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두가 나를 완벽하게 속이고 있었다."
남편이 매어 준 목도리에 붙은 붉은빛의 머리카락 한 올. 그때부터 아내의 완벽한 세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병원 부원장이란 지위와 평온한 가정으로 선망받던 그녀.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면서 견고해 보이던 삶은 불안으로 채워졌다.
정작 그녀를 무너뜨린 건 친구들이었다. 믿었던 친구들과 남편 그리고 남편의 불륜녀가 모여 다정하게 찍은 사진, 남편의 불륜을 숨겨주는 친구의 문자를 접한 아내의 눈앞엔 지옥이 펼쳐졌다. 남편의 불륜은 아내만 몰랐다.
최근 방영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선 남편의 불륜을 숨겨주고 아내를 완벽하게 속인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에선 위해주고 아껴주는 척했던 친구들의 배신과 위선. 만약 현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불륜을 도운 행위(방조)로 보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친구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법률사무소 휘성의 박지윤 변호사는 "단순히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는 정도로 방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방조자도 불법 행위를 공동으로 저지른 사람으로 보고, 그 책임을 지게 한다. 이때 방조자에게 책임을 묻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불법 행위(불륜)를 돕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방조(불륜을 도운 행위)와 불법 행위(불륜)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친구들에게 이 정도의 의무는 없다. 남편의 불륜을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등의 인과 관계 또한 부족해 보인다.
'김동완 변호사 법률사무소'의 김동완 변호사도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만으로 도의적인 잘못 이외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실제로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상대방 외에는 실무적으로 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기혼자인 것을 알고도 이성 친구를 소개해주고 적극적으로 부추겼다는 사정이 있다면 법원의 판단을 구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불륜의 방조를 인정한 사례가 전혀 없진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단순하다고 보기 어려운 정도의 개입이어야 한다. 지난 1960년 대법원은 일명 '첩 계약'에 관여한 피고인에게 불륜을 교사 ·방조한 책임이 있다며 불륜 피해자인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률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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