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담금질을 시작한 배우 오지호

다시 담금질을 시작한 배우 오지호

맨즈헬스코리아 2020-08-01 08:00:12 신고

2020년의 그는 우리가 아는 중견 배우 오지호가 아니다. 그 안에 쌓여 있는 에너지를 분출하고자 쉼 없이 갈등하고 부딪히며 또 다른 오지호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에게 명예이자 속박인 이미지를 깨고 나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좀더 자유로운 자신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냐고? 왜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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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슬리브리스 언더아머.

그와 나는 한 살 터울의 같은 40대다. 활동하는 영역은 다르지만 처음 만나는 그가 왜인지 모르게 그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것은 같은 시간을 살아왔기에, 같은 시간을 살아가기에 느끼는 것일지 모르겠다. 2006년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장철수’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을 때 나는 촬영지인 남해를 취재하고 있었다.

2010년 KBS 드라마 <추노>의 ‘송태하’ 역으로 주목받았을 때 나는 <맨즈헬스>의 수석기자로 온갖 영역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마주칠 수 있었다. 패션팀에서 그와 화보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불발된 만남이 아쉽지는 않았다. 그는 당시 몇 안 되는 몸 좋은 배우 중 한 명이었기에 언젠가는 표지 인터뷰로 만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지금 그는 자신만의 색을 축적한 중견 배우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지금 나는 <맨즈헬스>의 시니컬한 편집장으로서 변함없이 매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빛을 발하던 톱스타는 이제 대중에게 온화하고 친근한 느낌의 아저씨 연기자가 되어 있었고, 소위 ‘에지’있는 기사를 추구하던 에디터는 매달 판매와 매출을 걱정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있는가? 흘러가는 물길에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흘러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각자의 길에서 그냥 잘 살아갈 것이라고, <맨즈헬스>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잊어가고 있었다.

오산이었다. 그는 나처럼 그대로 흘러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올여름 개봉 영화 <프리즈너>와 <태백권>에서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과거의 ‘송태하’, ‘장철수’의 모습이 언뜻 비쳤기 때문이다. 아직 그대로였던가? 그를 만나기에 앞서 몇 달 전 사놓고 읽지 않았던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의 <에고라는 적Ego Is the Enemy>을 펼쳐들었다.

아직 완독은 못했지만,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그는 ‘송태하’나 ‘장철수’라는 ‘에고Ego’를 소환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자신을 가두고 있는 ‘자신’을 뛰어넘는, 지금의 ‘오지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을.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그 계획이 일로 전화되지 않는 한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

올해 1월 MBC 드라마 <두 번은 없다> 촬영을 끝내고, 4월부터 독립영화 <프리즈너> 촬영에 들어갔다. 저예산 독립영화라 여러모로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독립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알기에 나 같이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의 출연으로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무술 감독으로 잘 알려진 양길영 감독이 직접 제작하는 정통 액션물이라는 점이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저예산 영화라 촬영은 15회 차 만에 끝냈다. 1주일 정도 쉰 뒤, 5월에 또 다른 촬영에 합류했다. 영화 <태백권>이다.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앞선 영화와는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믹과 판타지를 결합한 작품이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였다.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전통 무술이란 소재에 유머와 위트를 녹여내야 하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였다. 한마디로 ‘주성치’의 분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행히 두 작품 모두 무사히 촬영을 마쳤고, 예상 이상으로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졌다고 자부한다. 사실 이후에는 영화를 알리기 위한 스케줄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두 작품 모두 여름으로 개봉이 연기되면서 갑자기 원치 않은 휴식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휴식기를 갖기 전에 나름의 맺음이 필요했다. 그것이 <맨즈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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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하든 현실의 냉혹한 실체는 젊은 시절에 품었던 이상을 침해한다. 이 현실이라는 것은 인센티브, 남들에게서 받는 인정, 그리고 정치와 권모술수 등 여러 가지 이름과 방식으로 나타나며,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행동doing에서 존재being로, 그리고 실제적인 획득earning에서 겉치레pretending로 신속하게 교정한다.
라이언 홀리데이 Ryan Holiday

지금도 대중에게 30대의 오지호는 <추노>와 <환상의 커플>로 기억되고 있다. 그 이미지에 따라 6~7년 동안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혹은 강한 남성미를 가진 남자의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데 40대 전후 무렵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이전과 달리 친근하고, 넉살 좋은 아저씨 역할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싫지는 않았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도 내 성격의 한 부분이었고, 더불어 나이에 맞는 역할이다 보니 연기하기도 한층 편했기 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대중이 좋아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그것은 연기자가 일정 정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6~7년을 ‘아저씨’로만 대중 앞에 서다보니 조금씩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쩌면 불안감일 수도 있다. 대중에게 영원히 ‘아저씨 배우’로 낙인찍힐 것 같은.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남자로서, 배우로서의 매력을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고착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사이 대중에게는 물론 제작자와 연출자에게도 나는 ‘아저씨’로 굳어진 것만 같았다. 그들이 찾지 않는다면 내가 그들 앞에 나서서 나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그렇다.

개성 강한 독립영화는 내가 가진,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찾을 수 있는 활로였던 것이다. 사실 올해 액션 영화 두 편을 출연하기로 결정할 때부터 <맨즈헬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차피 만들기로 한 몸, 강하게 나를 밀어붙일 수 있는 또 하나의 활로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젊을 때야 조금만 운동해도 벌크업이 되지만, 지금은 분명 그때의 상황이 아니었다.

<맨즈헬스>에 보여줄 몸은 완전히 다른 문제가 아닌가! 영화 촬영을 하면서 동시에 운동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할까 말까? <맨즈헬스>와 사전 미팅을 한 후에도 수십 번을 망설였다. 그리고 <프리즈너> 촬영에 돌입할 무렵, 결정을 내렸다. 가자! 일단 가보자! 어차피 한번은 가야 할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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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위안을 주려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가 하는 말처럼 소박하고 평온하게 산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 역시 어려움과 슬픔 속에서 살고 있으며 당신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결코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태백권> 촬영을 마치고 6월 한 달을 고스란히 <맨즈헬스>를 위해서만 달렸다. 아침에 러닝을 한 뒤, 곧바로 피트니스 센터로 가서 20분 스트레칭하고, 40분 동안 집중 운동을 했으며, 저녁에 다시 러닝을 했다. 주 5일이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다. 생각만큼 어려운 시간은 아니었다. 20대부터 꾸준히 관리해온 습관 때문이다.

정작 괴로운 것은 식단이었다. 이왕 보여주기로 했으니 제대로 ‘커팅’된 근육을 보여야 했고, 그러려면 오랫동안 굳어온 식습관을 버려야 했다. <프리즈너> 촬영 때부터 매일 네 시간 간격으로 닭가슴살을 먹었다. 무려 5개월이다. 평소 라면과 자장면을 즐겨 먹던 내게는 닭가슴살만큼이나 퍽퍽하고 무미건조한 지옥이었다.

과거에 비해 연기자들이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낼 채널이 많아졌다. TV와 영화만이 아니라 웹은 물론 넷플릭스 같은 OTT, 심지어 유튜브도 하나의 채널이 되고 있다. 연기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이기에 고무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만큼 공급되는 연기자도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채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캐릭터의 연기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다변화된 구조 속에서 대중의 눈도장을 받고, 그들과 함께 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느끼고 있다. 지금의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대중의 뇌리에 박혀 있는 내 이미지를 바꿀 수 없다. 그럴수록 앞으로 주어지는 배역은 더 제한될 것이고, 내 연기의 폭과 역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기자는 자신의 연기로 대중과 호흡할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대중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고, 그들을 통해 더 많은 행복을 느끼려면 오늘의 과정은 분명 내게 필요하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네 머릿속 어딘가에 행복이 있어? 대중이 너를 보며 느끼는 그 행복 말이야.” 생각해보면 대중이 나를 통해 느끼는 행복이 내게는 없었다. 대중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연기하지만, 대중이 바라는 행복을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나의 행복과 연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종의 딜레마다.

대중은 나에게서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그들이 행복하고, 나 또한 그런 그들을 통해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대중이 바라는 행복보다 내가 바라보는 행복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당장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행복이 자리잡는다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나의 연기로 발현될 것이고, 그것이 대중이 바라는 행복과 접점을 이루지 않을까? 그때를 기다리며 지금껏 내 안에 행복을 찾아 걸어왔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의 고통도 그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레이 카모 트레이닝 팬츠 포츠브이. 블랙 운동화 언더아머.

우리의 경쟁에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캐릭터가 제시되어 있다. 하나는 강한 자존심과 욕망을 특성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겸손과 정의로 무장했다. 우리는 전혀 다른 이 두 개의 모델 혹은 그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다음 거기에 맞춰서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빚어내면 된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물에서 하나는 색감적으로 화려하게 반짝거리고, 다른 하나는 더 정확한 윤곽으로 훨씬 절묘하게 아름답다.
애덤 스미스 Adam Smith

대중에게 현재의 ‘오지호’는 이따금씩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정도로만 인식되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의 ‘나’는 대중의 눈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끊임없이 일해왔다. 심지어 어느 한 해에는 다섯 편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며 스스로를 강하게 밀어붙였을 정도다.

물론 주변에서 염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소위 어느 정도 ‘급’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배우가 신인 배우처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도 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미 그에 대한 답은 얻었다.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삶은 거의 없었다. 배우로서의 삶, 다시 배역에 따라 ‘나’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로서의 삶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삶이 좋은지, 싫은지 따져볼 겨를도 없는 시간이 한참 이어지던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잊고 살아가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순간이 찾아왔다.

서서히 일을 줄여나갔고, 그 시기에 진짜 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결혼 후 2년 동안은 단 한 작품에만 출연하며 온전히 내 가족, 내 삶에 집중했다. 그런데 의외로 오래가지 못했다. 이상하게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슬슬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배우다. 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미 오랫동안 연기자로서 살아온 나는 연기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몸이 힘들더라도 연기하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다운 삶의 순간이었다. ‘급’이라는 명분이나 허울은 쫓는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일을 많이 한다고 반드시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잡히지 않는 것을 쫓기보다 그냥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에 매진하기로 했다. 연기하는 것이 즐겁다. 많든 적든 대중이 공감하며 행복을 느낄 때 나 역시 행복하다. 그것이 지금의 ‘나’, ‘오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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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Model of August 2020 너털 웃음 속에 조금은 '허당끼'까지 느껴지는, 그래서 언제나 친근하고 넉살 좋은 연기로 안방 극장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배우 오지호가 새로운 모습으로 올 하반기 스크린에 나섭니다. 드라마 <추노>의 오지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정통 액션 영화 <프리즈너>와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오지호의 감성까지 담은 판타지 액션 영화 <태백권>입니다. 늘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나서길 바라는 그의 연기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인생에 대한 진솔하고도 겸손한 이야기를 <맨즈헬스> 9월호에서 만나보세요. Editor. 성열규 Photographer. 김용식 Videographer. 차별(@chastarstudio) #맨즈헬스 #맨즈헬스코리아 #menshealth #fitness #맨즈헬스8월호 #프리즈너 #태백권 #actor #오지호 #kdrama #hallyu #라이프핏매거진 #라이프핏스타일매거진 #운동하는남자 #온라인서점판매중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핏가이 #핏걸 #mensheal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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