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가 집을 지었다

자동차 회사가 집을 지었다

모터트렌드 2020-07-02 08:30:22 신고

괜히 자동차 브랜드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자동차 회사가 만들거나 디자인한 집과 건물을 살폈다
애스턴마틴 레지던스 55층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입주자 전용 수영장이 있다.

애스턴마틴 레지던스
2017년 10월, 애스턴마틴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66층 규모의 레지던스를 짓는다고 밝혔다. 위치는 비스케인 대로 300번지로 인터컨티넨탈과 하얏트 리젠시, JW 메리어트, W 등 특급 호텔이 들어선 한복판이다. 애스턴마틴은 새로운 레지던스를 짓기 위해 글로벌 부동산 개발회사 G&G 사업개발과 손잡았다. 건물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유리와 스틸을 사용했는데, 그래서 낮은 물론 밤에도 화려하다.

건물 형태도 롱 보드를 세워놓은 것처럼 얇고 길쭉해 주변 고층 건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오는 2021년 완공을 앞둔 이 레지던스에는 391개의 콘도와 일곱 개의 펜트하우스 그리고 하나의 2층짜리 펜트하우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통유리로 장식된 콘도에서는 짙푸른 비스케인 베이와 대서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펜트하우스에는 프라이빗 수영장과 널찍한 테라스가 딸려 있어 세상 럭셔리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애스턴마틴은 이름만 빌려준 게 아니다. 디자인 팀이 이곳의 실내 공간과 편의시설을 디자인했다. 애스턴마틴을 느낄 수 있는 요소도 곳곳에 적용했는데 리셉션 데스크에 커다란 애스턴마틴 로고를 붙이고 탄소섬유로 장식하거나 문손잡이를 애스턴마틴 비스포크 장인이 만든 손잡이로 대체했다. 건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꼭대기 부근의 ‘ㄴ’자로 꺾어지는 55층이다. 여기엔 입주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마련됐다.

수영장 옆에는 스카이 바와 라운지도 있다. 52~55층까진 편의시설로 채워졌는데 52층엔 미술관과 비즈니스 센터, 어린이 놀이 공간, 게임룸 등이 있고 53층과 54층엔 피트니스와 스파 라운지부터 뷰티 살롱, 사우나, 버추얼 골프장, 영화관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편의시설의 모든 층에선 통유리 너머로 마이애미 시내와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다. 애스턴마틴만큼이나 꿈같은 집이 아닐 수 없다.

포르쉐 디자인 타워 마이애미에서는 자동차 전용 엘리베이터로 집 안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포르쉐 디자인 타워 마이애미
애스턴마틴보다 먼저 미국 마이애미에 터를 잡은 집이 있다. 포르쉐 디자인 타워다. 포르쉐 디자인은 2017년 3월 마이애미 서니 아일스 해변에 60층 건물의 레지던스를 완공했다. 물론 혼자서 지은 건 아니다. 부동산 개발회사 데저 개발이 지휘를 맡고 시거 수아레스 아키텍트가 건물을 설계했다. 포르쉐 디자인은 인테리어를 맡았다.

원통처럼 생긴 195m 높이의 이 레지던스는 남다른 주차 시스템으로 완공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데저베이터(Dezervator)라는 자동차 전용 엘리베이터로 집 안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는 거다. 투명 유리로 둘러싸인 원통형 엘리베이터 앞에 차를 세우면 바닥에서 기다란 발판이 나와 바퀴를 고정한 후 엘리베이터 안으로 차를 넣어준다. 그러고는 바닥이 턴테이블처럼 돌면서 입구 쪽으로 차의 위치를 맞춘다.

이 상태로 집까지 올라간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차를 고정하고 있던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차를 집 안 주차장으로 밀어 넣는다. 시스템이 알아서 해주므로 운전자가 우리나라 기계식 주차장에 들어갈 때처럼 잔뜩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거실에서 유리창 너머로 내 차를 볼 수 있다는 건 이곳의 가장 큰 장점. 옥상에도 11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펜트하우스 입주자만 이용이 가능하다. 참, 지난해 말 FC 바르셀로나 소속 리오넬 메시가 47층의 레지던스를 구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침실이 세 개, 화장실이 네 개 딸린 집의 값은 500만 달러(약 60억원)로 알려졌다.

시렐라 바이 피닌파리나는 건물 모서리를 둥글게 디자인했다.

시렐라 바이 피닌파리나
시렐라 바이 피닌파리나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 회사이자 코치빌더인 피닌파리나가 브라질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시렐라와 함께 지은 레지던스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자리하는데 23층 규모의 건물에는 92개의 아파트먼트가 있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네모반듯한 모양이 아니라는 거다. 모든 모서리를 둥글리는 것도 모자라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처럼 물결치는 곡선으로 만들었다.

피닌파리나 디자인 팀은 대도시의 역동적인 모습과 스포츠카의 우아한 라인,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평면도를 살펴보면 각 모서리에 네 개의 발코니가 있고 그 안으로 침실과 거실, 부엌, 화장실이 있다. 건물 1층에는 널찍한 로비와 리셉션이 있는데 천장에 둥근 조명이 떠 있는 것처럼 달려 있어 새롭다. 건물 바깥에 기다란 야외 수영장이 있어 브라질의 태양을 맞으며 여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이 건물은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2019 국제 건축상을 받았다.

미니 리빙
2018년 9월 21~11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건축 박람회 차이나 하우스 비전(China House Vision)에서 미니가 독특한 형태의 집을 공개했다. ‘미니 리빙 어반 캐빈(MINI LIVING Urban Cabin)’이란 이름의 이 집은 일단 둥글게 생겼다. 지붕 위로 다락방 같은 구조물이 있고 1층은 문이 없이 뚫려 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왼쪽부터 차례로 침실, 욕실, 거실이 보이는데 집 한가운데 해먹이 걸려 있는 게 독특하다.

벽 곳곳에 둥근 구멍이 뚫려 있어 햇빛이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온다. 침대 너머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는데 이 문을 뺀 나머지 문은 미닫이나 여닫이가 아니라 가운데를 기준으로 통째로 돌릴 수 있게 설계됐다. 침대 옆에 있는 기다란 문은 위아래로 돌릴 수 있어 테이블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미니가 중국 베이징에 만든 미니 리빙 어반 캐빈은 채광을 위해 다락방 같은 구조물을 만들었다.

더 나은 도시 생활을 고민하던 미니는 미래 주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니처럼 도시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작은 집에 주목했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구조에 집중했다. 미니 리빙의 시작이다. 베이징에 선보인 어반 캐빈은 미니 리빙의 네 번째 프로젝트로, 미니 리빙 디자인 팀과 중국의 건축가 쑨 다융이 설계하고 완성했다.

쑨 다융은 베이징의 오래된 뒷골목에서 영감을 받아 실내를 문이 없이 트인 공간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해 지은 집은 아니다. 미니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채워 넣은 콘셉트 주택이다. 미니는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 도심형 오두막을 선보였다. 미국 LA의 건물 옥상은 물론 좁은 골목 사이에도 오두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미니가 꿈꾸는 공유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앞선 집들이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해 지은 집이라면 미니 리빙 상하이는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진짜 집이다. 가운데 통로를 두고 두 개의 건물이 이어졌는데 침실은 분리돼 있지만 거실과 주방 등은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니 리빙 상하이는 전통적인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뒤섞여 있는 징안 지구에 자리하며, 1인 가구는 물론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방이 있다.

르노 심비오즈 콘셉트는 집과 차가 공간은 물론 기능도 공유한다.

르노 심비오즈 콘셉트
자동차는 차고나 주차장에만 세워야 할까? 르노는 차와 집이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포르쉐 디자인 타워의 거실 주차장과 달리 차가 거실이 되고 주방이 되는 식으로 말이다. 르노 심비오즈 콘셉트는 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집에 주차했을 때 차가 또 하나의 이동형 사무실이나 방이 될 수 있다.

집은 구조가 간단하다. 사방이 통유리로 된 커다란 건물 위로 원통형 구조물이 솟아 있다. 이 구조물은 자동차 리프트 역할을 겸해 이 아래 차를 세우면 옥상으로 차를 올릴 수 있다. 리프트가 필요 없을 땐 침실로 변신한다. 집과 차는 단순히 공간만 공유하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차 안에서 집 안 전등을 켜거나 전자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반대로 집에서 차문을 열거나 시트 위치 등을 움직일 수도 있다. 둘은 에너지도 서로 나눌 수 있는데, 따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집의 에너지로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자동차 배터리로 세탁기를 돌리거나 TV를 볼 수 있다. 48시간 안에 장거리 운행 계획이 없다면 자동차는 스스로 배터리에 남은 에너지를 집으로 보낸다. 이 집과 차는 르노가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버전이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엔 이런 집과 차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닛산 스마트 하우스
우주선처럼 보이는 이것은 닛산이 2011년 선보인 스마트 하우스다. 집 아래에 리프 한 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앞에 파워 컨트롤 시스템이 있어 리프 배터리에 담긴 전기를 집으로 보내거나 집에 저장된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달려 있다. 집 안 구조는 원룸 형태로 간단하다. 한쪽에 침대가 놓였고 다른 쪽엔 책상이 자리한다. 수납공간을 위해 양쪽 벽엔 책장을 빼곡히 달았다.

콘셉트 버전이라 욕실과 주방은 마련하지 않았지만 필요하면 따로 설치할 수 있을 듯하다. 오토캠핑장처럼 공동 화장실과 주방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닛산이 이 집을 만든 이유는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쓰나미나 대지진으로 정전이 됐을 때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전지로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닛산은 V2H(Vehicle to Home) 시스템 개발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2018년에는 전기차와 집이 에너지를 나눠 쓰는 닛산 에너지 홈을 공개했다.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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