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중단된 후 김광현은 정상적인 훈련과 일상을 이어갈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여서 모든 게 낯설다. 가족도 없이 혼자 캠프에서 훈련 중이었다. 전 동료 러셀 마틴의 집에서 아내와 함께 안전하게 지내는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다른 상황이다.
김광현은 플로리다에서 머물다 얼마 전 홈 구장이 있는 세인트루이스로 이동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지난달 27일 정규시즌이 개막할 예정이었고, 이 일정에 맞춰 집을 빌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 한가운데에 있는 세인트루이스에서 김광현이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 훈련은커녕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탓에 외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젤리악 사장은 김광현의 귀국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개막은 최소 5월 이후로 미뤄졌지만, 현실적으로는 7월 개막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광현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고 있는 한국으로 보내는 편이 낫다.
그러나 김광현이 귀국을 결심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많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만약 메이저리그가 5~6월에 개막한다면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몸을 만들어야 한다. 네 차례 시범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선발진 합류를 기대했던 김광현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진로도, 퇴로도 막힌 상황에서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에서 머물고 있다. 고립 생활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란계 일본인 다루빗슈(시카고 컵스)는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트에 갈 때 말고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전부터 인종차별이 존재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9년을 뛴 톱스타도 이런 불안을 느낄 만큼 미국 상황은 최악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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