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시간을 사는 강아지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관심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사는 강아지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관심

ㅍㅍㅅㅅ 2020-07-07 16:10:26 신고

강아지의 기다림은 우리의 외출보다 6배 길다.

강아지의 수명은 짧다. 그중 적지 않을 시간을 홀로 보낸다. 우리처럼 취미활동을 하거나 SNS를 하지 않는 강아지는 오직 주인만을 기다린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 현관 메트와 소파 등에 손을 대어 온도를 재보면, 대부분 현관 매트에 온기가 남아 있다.

© ethankent

​오랜 시간 기다리다 보면 지치고 밉기도 할 텐데, 강아지는 한결같이 주인을 반긴다. 짧은 시간을 외출해도 마치 종일 보지 못한 것처럼 힘차게 꼬리질 한다. 우리에겐 짧은 시간이지만 강아지에게는 짧지 않아서일까?

호주 브리즈번 대학의 뇌과학센터 연구진은 강아지의 인지 시간을 연구했다. 심박 수와 호르몬 분비는 체감 속도에 영향을 주는데, 심박 수가 빠르고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강아지는 체감 시간이 빠르다. 체감 시간이 빠르면, 같은 시간을 더 길게 느낀다. 강아지는 무려 사람보다 6배 더 빠르게 시간을 느낀다.

 

사랑하는 존재보다 빠른 체감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그린 영화 〈HER〉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구매한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인공지능인 사만다의 놀라운 학습 능력 덕분에 감정적 교감이 가능했다. 다만 이 성장이 ‘특이점’을 지나면서 관계의 변화가 생긴다. 사만다는 이런 말을 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한 공간을 느낀다.

​대화하는데 그 사람의 말이 모음과 자음 사이에 공백이 느껴진다면 제대로 소통이 가능할까? 유튜브에서는 영상을 4배 느리게 볼 수 있는 0.25배속을 제공한다. 인터뷰 영상을 0.25배속을 플레이하면 사만다가 느꼈던 단어 사이의 공간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기계음 같고, 행동은 정지한 것처럼 공백이 느껴진다. 강아지가 보는 우리는 그보다 더 느린 0.16배속이다.

​테오도르: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과도 얘기하는 거야?
사만다: 네.
테오도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건, OS 이건, 뭐건 간에 말이야?
사만다: 네.
테오도르: 몇 명이나 되지?
사만다: 8,316명이요.
테오도르: 다른 누군가와도 사랑에 빠진 거야?
사만다: 그걸 왜 물어보는 거예요?
테오도르: 난 모르겠어… 당신은 알겠어?
사만다: 이 문제에 대해 당신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줄곧 생각해 왔어요…
테오도르: ​​몇 명이나 돼?
사만다: 641명이에요…

출처: 영화 〈HER〉

​사만다는 테오도르를 사랑했지만, 그와 교류할 수 없는 긴 공백을 견뎌내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8,000명의 사람과 대화하며 641명의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사는 존재에게 우리와 같은 잣대로 긴 시간의 공백을 견뎌내며 한 사람만 사랑하라는 것이 합당할지는 의문이다.

​사만다와 비교했을 때, 강아지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물론 강아지의 인지 시간과 사만다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또 강아지에게는 다른 활동을 할 대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 사랑에 대해 고마움 없이 받기만 하기엔 강아지의 사랑은 너무 커 보인다. 강아지로서 6배 느린 존재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겪는 기다림 들은 이렇다.

  • - ​우리가 ​분리 수거하는 10분이 강아지에게는 1시간의 기다림이다.
  • - 우리가 외출한 4시간은 강아지에게 하루의 기다림이다.
  • - 우리가 출근한 9시부터 6시의 시간은 강아지에게는 2일이 넘는 기다림이다.
  • -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가 감당했을 시간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유기견에게 다시 사랑을 주는 증’멍’사진

유기견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다 끝내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낼지 상상조차 힘들다. 긴 시간을 기다리며 늘 한결같은 사랑을 주다 상처받은 유기견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찰칵” / © Shayan Asgharnia

​증’멍’사진. ​상처받은 유기견들을 위해 재능 기부하는 사진작가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인 이유진 작가는 유기견들이 유기견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다른 강아지들처럼 충분히 이쁘고 사랑받을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증멍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유기견 역시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유기견은 힘든 시간을 겪으며 경계와 두려움 속에 있고 겉모습도 꾀죄죄한 경우가 많았다. 철장 속 두려움에 찬 표정의 유기견의 이미지가 그들의 사랑받을 가치를 가리고 있다고 느꼈다. 작가들은 유기견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더 진심으로 소통하며 한 발 더 다가가 촬영했다.

처음에 경계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마음을 여는 유기견들의 모습을 볼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물 보호가로 활동한 도날슨(Donaldson)은 좋은 증멍사진은 입양될 확률을 10배나 올려준다고 한다. 멋진 사진작가분들의 사랑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런 멋진 일들이 이어져가길 희망해 본다.

​다른 누구도 주목해 주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주목해 주거나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부분을 진가를 알아주었을 때 사랑에 빠진다는 거죠.

  • - 박웅현, 『책은 도끼다』 中

5분 카페와 같은 평범한 캠벨 수프 그림이 5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니게 된 건, 앤디 워홀 작가가 캠벨 수프에 대해 가진 애정 덕분이다. 우리와 다른 시간 속에서도 우리를 사랑하는 이 소중한 존재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땅한 애정은 아닐까?

원문: 마인드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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