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지배하라

공기를 지배하라

모터트렌드 2020-06-25 14:55:26 신고

자동차는 어떻게 공기와 맞서고 싸울까?

빠르게 달린다는 건 공기와 강하게 맞선다는 얘기다. 대기권 중 가장 아래 있는 대류권은 공기의 밀도가 가장 높은 부분이다. 중력의 영향을 제일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여기만 해도 지표면에서 시작해 하늘로 약 11km 쌓여 있는 대기층이다. 밀도 높은 공기가 11km 두께로 쌓여 있으니 공기의 저항이란 게 낮을 수가 없다. 당연하게도 지상에서 움직이는 물체라면 공기저항을 거역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는 공기저항과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물체다. 똑같이 지상을 달리는 열차는 자동차보다 빠르지만 선로 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주행 중 돌발 변수가 거의 없고 늘 안정적인 환경에서 달린다. 그리고 엄청나게 무겁다. 그래서 맨 앞부분의 형태에 공력성능에 대한 고려가 집중된다. 반면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연료효율 증가와 고속주행 안정성이라는 상반된 조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주행 중 돌발 변수가 발생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제어에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의 성패는 공기저항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력과 항력을 모두 치밀하게 계산한 뒤 형태는 물론 갖가지 장치를 더해 공기를 최대한 현명하게 다스리도록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뮬러원 경주차는 공력성능을 극대화한 형태다. 다만 효율은 배제하고 달리기 성능에 집중했다. 여기서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저기서는 공기저항을 높여 빠른 가속과 높은 접지력을 모두 얻어낸다. 오롯이 기능에만 집중한 디자인이다. 일상에서 이용하는 자동차는 다르다. 항력과 양력을 적당히 이용해 안정성을 높이면서 연료효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여기에 공력성능은 물론 스타일까지 고려해야 한다. 매력적인 모습이 아니면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양산형 자동차는 공력성능을 끌어올리는 요소를 자연스럽게 반영해 연비와 주행안정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디자인한다. 단, 고성능 버전에서는 좀 더 과감한 요소들을 끌어들여 주행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자연스러운 요소라면 라디에이터 셔터 그릴이나 에어 커튼, 에어로 핀 등이 있고, 과감한 요소라면 리어 윙이나 후드 스쿠프, 과감한 리어 디퓨저 등이 있다. 전자는 대개 공기저항을 줄이는 장치고, 후자는 대체로 다운포스를 높이는 부품이다. 공기저항을 줄이면 연비가 높아진다. 실제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2015년에 만든 에코러너 5라는 1인승 자동차는 0.0512라는 놀라운 공기저항계수와 초경량 차체 덕분에 리터당 3653km의 놀라운 연비를 달성했다. 이 차는 연비를 경쟁하는 레이스인 셸 에코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만든 차로 오직 연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만든 모델로는 지난 2013년 데뷔한 폭스바겐 XL1이 있다. 0.159에 불과한 공기저항계수와 795kg이라는 가벼운 무게로 리터당 50km라는 엄청난 연비를 이뤘다. 다만 이때 인증 기준은 NEDC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기준으로 연비가 후하게 나온다. 한편 포뮬러원 경주차의 공기저항계수는 1.4 정도다. 다운포스를 높여 초고속 코너링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공기저항계수가 높다.

양립하기 어려운 연료효율과 주행성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최근에는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처럼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장치를 넣기도 한다.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는 현재 포르쉐 911이나 아우디 A7 등에 들어가고 있다. 처음 개발된 건 1960년대로 역사가 꽤 깊다. 미국의 채퍼럴 레이싱 팀에서 경주차에 처음 적용했다. 가변형 시스템의 목적은 일상에서는 연비를 저해하는 부품을 감춰두고 있다가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때만 활성화해 짜릿한 핸들링을 만끽하도록 하는 거다. 물론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가 만들어내는 다운포스는 리어 윙처럼 본격적인 공기역학 부품만큼 기능적으로 우수하진 않다. 하지만 연비와 주행성능을 모두 고려한다면 꽤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 밖에 리어 디퓨저나 스플리터, 플랩 등도 가변형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앞으로 이 같은 가변형 공력성능 장치가 많은 모델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들에 대한 환경규제 압박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고성능 모델은 일종의 하이엔드 버전처럼 여겨지면서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동화된 자동차의 강력한 초기 가속성능에 고성능차로서 높은 가능성이 더해지며 공력성능을 지배하는 기술은 보다 더 지능화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로 핀
토요타와 렉서스의 자동차에서는 사이드미러의 지지대 안쪽이나 헤드램프, 리어램프 옆면에서 가늘고 짧은 핀 모양을 볼 수 있다. 이 작고 낮은 핀이 해당 부분으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소음을 줄이고 주행안정성을 높인다고 한다. 토요타에서는 난류로 인한 흔들림이 줄어들고 핸들링이 향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에어브리더
달릴 때 휠 안쪽으로 흘러들어온 공기는 브레이크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휠하우스 바깥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저항으로도 작용한다. 이 공기가 차체를 따라 자연스럽게 외부로 흘러나갈 수 있게 만든 게 에어브리더다. 에어브리더는 에어커튼과 마찬가지 원리로 휠하우스 주변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감소시킨다. 단, 앞쪽 오버행이 긴 앞바퀴굴림 자동차는 에어브리더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뒷바퀴굴림 기반의 자동차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에어커튼
자동차에서 바퀴는 필수다. 하지만 달릴 때 바퀴 주변의 공기흐름은 그리 원활하지 않다. 휠하우스는 차체가 끊어지는 부분이고 또 그 안에서 바퀴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이 주변에 와류가 형성돼 앞문 앞쪽과 뒷바퀴 뒤쪽은 대개 진공상태가 된다. 이는 달리는 데 강력한 저항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공기저항의 15% 정도가 여기서 발생한다. 에어커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앞범퍼 양쪽 끝에 구멍을 내 휠하우스 안쪽으로 공기가 흘러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들어간 공기는 휠 겉면을 타고 흘러 앞문 쪽을 지나 차체 뒤쪽으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이 흐름은 휠하우스 주변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줄여 공기저항을 감소시킨다.

거니 플랩
거니 플랩은 스포일러와는 좀 다르다. 리어 윙 뒤쪽 끝에 직각으로 세워 붙인 낮은 판을 가리킨다. 공기에 정면으로 맞서 일부러 공기저항을 만드는 부품이다. 미국의 유명한 드라이버 댄 거니의 제안으로 만들어져서 거니 플랩이라고 부른다. 거니 플랩은 공기저항을 유발하기 때문에 가속에서는 분명 손해다. 하지만 코너링에서 막대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경주차에서는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양산형 고성능차에서도 일부 사용하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리어 윙은 각도를 앞으로 숙일수록 더 높은 다운포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적정 수준 이상으로 숙이면 리어 윙 밑면 뒤쪽에서 난류가 발생한다. 거니 플랩을 붙이면 리어 윙을 난류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만 숙여도 그보다 더 많이 숙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리어 윙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보면 된다.

리어 스포일러
세단이나 SUV 등에 들어가는 리어 스포일러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SUV나 해치백의 지붕 뒤쪽 끝 혹은 세단의 트렁크 리드 끝처럼 면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면 그 뒤쪽으로 와류가 발생한다. 해치백이나 SUV에 들어간 루프 스포일러와 세단에 들어간 립  스포일러는 와류가 발생하는 위치를 보다 뒤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되면 와류가 발생시키는 진공 영역이 차체에서 조금 더 멀리 형성된다. 당연히 진공의 저항을 좀 더 적게 받을 수 있다. 경주차나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리어 윙은 와류보다는 다운포스와 관련이 깊다. 리어 윙의 날개는 위쪽이 평평하고 아래쪽이 불룩하다. 형상이 비행기의 날개와 반대다. 즉, 항력을 반대로 발생시켜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단, 리어 윙은 자동차의 무게중심에 영향을 줄 만큼 무겁지 않은 게 좋다. 때문에 탄소섬유 같은 가볍고 강력한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디퓨저
고성능차나 경주차의 뒷범퍼 아래를 보면 마치 빗처럼 도드라진 세로 날개가 아래로 길게 뻗어 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저 장식처럼 보일 수 있는 이 부분이 리어 디퓨저다. 디퓨저의 첫 번째 목적은 바닥면을 적당한 각도로 위로 치켜 자동차 바닥으로 흐르는 공기의 유동 면적을 넓혀주는 거다. 이렇게 되면 공기가 흐르는 속도가 낮아지면서 압력이 높아진다. 그럼 디퓨저 앞쪽과 뒤쪽이 커다란 기압차를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디퓨저 앞쪽은 진공에 가까운 저압으로 떨어져 커다란 다운포스가 발생한다. 두 번째 목적은 와류 감소다. 디바이더라고 부르는 기다랗게 내리 뻗은 날개는 통째로 흐르던 공기를 갈라놓는다. 그러면 그 뒤로 여러 개의 작은 와류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통째로 흐르는 공기가 발생시키는 하나의 커다란 와류보다 영향이 줄어든다. 참고로 와류는 유체의 뒤쪽에 생기는 불규칙한 흐름의 소용돌이다. 와류가 생기면 유체와 와류 사이는 진공상태가 된다. 진공은 물체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때문에 와류를 다스리는 건 자동차의 공력성능을 다듬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스플리터
경주용차 앞을 보면 앞범퍼 아래로 낮고 길게 뻗어 나온 부분이 있다. 이를 립 또는 스플리터라고 부른다. 립은 입술 같은 생김새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스플리터가 정확한 명칭이다. 흐르는 물질은 좁은 곳에서는 빠르게, 넓은 곳에서는 느리게 흐르는 성질이 있다. 물이 나오는 고무호스의 끝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물이 더 빠르고 강하게 흐르는데, 바로 이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스플리터는 차 앞쪽에서 공기의 원활한 흐름을 막고 차체 위로 흐르는 공기의 양을 늘려 차 앞쪽과 위쪽의 기압을 높인다. 그리고 바닥으로 흘러들어간 공기의 흐름은 빠르게 해 차 바닥 쪽 기압을 낮춘다. 이렇게 되면 스플리터 앞과 위로 형성된 고기압이 차를 눌러 다운포스를 증가시킨다.

적응형 셔터 그릴
내연기관이 들어간 차는 엔진열을 식히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뚫어놨다. 그리로 유입된 공기가 냉각수를 식히면서 엔진열을 제어하는데, 이는 사실 공기저항으로 작용한다. 엔진룸으로 들어온 공기가 보닛 속의 갖가지 부품과 구조에 부딪히면서 저항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최선은 그릴을 막아 공기가 자연스럽게 차체를 타고 넘게 하는 것이다. 참고로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다 막힌 건 그 때문이다. 어쨌든 라디에이터 그릴이 발생시키는 저항 때문에 적응형 셔터 그릴이 등장했다. 상황에 따라 그릴을 열고 닫으며 엔진열도 식히고 공기저항도 줄이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제조사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적응형 셔터 그릴을 사용하며 대중화됐다.

CREDIT
EDITOR : 고정식 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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