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순수 국내파라는 아반떼 디자이너가 현대자동차그룹 최연소 팀장이 된 비결

"읽는 만큼 돈이 된다"

순수 국내파라는 아반떼 디자이너가 현대자동차그룹 최연소 팀장이 된 비결

티키타카 2020.05.23 07:31

1999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 지붕 두 가족이면서도 여전히 업계 최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같은 그룹 내에 존재하지만 별개의 법인인 두 회사는 서로에게 국내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지요.

때문에 신차가 출시되면 늘 비교당하기 일쑤입니다. 지난해에는 기아의 중형세단 K5 3세대가 출시되어 현대차 쏘나타와 함께 판정대에 올랐는데요. 결과를 내기 위한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디자인 면에서만큼은 K5가 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K5는 신차 모델이 공개되자마자 자동차 관련 주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외관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고 실제로 사전계약 첫날 7000여 대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기아차에서 진행한 하루 사전계약 중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K5 디자인에 대해서는 해외 반응 역시 폭발적입니다. 미국 오토블로그가 K5 디자인을 소개한 기사에는 "이 차를 디자인한 사람은 더 많은 봉급을 받아야 한다"라는 댓글이 달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을 정도이지요.


강제 연봉 인상이 예상되는 K5 디자이너는 누구일까요? K5 3세대 신형의 소개는 기아차 디자인센터장인 카림 하비브가 맡았습니다. 다만 그가 기아차에 합류한 것이 지난해 10월이고 신형 모델의 설계가 이미 2년여 전부터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K5 3세대는 2018년 이후 디자인 일선에서 물러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터 슈라이어는 과거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거쳐 2006년부터 기아차 디자인 최고 경영자로 발탁되었는데요.  K 시리즈를 통해 기아차의 디자인 혁명을 이끌어내면서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8년부터는 디자인 일선에서 물러나 기아차 디자인의 전권을 카림 하비브 전무에게 위임했고 현재는 현대차그룹 디자인 경영담당 사장으로 승격한 상황입니다.


범블비의 친아버지는 한국인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기아차에 카림 하비브가 있다면 현대차에는 이상엽 전무가 있습니다.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엽 전무는 카림 하비브와 같은 학교 동문이기도 한데요. 두 사람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트센터칼리지오브디자인(ACCD)출신입니다. 다만 이상엽 전무는 학창 시절 순수미술을 공부했고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해 뒤늦게 자동차 디자인에 입문한 케이스입니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순수미술을 전공하면 일반적으로 가난한 20~30대를 보내고 중년이 되어서야 작가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데 "그 시간까지 견딜 자신이 없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군 제대 후인 1995년 뒤늦게 ACCD에 입학한 그는 하루 두세 시간만 자면서 노력한 끝에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일에서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지요.

특히 그를 더 분발하게 만든 것은 한국 차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였습니다.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에서 인턴을 하던 9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한국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고 그가 디자인한 요소 가운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한국 차 같다"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후 2005년 YF 소나타 이후 한국 차에 대한 이미지와 위상이 달라지면서 당시 GM에서 일하던 이상엽은 남모를 긍지를 느끼며 자신 역시 한국 디자이너로서 큰 획을 긋고 싶다는 포부를 다졌는데요.  그 덕분일까요? 이상엽은 GM 재직 당시인 2006년 쉐보레의 카마로를 디자인했고 이후 해당 디자인이 영화 '트랜스포머'에 범블비로 등장하면서 스타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2013년 벤틀리로 자리를 옮긴 이상엽은 벤틀리 EXP 10 Speed6 콘셉트카를 선보여 세계적인 클래식카 경연대회 이탈리아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에서 '콘셉카 및 프로토타입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2016년 이상엽은 드디어 현대차에 합류했습니다. 멘토로 여기는 루크 동커볼케의 권유가 큰 힘이 되기는 했으나 무엇보다 한국 디자이너로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 합류하는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했지요. 실제로 이 전무는 현대차 합류 당시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혁신과 성장이 신선한 자극이자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었다"라며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라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현재까지 그랜저 IG, 제네시스 G90, 팰리세이드 등을 내놓으며 현대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엽 전무는 지난달 말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사임하면서 그룹 내 역할이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명성과 국내 최대 자동차 그룹의 전무를 맡고 있는 인물이니만큼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최근 업계의 한참 후배인 팀장과 함께 예능에 출연한 모습은 머릿속에 그리던 '전무님'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해당 방송에서 이 전무는 함께 출연한 팀장에 대해 "상사와 부하직원이라기보다 똑같이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라며 팀워크를 강조했습니다.


잘생긴 얼굴 잘생긴 디자인 -  아반떼 디자이너 조범수 팀장

무려 '전무님'에게 '동등한 지위의 디자이너'라는 칭찬을 받은 인물은 바로 현대차 디자이너 조범수 팀장입니다. 지난 3월 공개되어 준중형 세단의 역주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 아반떼 7세대의 디자이너이기도 한데요. 2015년 6세대 아반떼AD 이후 5년 만에 풀체인지 되어 등장한 올 뉴 아반떼는 앞선 더 뉴 아반떼의 혹평을 이겨내고 완벽한 반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전계약 첫날 1만여 대를 계약하는 저력을 보이더니 4월 판매량은 7,447대로 그랜저, 쏘렌토에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지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아반떼는 오랜 기간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아반떼AD의 명성을 순식간에 앗아간 참담한 작품입니다. 소비자들의 외면이 얼마나 심하면 페이스리프트 이후 중고시장에서 아반떼AD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중고가격이 상승할 정도이지요.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아반떼를 '삼각떼'로 부르며 삼각형을 강조한 디자인에 대한 조롱이 이어가기도 했는데요.

놀랍게도 신형 아반떼는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삼각형을 활용한 끝에 완벽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범수 팀장은 "처음부터 최소한의 점과 선을 연결해 차를 표현하면서 보석이 세공된 듯한 느낌을 캐치하려고 했다"라며 "또 그릴을 반짝 거리게 해서 전체 바디로 이 느낌을 퍼뜨리려고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올 뉴 아반떼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입체적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과 강렬한 라인이 돋보이는 옆면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반떼보다 더 돋보이는 건 해당 디자인을 완성한 디자이너 조범수 팀장입니다. 아반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치솟는 중지던 지난달 조 팀장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아반떼 디자인에 대해 직접 설명했는데요. "내가 타려고 디자인했다"라고 말하는 조 팀장의 모습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빛나는 미모가 눈에 띄었습니다. 덕분에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잘생긴 얼굴에서 잘생긴 디자인이 나온다", "차를 봐야 하는데 디자이너만 보고 있었다"라며 조 팀장의 외모와 디자인 모두를 극찬했지요.

83년생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내 최연소 팀장으로 알려진 조범수 팀장은 이상엽 전무와는 정반대로 순수 국내파입니다. 대학 재학 중에 입사가 확정되어 현대차에 입사한 지 벌써 11년 차이지요. 또 한 가지 이상엽 전무와 다른 점은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꿈이 확고했다는 사실인데요. 이 전무가 순수미술을 하다가 뒤늦게 자동차 디자인에 입문한 반면 조 팀장은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고 일찍이 진로를 결정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현대자동차그룹에 입사했습니다.

최근 이 전무와 함께 출연한 예능에서는 자동차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기도 했는데요. 어린 시절 울며 떼쓰다가 TV 속에 나온 '엑셀'의 광고를 가리키며 "아빠 저 자동차 살 거야"라는 아버지 말에 울음을 뚝 그쳤다고 전했지요. 또 아버지와 엑셀을 타고 함께 낚시를 다니던 기억이 행복했다면서 지금도 자동차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조범수 팀장은 평소 자동차 디자인의 영감을 얻기 위해 특정한 인물을 페르소나로 두고 작업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 아반떼CN7의 경우에는 자신을 페르소나로 정하고 디자인했다고 말했지요. 실제로 조 팀장은 자신이 디자인한 아반떼를 사전계약했고 자가용으로 이용 중이라고 하니 그 자신감과 만족감이 대단해 보입니다.

다만 업계 선배인 이상엽 전무는 아끼는 후배로서 조 팀장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꼬집습니다. 바로 영어실력에 관해서인데요. 국내에서 학업을 마치고 바로 입사한 조 팀장의 영어실력이 부족한 점에 대해 "디자이너는 글로벌한 감각이 필요하다"라며 영어공부에 대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고 하네요.

반대로 영어실력이나 해외 유학의 커리어 없이 국내 최고 기업에서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디자인 실력 그 자체만으로 얻은 자리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어 보이기도 합니다. 또 자신의 SNS를 통해 아반떼 디자인 스케치를 공개하며 #삼각떼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대범함은 웬만한 자신감으로는 할 수 없는 유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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