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 나온 간송미술관 소장품, '국가 보물'인데 사고파는 게 가능하다고?

경매시장에 나온 간송미술관 소장품, '국가 보물'인데 사고파는 게 가능하다고?

로톡뉴스 2020-05-22 20:15: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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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최종윤 기자
jy.choi@lawtalknews.co.kr
2020년 5월 22일 20시 15분 작성 / 2020년 5월 22일 20시 25분 수정
간송미술관 소장품 보물 284호와 285호 금동불상, 27일 경매로
윤보형 변호사 "사고파는데 문제는 없지만⋯이를 통해 본받아야 할 것 있다"
사진은 21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에서 공개한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왼쪽)과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간송미술관 소장품만으로 한국 미술사를 서술할 수 있다." (이원복 전 국립광주박물관장)

문화재의 보고(寶庫)이자 상징으로 평가받는 간송미술관. 그곳의 소장품이 사상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다. 간송(澗松)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 민족문화재를 수집⋅소장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뜻밖의 일이다. 1938년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이 생긴 지 82년만이다.

세금 때문이다. 2년 전 간송 전형필 선생의 아들인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타계하면서, '간송의 3대'에게로 막대한 상속세를 부과됐다. 미술관 신관 건립 등으로 재정이 어려워지던 시기랑 겹치면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결국 간송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던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이 경매에 나왔다. 두 작품의 추정가는 각각 15억원에 달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가가 '보물'로 지정한 문화재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경매로 나온 국가의 '보물'⋯자유롭게 사고팔아도 아무 문제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보'와 '보물'도 개인 소장품인 경우에는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법무법인 정향의 윤보형 변호사. /윤보형 변호사 제공
법무법인 정향의 윤보형 변호사. /윤보형 변호사 제공

'아트테크'(미술품과 재테크의 합성어) 전문가인 법무법인 정향의 윤보형 변호사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보물 등도 사유재산으로,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고 했다. 거래에 있어서는 문화재라도 일반 물건과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국가가 법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소유자 등이 변경되면 문화재청장에 신고해야 한다. 윤보형 변호사는 "소유자의 주소·보관장소의 변경 등도 신고대상"이라며 "이를 어기게 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했다.

자유롭게 사고 팔수 있지만 해외로 나갈 때만큼은 제약이 뒤따른다. 윤보형 변호사는 "문화재의 해외 반출은 전시 등 국제적 문화교류의 목적으로만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 반출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다시 반입할 것을 조건으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허가를 얻어 반출한 문화재를 기한 내에 다시 국내에 반입하지 않을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그 문화재는 몰수한다고 규정해 강한 벌칙 규정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법으로 엄격하게 해외 반출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경매 막을 수 없지만, 이를 계기로 '간송 의지'를 본받아야"

그렇다면, 국가가 나서 '국보' '보물'의 거래에 있어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을까.

윤보형 변호사는 "국가가 개입할 방법은 따로 없다"면서도 "경매 출품된 문화재를 적극적인 관리 하에 두려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경매에 참가해 낙찰을 받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국가도 직접 경매에 참여해 구매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윤 변호사는 "오히려 이번 계기로 간송의 민족문화 수호에 대한 의지를 국가 차원에서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간송 선생이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소장했던 이유는 문화재에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믿고, 수호자를 자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간송이라는 '컬렉터'가 없었다면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들을 해외 컬렉터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빌려와야 하는 서글픈 현실을 마주해야 했을 것이다."

"일제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지킨 간송 선생처럼, 이제라도 해외에 반출돼 시장에 나온 우수한 한국의 문화재를 다시 사들이는 등 국가가 우리 문화의 정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간송미술관 "보물 매각, 송구한 마음이 크다"

간송미술관을 운영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지난 21일 보물로 지정된 불상 두 점을 매각하게 돼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2013년 공익적인 성격을 강화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재단을 설립한 이후, 대중적인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재정적인 압박이 커졌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결국 소장품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돼 송구한 마음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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