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대표로 ‘한유총’만 선택한 국책연구기관

사립유치원 대표로 ‘한유총’만 선택한 국책연구기관

베이비뉴스 2020-04-03 17:56:04 신고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육아정책연구소가 코로나19 관련 설문을 실시하면서 한유총에만 협조를 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육아정책연구소가 코로나19 관련 설문을 실시하면서 한유총에만 협조를 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국책연구기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설문대상을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소속 유치원에 한정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한유총이 서울시교육청과 법인설립 취소를 놓고 소송 중임을 고려할 때, 연구 대상 선정에 신중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2018년 10월에 있었던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태 이후 한유총은 정부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에 역행한 모습을 보였다. 2018년 11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유치원 3법 입법 시 폐원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유총의 강경한 노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원장들이 모여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 등의 단체를 만들고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에 적극 참여하는 등 교육당국과 사립유치원 간 대립 관계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설문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사협 측은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인데 공통 사업으로 진행하지 않고, 한유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동안 국회, 정부와 협의한 당사자는 한사협이었다”며 “이런 점으로 판단한다면 현 시점에서 사립유치원 대표단체는 한사협이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조사가 한유총 의견으로 대표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베이비뉴스가 입수한 한유총의 ‘전언통신문’은 지난달 24일자로 발행된 것으로, “한유총 각 시도지회”를 수신처로 한다. 이 통신문은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코로나 대응 관련 유치원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연합회에 설문조사 협조를 요청했고, 설문조사 항목을 검토한 결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각 지회에 요청한다”고 적었다.

통신문에 첨부한 ‘코로나 대응 관련 유치원 긴급 설문조사’는 총 7장이다. 20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은 기관 운영 현황을 비롯해, ▲재원 아동의 긴급 돌봄 이용 사유 ▲교직원 퇴사 사유 ▲긴급돌봄 운영 시 고충 ▲긴급 돌봄·휴원 시 교사 급여 수준 ▲감염병 대비 수준 ▲비상 연락체계 구축 여부 ▲코로나19로 인한 휴원 조치에 대한 의견 청취 등을 종합적으로 질문했다.

한유총은 육아정책연구소 측에서 설문을 요청해온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한유총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베이비뉴스와 한 통화에서 “연구 담당자가 전화로 조사 취지를 설명했고, 협조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고 밝혔다. 설문은 지난달 27일까지 진행됐으며 한유총 관계자는 응답을 완료한 조사지를 연구소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11월 29일 한유총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대표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유치원 3법 원안 통과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대성·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18년 11월 29일 한유총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대표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유치원 3법 원안 통과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대성·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법인 취소' 법정 싸움 중인 한유총… 연구소에 '조사대상 선정 기준' 묻자 답 없어 

현재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과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두고 소송 중이다.

지난해 4월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3법과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에 반대하기 위해 한유총이 진행한 무단 개학연기 투쟁 등을 언급하며 한유총의 법인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월 한유총의 손을 들어줬다. 이같은 판결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 항소를 제기했다. 

국책연구기관은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를 수행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수행하는 연구가 유아교육·보육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사립유치원 단체를 배제한 채 정부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향에 반기를 들었던 한유총만을 정책연구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거나 현장 의견을 청취할 일이 있으면 그동안 한유총에 협조요청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사립유치원 회계부정사건 이후 한유총의 위상이 변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소의 결정은 신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 또한 육아정책연구소가 설문협조 대상으로 한유총을 선정한 것을 질타했다.

장 국장은 “올해 초 에듀파인 위헌소송도 있었을 정도로 비리유치원 사태는 진행 중”이라며 “에듀파인을 수용한 한사협을 두고 시설사용료를 요구하며 사립유치원 회계 분리를 요구한 한유총과 공조하는 것은 국책연구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짓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장 국장은 “육아정책연구소는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아정책연구소에 한유총만을 설문조사 대상으로 한정한 이유를 듣기 위해 베이비뉴스는 지난 1일에서 2일 사이 네 차례 전화연락을 취했다. 연구소 측은 지난 1일 오후 “확인해보고 연락을 해주겠다”고 말한 이후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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