남자는 색을 밝히고, 남자아이는 울면 안 되며, 여자는 물리학을 연구할 수 없다는 식의 허식 말이다.

나이가 문제일까?

여성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사회의 ‘여성화’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든다는 통념이 있다. 2007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남성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987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1%가량 감소한다고 한다. 많은 이론들이 그 이유에 대해 의견을 냈다.

비만이 증가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또는 육아에 남성들이 참여함으로써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빠가 된 남자들은 테스토스테론 생성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아이를 돌보는 게 나쁘다는 말인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국 셰필드 대학교 남성병학 교수 앨런 페이시Allen Pacey는 말한다.

“이 문제가 공공 문제로 대두되어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한다고 해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페이시 박사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평생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사춘기 동안에는 테스토스테론이 급증될 필요가 있지만, 남성성을 유지하기 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남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 같다며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그들에게 테스토스테론 수치 감소를 어떻게 확신하는지 묻자, 리비도(성본능, 성충동) 감소와 발기부전 증상을 포함해 좌절감, 짜증, 분노와 같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문제가 아니다

제약 회사는 모호하고 광범위한 증상을 좋아한다. 성적 본능이 줄어들었다며 테스토스테론 수치 감소를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성적 본능이 감소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직장을 잃거나,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감, 좌절감에서 그럴 수도 있다. 또는 소셜 미디어에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결과일 수도 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럴 수도 있다. 불룩스 박사는 말한다.

“이익에 눈이 먼 일부 제약 회사에서는 기운과 활력이 줄어드는 증상을 테스토스테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 것 같다며 병원에 오는 사람들을 검사해보면 대다수가 정상 범위에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조차 효능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2016년에 진행된 통제 실험을 검토한 결과 테스토스테론은 발기부전 치료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관찰되었고, 리비도와 관련해서도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

또한 기분, 성격, 인지에 관해서도 ‘유익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력을 일정하게 증가시켰지만 신체 기능과 관련해 전체적 이익은 없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감소는 건강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대체제가 있다는 말을 듣거나 의사가 특정 약을 처방해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이는 건강 문제가 되고 만다”

라고 페이시 박사는 경고한다. 한 가지 명심하자. 어느 남자든 늙는다. 그리고 기운을 한 번에 회복시키는 묘약은 없다.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피드백

폴란드 스포츠협회는 실수 없는 완벽한 경기의 영상을 시청한 럭비 선수들이 실수한 영상을 시청한 선수들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근력 운동 리프트

운동과 저항 훈련은 운동선수의 수행 능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키지만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으로 운동 수행 능력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없다.

수면의 질

한 연구에서는 일주일 동안 수면 시간을 5시간으로 제한하자 낮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15%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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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의 역할

때로는 과하게 인정받기도, 때로는 과하게 비난받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하는 일

1. 근성장을 돕는다.
2. 골밀도를 유지한다.
3. 적혈구 생성을 돕는다.
4. 발기를 돕는다.
5. 기분을 안정화한다.

너무 높으면 벌어지는 일

1. 고환의 크기가 줄어든다.
2. 여드름이 생긴다.
3. 혈액을 걸쭉하게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이 하지 않는 일

1. 결합 조직과 인대를 키우지 않는다.
2. 성기를 크게 만들지 않는다.
3. 발기 시간을 늘리지 않는다.
4. 공격적인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5. 전립선암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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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가?

드물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 테스트를 통해 자가 진단해보라.

(   ) 무기력한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피곤함을 느낀다. 주말에 충분히 쉬거나 밤에 숙면을 취해도 여전히 피곤하다면 의심해보라.

(   ) 몸매가 변했는가?

단순히 배가 나온 것 말고, 가슴이나 복부 위쪽에 지방이 쌓인 게 눈에 보인다면 의심해보라.

(   ) 발기 문제가 있는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극히 낮다면 발기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 요소도 따져볼 필요는 있다. 한 주를 힘들게 보내면 성욕이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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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의미

자가 진단을 해보고 싶다면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주 단위로 변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따라서 적어도 두 번 이상 진단하는 것이 좋다.

• 150ng/dl 성인 남성에게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 150~263ng/dl 이상적인 수치보다 떨어지지만 50세 이상 남성에게 215ng/dl 이상은 자주 나타난다.
• 264~916ng/dl 40세 미만 남성이라면 정상이다. 300ng/dl에 가까운데 기분이 괜찮다면 700ng/dl의 남성보다 덜 건강할 이유가 없다.
• 3,000ng/dl 이유는 모르지만 비정상적인 수치이다.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