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다 말할 필요 없다" 협회 입막음 시도⋯협박으로 볼 수 없는 애매하고, 교묘한 언질

"굳이 다 말할 필요 없다" 협회 입막음 시도⋯협박으로 볼 수 없는 애매하고, 교묘한 언질

로톡뉴스 2020-07-07 16:30: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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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안세연 기자
sy.ahn@lawtalknews.co.kr
2020년 7월 7일 16시 30분 작성
2020년 7월 7일 16시 45분 수정
죽어서도 힘겨운 싸움 이어나가는 고(故) 최숙현 선수
국가대표 출신 임오경 국회의원 발언 논란⋯대한철인3종협회는 '입막음' 시도
변호사들 "범죄로 보기엔 부족해⋯다만 민사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선수들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22) 선수의 싸움은 죽어서도 힘겨웠다. 그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국가대표 선배 '임오경 국회의원'과 진상 규명에 가장 앞장서야 할 '협회'는 끝까지 최 선수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

특히, 정부 특별조사단에 들어간 임 의원은 '2차 가해'로 보일만 한 발언을 쏟아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임 의원은 "지금 제일 걱정하는 것은 가해자들"이라고 했다. 여기에 최 선수의 개인사를 묻는 발언도 '2차 가해' 논란에 불을 당겼다. 부모의 이혼과 정신병력 여부, 남자친구와 관계 등이었다.

대한철인3종협회 측은 두 차례 '입막음'을 시도했다. 모두 최 선수의 사망 당일이었다. 사건이 커지자 동료 선수들에게 전화로, 또는 장례식장에서 '굳이 피해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다'며 사건 진화에 급급했다. 결국 실제 한 동료 선수가 "입막음을 강요당했다고 느꼈다"라고 언론에 밝히기까지 했다.

모두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과 관계없거나, 오히려 방해하는 행위였다. 이를 법으로 책임지게 할 수는 없을까. 변호사들은 "(적어도 이 부분은) 형법상 범죄로 보기엔 부족해 처벌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발언 논란' 임오경도, '입막음 시도'한 협회도 모두 법적으로 처벌하긴 어렵다

변호사들은 우선 임 의원과 협회 모두에 적용 가능한 조항을 다각도로 검토해봤지만, "범죄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다"라는 의견이었다.

임 의원 측 : 명예훼손죄 적용 불가

먼저, 임 의원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는 "임 의원의 발언은 개인 의견을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도 "평가 또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여, 타인의 사회적 지위나 인격 가치를 저하할만한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 역시 "부적절한 발언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고, 법무법인 가족의 고영남 변호사도 "임 의원의 발언에 법적으로 문제 삼을 부분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모건의 이다슬 변호사도 "명예훼손죄 성립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 /로톡 DB

협회 측 : ①증거인멸, ② 위증교사죄, ③강요죄 모두 적용 불가

'입막음' 시도를 벌인 협회 측 역시 "형법상 ①증거인멸죄, ②위증교사죄, ③강요죄 등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었다.

오세정 변호사는 "동료 선수의 '입막음 시도'에 증거인멸죄(①)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대법원 판례상 증인의 증언, 참고인의 진술은 애초에 '증거 인멸'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증거 자체를 위조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라는 뜻이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도 "증인을 도피시키거나, 숨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증거인멸죄(①)의 교사로 보는 것 역시 다소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고, 이다슬 변호사도 "증거인멸 교사 죄 성립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위증교사죄(②) 역시 오세정 변호사가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했지만, 실제로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가 동료 선수들에게 향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폭행 행위가 없었다고 허위 진술을 하게 한 경우"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강요죄(③)도 어렵다"고 봤다. 최재윤 변호사는 "이 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 결정 자유를 제한할 정도의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고지해야 하는 등 협박이 동반돼야 하는데, 그 정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고영남 변호사도 "현재 공개된 정도로는 이러한 협박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조은결 변호사도 "가능성은 있지만, 협박으로 보기엔 다소 애매하다고 볼 수 있는 '교묘한 언질'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가족의 고영남 변호사, 법률사무소 모건의 이다슬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가족'의 고영남 변호사, '법률사무소 모건'의 이다슬 변호사,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 /로톡 DB

변호사 4명은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로도 어렵다" vs. 변호사 2명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있다"

변호사 6명 중 4명은 "민사적으로도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이번 발언 등이 '사회 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를 넘어서는 위법 행위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최재윤 변호사는 "임 의원과 협회의 발언이 부적절한 행위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위법성이 인정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고, 박생환 변호사도 "민사적으로도 문제 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고영남 변호사 역시 "단순히 제안, 권유한 정도 등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다슬 변호사도 "손해배상 청구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민사적으로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본 변호사들도 있다.

오세정 변호사는 "협회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소속 선수와 감독 등을 지휘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협회가 위반했다는 이유에서 그렇다"고 했다.

조은결 변호사는 "협회와 임 의원에게 모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선 협회는 "내부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은커녕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임 의원의 발언 역시 "문제의 소지가 다소 있다"고 했다. 특히 발언 중에서도 "'최 선수가 힘들어하는데 왜 부산에 방치했느냐'라고 아버지에게 물어본 부분이 그렇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최 선수 아버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발언으로 봐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최 선수의 아버지도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시 '의원님, 유족한테는 그런 말 하는 게 한 번 더 가슴에 못 박는 그런 기분이 든다'고 그랬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난 5일 해당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최숙현 선수가 검찰과 경찰 조사를 매우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친구와의 녹취록에서 나온다"며 "이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픈 마음의 표현이 왜 잘못됐느냐"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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