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힐링의 순간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힐링의 순간

씨네리와인드 2020.04.07 16:32

▲ '선생님과 길고양이' 포스터 (C) 찬란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일본에서 고양이는 영물(靈物)이라 생각한다. 일본 가게에서 볼 수 있는 손을 흔드는 고양이 모형인 마네키네코는 번창을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캐릭터로 고양이를 택했을 만큼 일본에서 고양이는 특별한 의미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문화를 보면 고양이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요괴를 볼 수 있는 소년 나츠메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나츠메 우인장’의 야옹 선생이 그 예다.

이런 현상은 영화계에서도 도드라진다. ‘세상에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등 수많은 작품들이 고양이를 통해 힐링을 말한다. 올 상반기는 무슨 일인지 고양이 관련 영화 세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다큐멘터리 ‘고양이 집사’를 비롯해 ‘선생님과 길고양이’ ‘고양이와 할아버지’가 개봉예정이다. 기분 좋은 손님이 올 것만 같은 맑은 하늘을 지닌 4월에 잘 어울리는 영화들이다.

▲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C) 찬란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반가운 손님인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힐링 무비다. 다만 이 힐링은 기쁨이 아닌 슬픔과 연결된다. 마을에서 교장 선생으로 일했던 남자는 은퇴 후 외로운 생활을 한다. 다소 까칠한 성격의 그는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 오랜 세월 먹었던 빵의 맛이 변했다며 빵집을 찾아가 항의하는 장면이 조용하지만 까칠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뽑을 수 있다.

세월을 간직한 사진에 관심을 보이며 일본의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쇼고만이 유일하게 교장을 찾아가는 이다. 그런 교장의 삶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끼어든다. 바로 길고양이. 교장은 툭하면 멋대로 자기 집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길고양이 때문에 마음이 쓰인다. 그 이유는 아내와 연관되어 있다. 먼저 떠난 아내는 고양이를 너무나 좋아해 집에 길고양이를 들였고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아내가 생각나 교장은 견디기 힘들다.

▲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C) 찬란

어느 날 집안으로 들어오려는 길고양이를 모질게 쫓아낸 교장은 그 길고양이가 동네에서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고양이를 찾고자 노력한다. 길고양이는 마을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 이름만큼 사람들은 이 고양이와 다양한 추억을 공유한다. 만약 이 고양이가 사라져 버린다면 그 추억 역시 자취를 감출 것만 같다. 교장이 두려워하는 건 아내와의 추억이 길고양이와 함께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쇼고가 보는 교장의 과거 사진에는 그때의 추억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세월의 흐름 때문인지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길고양이는 그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하지만 떠오르기 싫은 슬픔인 아내를 기억하게 만든다. 밥을 주는 왕따 소녀도, 공간을 제공한 미용실 주인도 같은 길고양이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따뜻한 추억을 가져다 준 길고양이를 찾는다. 작품은 이 과정을 두 가지 측면에서 소소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첫 번째는 일본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이세이 오가타의 연기다. 교장 역을 맡은 그는 인생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무료함과 회의감, 고양이를 향한 코믹한 반응 등을 실감나게 표현해낸다. 80년부터 1인극 모노드라마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그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C) 찬란

두 번째는 잔잔함 속 소소한 웃음이 피어나게 만드는 연출이다. 일상적인 풍경에서 미학을 느끼게 만드는 후카가와 요시히로의 연출은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여기에 귀여운 길고양이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행동을 관찰하는 묘미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만든다.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일본의 오래된 시장에 나타난 길고양이와 상인들의 우정을 담은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이 내용이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에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고양이와 함께한 소소하지만 잊지 못할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라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색감과 감성은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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