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테스트의 가장 큰 수확은 이산화탄소의 존재 확인이다. 신기하게도 하품이 나올 때마다 수치를 보면 어김없이 이산화탄소는 붉게 변해 있었다
논과 밭, 숲이 많은 곳에 정착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경기 파주시로 이사 오면서 상상했던 맑고 깨끗한 전원생활은 4월의 흙먼지와 5월의 꽃가루 향연으로 산산이 깨져버렸다. 집 안이라도 쾌적하면 좋으련만 신축 건물이라 1년이 지난 지금도 알 수 없는 인공적인 냄새가 난다. 그래서 얼마 전 공기질을 측정하는 계측기를 구매했다. TVOC, 초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온도, 습도를 측정하는 장비로 전문 장비만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좋고 나쁜 정도를 확인하는 용도로는 쓸 만하다. 며칠 전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면서 문득 자동차 실내 공기질이 궁금해졌다. 차 안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요즘 필수템인 마스크는 한 장으로 몇 달씩 버티는 사람이 없겠지만 자동차 에어컨 필터는 소모품이라는 것을 모르는 오너도 제법 있다. 마스크와 가격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말이다.
에어컨 필터를 교체한 후 실내 공기질 변화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측정 성분 중 TVOC는 새집증후군으로 많이 알려진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차 안 플라스틱 등에서 배출되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이다. ‘조용한 살인마’ 초미세먼지와 졸음운전 제조기 이산화탄소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성인 2명이 탑승하고 측정기를 대시보드 위에 부착했다. 에어컨 2단, 내부 순환, 선루프를 닫은 상태로 30분간 주행했다. 실내(당시 실외 온도 27℃) 온도는 34.7℃, 습도는 24.2%로 값비싼 앞유리 틴팅 필름이 무색할 만큼 고온 건조한 수치가 나왔다.
TVOC는 1.275㎎/㎥, 초미세먼지 수치는 0.1㎍/㎥를 기록했다. TVOC는 다소 높고(노란색), 초미세먼지는 매우 양호했다(초록색).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3647ppm으로 올라갔다(빨간색). 참고로 측정기 기준 이산화탄소가 3000ppm 이상일 때 매우 높음(적색)으로 표기된다. 다음으로 내부 순환을 외부공기 유입으로 바꿔 30분간 측정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모든 수치가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초록색). 초미세먼지만 1.8㎍/㎥로 조금 올라갔을 뿐이다. 다시 모든 문을 닫았다. 30분 정도 지나자 역시나 이산화탄소와 TVOC 수치가 적색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선루프를 열어 수치 변화를 확인했다. 이 또한 외부공기 유입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초미세먼지 수치만 외부 유입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하지만 측정 당시 외부 환경의 차이일 수도 있고 수치상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환기에 더 도움이 되느냐는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실내 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부공기 유입과 선루프를 열었을 때다. 적색에서 초록색으로 순식간에 내려갔다. 에어컨 필터 교체의 효과인지 초미세먼지 수치는 터널과 일반도로 모두에서 정상 범주였고 TVOC도 외부 유입만으로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테스트의 가장 큰 수확은 이산화탄소의 존재 확인이다. 신기하게도 하품이 나올 때마다 수치를 보면 어김없이 이산화탄소는 붉게 변해 있었다. TVOC와 초미세먼지는 야금야금 내 몸을 망가뜨리지만 이산화탄소는 졸음운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에 사고가 날 만큼 위험한 존재다. 이미 가득 찬 졸음 가스는 에어컨을 아무리 올려도 별 효과가 없다. 환기와 휴식만이 살길이다.
글_김수현(디자이너)
기아 쏘울 부스터 EV
가격 4630만원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모터 영구자석 AC, 204마력, 40.3kg·m
변속기 1단 자동
충전 규격 DC 콤보
무게 1696kg
휠베이스 2600mm
길이×너비×높이 4195×1800×1605mm
연비(복합) 5.4km/kWh
주행가능거리 386km
구입 시기 2019년 6월
총 주행거리 2만3355km
평균연비 8km/kWh
월 주행거리 34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만5천원(충전비), 8천원(에어컨 필터)
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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