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두 명을 연쇄 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최신종(31)이 피해 여성 중 한 명과 "내연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부남인 최씨 입장에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것일 수 있지만, 변호사들은 "낮은 형량을 받기 위한 꼼수"라고 분석했다. 형량이 강한 강도살인죄 대신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살인죄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돼있지만, 강도살인죄의 경우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다. 살인죄의 경우 최대한 감경을 받으면 집행유예로도 풀려날 수도 있지만, 강도살인죄로는 그런 감경 전략이 원천 불가하다.
최신종의 전략은 과연 통할지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지난달 14일 오후 10시 40분쯤. 최신종은 아내의 친구인 A씨를 자신의 차에 태웠다. 그리고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다음 날 오후 임실군의 한 갈대숲에 시체를 유기했다.
최신종은 숨진 A씨 지문을 이용해 폰뱅킹 서비스로 48만원을 훔치고 금팔찌(300만원 상당)도 훔쳤다. A씨는 이 금팔찌는 부인에게 선물로 줬다.
이런 범죄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최신종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최신종은 "A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돈을 뺏을 생각으로 죽인 게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런 최신종의 전략을 변호사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법무법인 테헤란의 이수학 변호사는 "(내연관계를 주장해도) 강도살인죄 적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설령 내연관계를 입증한다 하더라도 최씨가 피해자의 금팔찌와 통장에 있던 돈을 이체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의 행위가 강도살인죄에서 규정하는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행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이법률사무소 김지혁 변호사는 다른 입장을 냈다. "강도살인죄 혐의를 벗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혁 변호사는 "살해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피해자의 돈과 신용카드를 가지고 나온 사건에서 앞의 살인행위와 합쳐 강도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판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살인이라는 범죄와 강도라는 범죄 사이에 시차가 있다면, 두 범죄를 따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만약 최씨 역시 A씨를 살해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금팔찌를 훔쳤다면 강도살인죄를 피할 수 있다.
김지혁 변호사는 "(두 범죄를 따로따로 적용받는다면) 최씨가 피해자의 팔찌를 가진 것은 절도죄로, 피해자 지문을 이용해 계좌이체를 한 것은 컴퓨터등이용사기죄가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아울러 최씨 측에 따르면 "돈 몇백 만원에 사람을 죽이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부분에서는 모두 "돈 액수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지혁 변호사는 "현실에서는 실제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도살인죄가 벌어진다"면서 "피해 금액에 따라 강도살인죄의 성립 여부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수학 변호사도 "강도살인죄는 재물의 경제적 가치, 재산상 이익의 크기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정향의 최용희 변호사도 "다수의 살인 및 유사 사건 수사경험에 따르면 액수가 적어도 범행을 감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Copyright ⓒ 로톡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