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언어의 ‘불가해성’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이 소설의 세계는 타인에 대한 영원한 오해와 몰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언어라는 징그러움에 관해. 그 날카롭고도 허망한 것에 관해.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감각해야만 하는 것에 관해. 저자는 무심하면서도 단단하게 이야기한다. 소설 속 언어 교정원에 다니는 열네 살 소년의 내면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힘들다. 모두가 홍역처럼 겪었던 삶의 상처가, 지난날의 무수한 ‘나’가 쏟아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진짜 나의 언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발걸음을 마냥 아름답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상하고 아픈 소설이다.
■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지음│민음사 펴냄│172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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