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잔인한 달’ 4월… 희망은 책에 있다

코로나19로 ‘잔인한 달’ 4월… 희망은 책에 있다

독서신문 2020-04-06 12:11:44 신고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중략)//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 더미뿐/그곳엔 해가 쪼아대고/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T.S.엘리엇 「황무지」 中)

영국의 시인 T.S.엘리엇은 제1차 세계대전의 광풍(狂風)이 휩쓸고 간 유럽의 4월을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에 담았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참혹한 땅에 봄비가 내리고 푸른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자 오히려 그것이 잔인해 보였다는 것이다. 하얀 눈이 모든 것을 덮어버려 그나마 전쟁의 상흔을 잊을 수 있었던 겨울이 외려 따뜻했다고 그는 말한다.   

코로나19로 봄을 빼앗겨버린 우리의 4월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에 들에 화려한 봄꽃이 피고 있지만, 그것들을 쉽게 맞이하러 나갈 수 없는 우리에게 4월은 그저 잔인한 달일 뿐이다. 봄꽃과 같은 희망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책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선정한 4월의 추천도서를 소개한다. 

■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권혁란 지음│한겨레출판사 펴냄│320쪽│14,000원

살다 보면 누구나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비통한 순간을 맞게 된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오랜 시간 고통 속에서 무기력한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엄마를 지켜보는 초로의 자식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또한 엄마의 죽음 이후 치러진 수목장과 직계가족만으로 치러진 시어머니의 가족장 경험을 통해 지금의 장례문화를 비평한다. 저자가 겪은 이별의 여정은 아름다운 작별을 위한 현실적인 지침을 전한다. 

책 속 한 문장 

“병든 말이 들끓는 저 입술을 따뜻하게 적시고 저승에서 잡아당기는 난폭한 기운에 사로잡힌 저 마음을 평온의 양탄자로 옮겨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151쪽>

■ 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최정윤 옮김│현대문학 펴냄│440쪽│15,000원

2018년 이탈리아 문학상인 비아레조상을 받은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여섯 살 파비오가 사춘기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비오에게는 여자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노총각 할아버지가 열 명이나 있는데 학교에 입학한 첫날, 마흔 살 전까지 결혼을 하지 못하면 할아버지들처럼 이상한 사람으로 변해버린다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에 대해 알게 된다. 
파비오의 곁에는 항상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아빠, 파비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해주는 할아버지들이 있다. 병실에 누워 있는 아빠를 위해 매일 책을 읽어주고, 엄마를 위해 컨트리클럽에 가서 볼보이로 일하는 파비오. 독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성장하는 파비오의 삶으로 걸어 들어간다.

책 속 한 문장

“어쩌면 세상 한가운데에서 우리 가족은 어수선하고 소란스럽기 그지없고 미치광이들로 가득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 생각엔, 주변 세상이 존재하지 않고 외부에서 우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만 없다면 그야말로 멋지고 놀라운 것들이 넘치는 가족일 것이다.”<120쪽>

■ 클락댄스
앤 타일러 지음│장선아 옮김│미래지향 펴냄│356쪽│14,800원

윌라에게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던 1967년, 청혼을 받고 학업과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던 1977년, 갑작스레 남편이 세상을 떠났던 1997년. 그때마다 윌라는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상황에 의해, 타인에 의해 수동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던 2017년 어느 날, 윌라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그리고 아들의 전 여자친구인 드니즈와 그녀의 아홉 살 난 딸 셰릴, 강아지 에어플레인을 돌보기 위해 볼티모어로 떠나게 된다. 
저자는 윌라가 자신의 선택으로 타인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하며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 그리고 그로 인한 성취감을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는 괴짜 이웃들과 그 안에서 성장해가는 윌라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이 책을 통해 살면서 내게 주어졌던 기회와 선택의 순간들을 돌아보고 윌라와 함께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책 속 한 문장 

“앞으로 더 이상 기대할 건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래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내가 감사히 여길 수 있는 순간들이 존재했지.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첫 커피를 마실 때, 작업실에서 뭔가 근사한 걸 만들고 있을 때, 텔레비전에서 야구 경기를 볼 때처럼 말이다.”<108쪽>

■ 성공의 음악들
박성건 지음│태림스코어 펴냄│264쪽│16,000원

인류가 존재한 이후부터 음악은 발전해왔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음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성공한 음악이 존재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에 이르렀다는 음악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담아냈다. 저자는 수많은 기획자와 뮤지션이 각자의 방식으로 난관을 극복하며 정상에 다다른 노하우와 패턴을 분석해 알려 준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BTS(방탄소년단)를 탄생시킨 방시혁, 국내 아이돌 그룹의 시초를 만든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등을 포함한 국내 가요 시장의 이야기와 클래식, 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적 지식을 읽기 쉬운 문장으로 전달한다. 미처 몰랐던 음악가들의 사생활과 애환, 숨겨져 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독자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책 속 한 문장 

“돌아보면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세상이 만든 틀에 들어오지 못한 낙오자들이었다. 그들은 신념으로 똘똘 뭉쳤고, 흔들리지 않았다.”<77쪽>

■ 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권순재 지음│생각의길 펴냄│264쪽│15,000원

우리는 하루하루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가며 때론 무기력해지고, 예기치 않은 시련 앞에서 홀로 선 듯한 고독의 순간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 속 인물들도 우리처럼 방황하며, 불완전한 경험과 사유를 통해 각자의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다양한 영화 속 주인공들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고 심리학 기재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인지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당신의 아픔은 틀린 것이 아니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그것이 세상의 한 부분이 되는 순간,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묻어두었던 두려움과 슬픔을 천천히 마주 보고 존재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책 속 한 문장

“함께 하며 비워진 가슴의 그 공간 속으로 오래전 당신이 잃어버렸던 것들이 흘러 들어옵니다. 당신의 순간을 깨우는 오늘 하루의 감각들. 비록 영원하진 않을지라도 당신이 느꼈던 따뜻한 시선들과 온기들. 그리고 아직도 뛰고 있는 당신 심장의 그 고동소리.”<264쪽>

■ 호모 코쿠엔스의 음식 이야기
제니 린포드 글·앨리스 패툴로 그림│강선웅·황혜전 옮김│파라북스 펴냄│320쪽│18,000원

'호모 코쿠엔스’는 ‘요리하는 인간’이란 뜻으로 이 단어는 인간이 음식을 요리해 여럿이 나눠 먹을 때 더욱 만족이 커지는 특성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이 책의 저자 제니 린포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돼지고기, 꿀, 소금, 칠리, 쌀, 카카오, 토마토 등 일곱 가지 재료와 그 재료로 만든 전통 음식이 세계 문화에 끼친 영향을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의미로 풀어낸다. 
서로 다른 문화의 식자재와 음식을 공유하는 것은 인간의 각기 다른 생활방식과 생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 식자재와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인류가 걸어온 모습과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을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책 속 한 문장 

“왕족과 귀족들은 단이 있는 높은 식탁에 앉은 반면, 이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계급들은 그들 아래에 있는 낮은 테이블에 앉았다. 이러한 엘리트층에 주어지는 특권 중에는 상석에 있는 소금통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107쪽>

■ 르몽드 비판 경제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이푸로라 옮김│마인드큐브 펴냄│396쪽│20,000원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라는 언론관으로 유명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기획한 책이다. 경제 교과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경제학 이론을 다루지는 않고,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주류 이론으로 자리 잡은 현세대의 경제 통념들을 하나씩 들춰 그 이면을 살펴본다. 
예컨대 ‘수치는 모든 것을 보여 준다’는 명제는 계량경제학의 근간이 되지만, 실상 그 숫자를 둘러싼 상황과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 현상의 단편밖에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우리 경제의 99%를 이루는 우리’가 아닌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1%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비판의식 없이 성장과 번영을 동일시하거나, 세계화와 경제 개방을 맹종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는 어느새 자본주의와 그 한계에 익숙해진 채 경제 원리를 하나의 진리처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책 속 한 문장 

“언론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숫자의 논리’에 따라 희생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정치는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23쪽>

■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강영옥 옮김│더숲 펴냄│304쪽│16,000원

아카시아 잎을 뜯어 먹던 아프리카 초식동물이 몇 분이 지나자 50~1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다른 아카시아 잎을 먹기 시작한다. 왜 굳이 자리를 옮긴 것일까?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초식동물들이 나뭇잎을 먹기 시작하면 나무에서 쓴맛 나는 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이 물질이 주변 나무에까지 퍼진다. 그것이 바로 초식동물들이 자리를 이동한 이유이다.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움직이는 동물과 비교해 거의 움직임이 없는 나무는 살아 있다고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이처럼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나무 역시 위험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동물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나무의 변화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나무의 탄생, 성장, 죽음을 둘러싼 신비로운 숲 생태계를 보여준다. 우리와 숲의 상생을 위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책 속 한 문장

“정원수가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휴가를 냈다고 생각하면 된다.”<149쪽>

■ 바디: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이한음 옮김│까치 펴냄│576쪽│23,000원

이 책에는 우리 몸에 관한 안내와 더불어 인간이 각종 질병과 싸운 역사가 실려 있다. 20세기에만 약 5억명의 사망자를 낸 천연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질병 중 하나였으나,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가 지구에서 박멸되었다고 선포했다.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며 병원을 찾은 한 여성은 죽은 후 정신의학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에 의해 최초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는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다양한 사진 자료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이 책을 통해 내 몸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책 속 한 문장 

“우리 몸은 거의 줄곧 다소 완벽하게 조화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37.2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우주이다. 두통, 배앓이, 별난 멍이나 뾰루지는 모두 우리가 불완전함을 선언하는 정상적인 과정들이다.”<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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