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대폼장]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독서신문 2020-07-11 12:49:28 신고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무지개가 하늘 위에 걸려 있기에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리 아름다운 것들은, ‘그래, 저렇게 늘 높은 곳에만 떠 있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살다 보면 높은 곳에만, 범접할 수 없는 공간에만 허락된 것들이 있지요. 나에게는 애초부터 허락되지 않았던 것처럼. 어쩌면 사랑도 높은 자리에서 빛을 발산하는 ‘나 아닌 모든 타인’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바보같이 해봅니다. 

저는 문득 무지개의 시작이 어디일까 궁금해서 그의 끝을 눈으로 좇았습니다. 끝으로 계속해서 따라가다 보니 무지개의 시작점은 절벽 사이 아주 어두운 틈새였어요. 분명 가장 짙은 색을 뒤집어쓴 그 틈에서 무지갯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어요. 가늠하기 힘든 어둠도 세상을 향해 질주하려는 그 빛을 막을 수 없었나 봅니다. 

어둠도 빛도 서로를 지지대 삼아 의지하지 않는다면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 더군다나 무지개를 살린 것은 어둠을 설득한 절망의 절벽이었습니다. 

혹시 어제 사랑의 절벽을 만나셨나요? 
가슴이 뻐근하도록 나를 추락시키는, 한때는 나의 모든 것이었던 그 사람을 앗아간, 뻥 뚫린 마음에 악마의 검은 얼굴을 심어준 그 절벽. 아니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 밑으로 떨어지며 아무에게도 손 내밀지 않고 혼자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계시는가요?

숨 가쁘게 달려가 마주한 내 마음이 결국 모두 ‘너’였다고 해도 ‘너’ 없는 삶이 내게 무가치하다고 해도. 가슴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글썽거리는 속삭임이 당신을 물들여도. 잊지 말아 주세요. 

사랑은 어느 자리에나 있고, 높거나 낮거나 진흙탕이거나 모두 당신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니 그저 자연스레 시간이 흘러들기를 기다리며 놓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절벽에서 무지개가 솟구치듯이, 가장 어두운 눈물의 밤이 우리들의 삶과 사랑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지 모릅니다. 단 한 번의 사랑이 당신의 인생을 절벽 앞으로 데려가더라도, 그곳에서 자신을 스스로 잃지 않길. 설령 무지개가 손에 붙집히지 않더라도 다시 눈부시게 살아주시기를.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슬퍼하는 모든 영혼에게 이 세상 갖가지 빛깔의 ‘사랑 조각’들을 잠들지 못한 밤, 그대의 눈동자에 뿌리오니 헤어진 다음 날에도 부디 빛을 틔우시기를. <11~13쪽>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청안 지음│레몬북스 펴냄│264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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