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갑 풀어달라" 요구했다고 변호인 쫓아낸 검사, 결국 대법원에서도 혼났다

[단독] "수갑 풀어달라" 요구했다고 변호인 쫓아낸 검사, 결국 대법원에서도 혼났다

로톡뉴스 2020-04-03 20:50:07 신고

판결뉴스
로톡뉴스 최회봉 기자
caleb.c@lawtalknews.co.kr
2020년 4월 3일 20시 50분 작성
수원지검 검사, 변호인의 '수갑 해제' 요청이 "수사에 방해된다"며 쫓아내
"피의자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 훼손했다" 강력 항의
법원도 "검사가 잘못했다" 했지만, 끝까지 불복한 검찰⋯그러나 대법원도 "너희 잘못"
피의자 신문 때 수갑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무시해 '위법' 판결을 받은 검사가 이 문제를 대법원으로 가져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게티이미지코리아

2015년 5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가 피의자신문을 받기 위해 변호인 B씨를 대동하고 수원지검 조사실에 들어섰다. 담당 교도관은 A씨가 입실하기 전에 그의 포승을 풀어주었으나, 수갑은 채운 채로 두었다.

담당 검사는 그 상태에서 그냥 인정신문을 시작했다. 이에 변호인 B씨가 검사에게 A씨의 수갑을 풀어주도록 요청했다. 그러자 검사는 "먼저 인정신문(피의자의 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을 확인하는 절차)을 한 다음,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구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B씨는 15분가량 계속해서 수갑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자 검사는 "변호인 B씨의 이러한 행동이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그를 조사실 밖으로 나가게 했다.

"검사가 변호인 쫓아낸 행위, 피의자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 훼손" 주장

A씨와 변호인 B씨는 검사의 이 같은 조치가 위법하다며 준항고(準抗告⋅재판이나 검사의 처분에 대한 취소나 변경을 법원에 청구하는 불복신청)를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검찰이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을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검사는 "검사가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구하기 전에 피의자의 도주나 자살, 자해 등의 우려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 잠시 수갑 푸는 것을 보류한 것인데, 변호인이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수갑 해제를 요구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같은 해 7월에 열린 재판에서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원지방법원의 황재호 판사는 "검사가 변호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A씨의 수갑을 풀어주지 않은 것은 '피의자 구금'으로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황 판사는 또 "거듭되는 변호인의 '피고인의 수갑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수사에 방해된다며 그를 조사실 밖으로 쫓아낸 검사의 행위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사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재항고를 통해 이 문제를 대법원으로 가져갔다.

형사소송법은 원래 불복을 신청할 수 없는 결정이라도 재판에 영향을 미친 관련 법규 적용에 위반이 있는 경우 특별히 대법원에 항고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재항고(再抗告)라 한다.

"검사가 잘못했다" 판결에 불복⋯검찰,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과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17일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없다"며 검사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인정신문이 시작되기 전에 피의자의 수갑을 풀어달라는 변호인의 요구를 받고도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청하지 않고, 오히려 수사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변호인을 퇴실시킨 검사의 조치는 형사소송법 제417조 제1항에서 정한 '구금에 관한 처분'에 해당해, 준항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2003년 대법원 결정과 2005년 헌법재판소 선고 등을 인용해 "검사가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때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피의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구금된 피의자는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포승줄, 수갑 같은 보호장비 착용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검사는 피의자를 신문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교도관에게 보호장비 해제를 요청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은 교도관이 구금된 피의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이송·출정, 그 밖에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할 때 △수용자가 도주·자살·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클 때 △위력으로 교도관 등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할 때 △교정시설의 설비·기구 등을 파손하거나,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클 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교도관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해야 하며, 그 사유가 소멸하면 사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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