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조선시대에서 날아온 K-POP, 제대로 ‘힙’한 국악 뮤지션들

"읽는 만큼 돈이 된다"

조선시대에서 날아온 K-POP, 제대로 ‘힙’한 국악 뮤지션들

29street 2020.07.01 10:00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후렴구, 눈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POP의 특징이죠. 어깨 덩실덩실 엉덩이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케이팝의 흥겨움은 어쩌면 몇 백 년 전부터 핏줄을 타고 내려 왔을지도 모릅니다. 사물놀이나 판소리를 보면 조선 백성들이 ‘좀 놀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 수 있죠.

특히 탄탄한 스토리에 노래가 결합된 종합예술 판소리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좋은 주제이지요. 국악으로 ‘힙’한 무대를 만드는 뮤지션들을 소개합니다.
클럽음악 뺨치는 판소리, 이날치
이날치 - 범 내려온다(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생이 내려온다~” 강렬한 자주색 조명이 넓은 공간을 비추고 베이시스트가 무심하게 줄을 뜯습니다. 양반, 무관, 중인, 각설이가 뒤섞여 묘한 스텝으로 행진을 시작합니다. ‘대체 이게 뭐지? 이런 무대는 처음이야!’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표현한 ‘범 내려온다’는 7인조 얼터너티브 그룹 ‘이날치’가 만든 곡입니다. 2019년 결성된 이날치는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 위에 판소리 보컬 다섯 명이 다층적인 소리를 얹어 노래를 만들어 가는 그룹으로, 올해 6월 정규1집 ‘수궁가’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9월 현대무용가 집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공연한 영상은 조회수 18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노래, 반주, 안무가 다 따로 노는 것 같으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무대. 무어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어울림에 자꾸 빠져듭니다. 한 곡을 다 들을 때쯤 머릿속에서는 벌써 통통한 호랑이가 한 500마리쯤 내려왔습니다. 내 손이 나도 모르게 ‘반복재생’을 클릭합니다.

이날치의 곡들은 당장 클럽에서 흘러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힙’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베이스와 드럼만으로 절제된 반주는 담백한 판소리 북장단을 연상시킵니다. ‘무심하고 시크하다’는 표현이 이보다 찰떡같이 어울릴 수 있을까요. 합창과 솔로구간을 적절히 엮어가며 쌓아 올리는 보컬 또한 심상치 않습니다.

유튜브 온스테이지 채널에 소개된 무대영상에는 “이틀 동안 이 영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지금 호랑이 한 378마리 내려왔다”, “모든 게 완벽하다. 노래 댄스 의상 모두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이 노래가 나왔더라면”등 호평이 가득합니다.

한 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것 같은 ‘범 내려온다’. 저는 지금 1일 3범 중입니다.
BTS노래를 판소리 창법으로? 국악인 이봉근
사진=이봉근 인스타그램(@bonsound_pan)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까지 받은 국악인 이봉근은 각종 방송 및 영화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소리꾼입니다. 2017년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그는 전통음악과 대중가요의 경계를 마음껏 넘나들며 2회 연속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는데요. 그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국악이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세련되고 재미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형님’ 에 출연한 이봉근은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판소리 창법, 재즈 창법(스캣), 팝 창법 세 가지로 번갈아 가며 소화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대중의 귀에 익숙한 가요 창법에서 재즈와 판소리 창법으로 순식간에 변화하는 음성은 귀를 번쩍 뜨이게 합니다. 시청자들은 “BTS랑 콜라보 했으면 좋겠다”, “창법이 확확 바뀌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BTS노래가 판소리 버전으로도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소름 돋는다”라며 감탄했습니다.
지난해 이봉근과 재즈밴드 ‘적벽’이 함께한 앨범 ‘이봉근과 적벽’은 판소리가 재즈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를 발산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판소리와 재즈는 둘 다 즉흥성이 중요하며 악기 편성이 단순하여 편곡이 자유롭다는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싸움타령, 군사설움, 청도기, 적벽 네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 중에서도 '군사설움'은 멜로디컬한 피아노 반주로 판소리의 우아함과 낭만성을 한껏 끌어올린 넘버입니다. 비오는 날 듣기 더 없이 적합한 곡으로 추천합니다.
자우림 김윤아도 반한 ‘조선팝’, 서도밴드
사진=서도 인스타그램(@seodo_o)
‘조선 팝 아티스트’라는 밴드 설명만 봐도 뭔가 다르다는 게 딱 느껴지시나요? 서도밴드는 국악 창법과 정서를 팝과 결합시켜 개성 있는 곡을 만들어내는 밴드입니다. 2019년 대학국악제 대상, 같은 해 KBS 국악신예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보였습니다.

판소리와 실용작곡을 전공한 서도를 중심으로 모인 서도밴드는 조선팝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국악이 가진 개성이 현대 팝 장르와 어우러지면서 풍기는 묘한 매력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올해 4월 Mnet에서 방송된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7’에 출연한 서도밴드는 자우림의 ‘야상곡’을 커버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자우림 보컬 김윤아도 “저희 노래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서도밴드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김윤아의 야상곡은 떠나간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한이 느껴진다면, 서도밴드의 야상곡은 왕에게 버림받고 귀양 가서 왕의 부름을 기다리는 선비의 충정이 느껴진다.” (‘Space Lion’)
“정철이 사미인곡을 이렇게 불렀으면 속미인곡 안쓰고 복귀했을 텐데ㅜㅜ” (‘미미빔’)

유튜브 댓글평가만 봐도 느낌이 오는 서도밴드의 감성, 직접 한번 느껴볼까요?

피아노 치는 소리꾼 고영열 (&라비던스)
사진=고영열 인스타그램(@ko__y_y_)
JTBC ‘팬텀싱어 시즌3’에 출연중인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에는 독특한 색을 가진 보컬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국악인 고영열입니다.

피아노를 치면서 판소리 하는 소리꾼으로 유명한 고영열. 연주와 소리를 양립시키는 능력도 독보적이지만 음색 자체부터가 묘한 매력을 풍기는데요. 서양 성악기준 음역대로 보자면 베이스에 가까운 음색이지만 정작 고영열이 주로 노래하는 음역대는 남성 성악가 중 가장 높은 테너 음역입니다.
저 깊은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듯 깊은 목소리로 폭넓은 음역을 넘나드는 고 씨는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뒤 현재 JTBC ‘팬텀싱어 시즌3’에서 결승 12인에 합류하여 타 출연자들과 함께 ‘라비던스’를 결성하였습니다. 성악가, 뮤지컬 배우, 소리꾼이 모여 만든 라비던스는 듣는 사람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모토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라비던스는 26일 방송된 12회차 방송에서 남도 민요 ‘흥타령’을 새롭게 편곡해 선보였습니다. 흥타령은 제목과 달리 인생의 덧없음과 희로애락을 애절하게 표현한 곡인데요. 라비던스는 14분에 가까운 원곡을 7분 가량으로 줄이고 대중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편곡했습니다. 시청자들은 “전통과 현대의 매력을 쏙 뽑아 기막히게 섞은 무대”, “이게 바로 한국식 크로스오버”라며 극찬했습니다.

젊은 국악 뮤지션들은 하나같이 ‘우리 활동을 통해 대중이 전통음악을 가깝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읍니다. 어쩐지 촌스러운 것 같다,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을 한 꺼풀 벗겨내면 수백 년 세월을 거쳐 오며 정제될 대로 정제된 전통의 진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고여 있는 전통이 아니라 흐르는 전통,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음악’을 만나고 싶다면 이들 젊은 국악 뮤지션들의 행보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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