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at Home” 미국에서 보내는 '강제 방학' 이야기

“Stay at Home” 미국에서 보내는 '강제 방학' 이야기

베이비뉴스 2020-04-03 16:46:56 신고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하루하루 급증하고 있고 병원에는 마스크를 비롯한 기본적인 의료장비조차 부족해 의료진 역시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자가격리 명령(“Stay at Home” order)은 3월 셋째 주에 시작됐고 남편이 강의하는 대학교의 남은 학기는 온라인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큰아이의 학교는 4월 중순까지 잠정적인 휴교령이 내려졌다가 3월 30일을 기점으로 추가 발표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휴교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매일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이곳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문화적으로도 환자가 아닌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아 현재는 마스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다. 정부에서조차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쓰지 말라고 해 사람들은 마스크 사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싶다.

최근 들어서야 마스크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보다는 몹시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외출은 조심스럽고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지 벌써 두 주째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식은 시설 대부분 문을 닫고 국민들에게 자가격리를 권고한다. 병원과 식료품 가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이 운영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 이제서야 이야기 나오기 시작하는 '마스크'의 중요성

잠에서 깨자마자 파자마를 입은 상태로 담임선생님이 보내주신 수학 게임을 하는 큰 아이. 아직은 집에서 노는 것이 좋다. ⓒ이은 잠에서 깨자마자 파자마를 입은 상태로 담임선생님이 보내주신 수학 게임을 하는 큰 아이. 아직은 집에서 노는 것이 좋다. ⓒ이은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자,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베이비시터 일자리를 구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났다. 이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거나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반증이 아닐까.

세 주째로 접어드니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이메일로 원하는 사람만 하면 되는 짧은 과제를 몇 개 보내줬다. 아이는 그 과제를 완성해서 인증샷을 보냈다. 다른 주나 다른 교육구에서는 이미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이의 학교는 비교적 자유롭게 아이들이 쉬도록 두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뜻하지 않은 방학에 보고 싶던 영화를 찾아보고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하고 싶던 프로젝트(주로 빈 상자로 로봇을 만든다거나 블록으로 거대한 우주선을 만든다든가 하는 일)를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놀이터에서 뛰어놀거나 자전거 타는 일을 할 수 없어 조금 아쉬울 뿐, 나의 ‘집순이’ 유전자를 받은 탓인지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음 주부터는 정기 교육 계획대로 매일매일 의무적인 과제를 내준다는 공지를 받았다. 이 변화가 크게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장기화되는 현재 상황에 아이들이 앞으로는 결국 답답해할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받은 탓에 아빠, 엄마들도 모두 온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미국의 가정용 게임기 가격과 보드게임의 가격이 급상하고 있다. 모두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것을 고민하고 찾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특히나 답답해하는 작은 아이를 위해 욕조에 물을 받아 수영복을 입히고 미니 수영장 놀이를 해주기도 하고, 손과 발에 물감을 찍어 큰 종이에 찍는 놀이, 색깔 찰흙 놀이, 비눗방울 놀이, 책 높이 쌓기 놀이 등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이 온라인 강의를 하고 내가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에는 별 수 없이 아이들에게 TV를 틀어주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준다.

◇ 전 세계 모든 가족이 지혜롭고 따뜻하게 잘 이겨내길

아빠가 아이들을 봐주는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방에서 급하게 일을 하는데 엄마를 찾으면서 “Where are you, mommy?”(엄마 어디 있어요?) 하며 팬 트리 문을 비롯한 화장실 문, 방문, 세탁실 문 등 집안 곳곳의 문을 차례차례 열면서 점점 내가 작업하고 있는 방문으로 다가오는 작은 아이의 소리.

이럴 때는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콩닥거리며 컴퓨터 키보드를 누르던 것을 멈추고 숨을 죽인다.

그나마 어쩔 수 없는 외출을 할 때는 우유나 달걀이 떨어졌을 때다. 인터넷으로 미리 집 주변 마트 중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찾는다. 장바구니에 필요한 물품을 담아 결제하고 지정한 시간에 주문한 물품을 가지러 간다. 지정된 장소에 차를 주차하고 앱으로 도착을 알리면 직원이 나와 트렁크에 주문된 물품을 실어준다.

요즘 같은 상황에 참 유용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자정이 될 때를 기다렸다가 여러 번의 클릭으로 해당 날짜를 지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지정한 물품이 다 팔리고 없으면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집 안은 점점 답답해지고 아이들은 점점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할 텐데 걱정스러워진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있으니 불안은 생각보다 잘 가라앉는다. 전 세계 모든 가족이 모두 각각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모두 지혜롭고 따뜻하게 잘 이겨내길 기원해본다. 점점 봄은 가까이 오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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