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실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잔 실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ㅍㅍㅅㅅ 2020-08-12 16:25:45 신고

사람의 기억력과 주의력은 완벽하지 않다. 잔 실수가 많은 동료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답답한 마음도 든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허나 이것도 반복되면 힘들다. 당사자는 미칠 노릇이고 주변 사람들은 괴롭다.

그런데 그 사람이 숫자를 이야기하는 직군이라면 ‘음…?’ 업무를 믿고 맡기기가 쉽지 않다. 보고서를 가져와도 이 수치가 맞는지 확신보다 의심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어….

그렇다고 고의로 실수하는 것도 아니다(일부러 그런다면 그건 전략이다). 게다가 이들의 업무 집중도는 다른 이들보다 높다. 틀리면 안 되니까. 투샷이 들어간 아메리카노를 30분마다 들이키며 혈중 카페인 농도 0.15%를 유지한다. 이게 술이라면 면허취소 3번은 더 당했을 거다.

“이번엔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2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고서를 만든다. 컨펌 요청 전, 한 번 더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자신 있게 전달한다. 이야~ 진짜 이번에는 틀릴 수가 없어~

또 틀렸다. 아 정말 나는 사람이 맞기는… 한 건가? 개미도 이렇게 까먹진 않을 텐데… 나는 사무직이 맞지 않는 걸까…

오늘은 잔실수 지분이 많은 대주주들을 위한 글이다. 상사, 사수, 팀장? 호칭이 어떻든 윗사람에게 혼나는 게 지겨울 거다. 자존감은 바닥에 퇴사 욕구는 하이텐션인데, 이직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왜냐고? 다른 데 가도 실수할까 봐.

지금 다니는 이곳에서 반드시 고쳐야 한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같은 업무에서 실수가 반복된다면, 업무방식의 일부가 잘못된 습관이 돼버린 게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아래는 실수한 상황에서의 일반적인 대화다.

“이건 왜 틀렸어요?”
“….”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이해가 안 돼서 물어보는 거예요.”

(이미 뭐라고 하고 있다)

비슷한 예가 있다.

“너는 왜 연애를 못 해?”
“내가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줄 아냐?”
“실수도 똑같아.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냐.”

이런 상황에서 보통 혼을 내는 사람은 “매일 같은 것을 하는데 도대체 왜 실수하지?” 라고 말한다. 이해를 못 하겠다고만 할 뿐, 해결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진 않는다(전부는 아니다). 마지막은 ‘방법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오세요’라고 한다. 결국 원론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끝이 난다.

명심하자. 아는 것이 모자라서 실수하는 게 아니다. 명심하자. 우린 거의 12년 이상의 현대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력과 주의력은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실수에는 더 예민한 편이다. 차라리 인정하자. 자존심은 버리고, 나는 남들보다 실수할 확률이 높음을!

어쨌든, 우리는 스스로의 머리를 믿는 대신 위대한 지성인들이 만든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바로 ‘실수 일지’와 ‘체크 리스트’다.

실수 노트

‘오답 노트’와 비슷하다. 다만 우린 직장인이며 하루종일 컴퓨터를 봐야 하니 연필과 노트 대신 에릭 슈미츠가 만든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하자. 빌 게이츠가 만든 엑셀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고민이 되는 건, 실수 노트의 공유 여부다.

업무 지시를 해야 하거나 받아야 하는 사람과 실수 노트를 공유 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오픈을 안 하고 혼자 할 수도 있긴 한데, 1인 사업자가 아니라면 오픈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오픈을 하면 남들이 다 지켜본다고 생각하고 더 긴장하게 된다.

실수 노트의 항목은 상황에 맞게 수정하면 되는데,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의 키워드다. 실수 노트를 만든다고 해서 내일부터 실수가 0이 되지는 않을 터, 앞으로 커피 쿠폰처럼 누적될 데이터들을 분류해야 한다. 어느 정도 모수가 쌓이면, 내가 하는 실수들을 파악할 수도 있다. 그때는 ‘체크 리스트’ 를 연동할 차례다.

 

체크 리스트

식상함을 느끼기 전에 체크리스트가 생기게 된 일화를 소개한다. 어떤 영화든지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이 나오면 이륙 전에 조종사들이 만담 하듯이 주고받는 멘트가 있다.

뒷바퀴, 이상 무!
앞바퀴, 이상 무!

1935년 10월 30일, 미국 육군항공대는 모델 299의 시험 비행을 실시한다. 차세대 폭격기로 쓰일 이 모델의 시운전은 베테랑 조종사가 맡았다. 그리고 이륙하자마자 폭발한다. 이유는 조종사의 실수. 체크해야 할 장치가 너무 많아서 조종사가 깜빡하고 제어장치를 풀지 않은 거다.

공개되자마자 폐차장으로 가게 생긴 모델 299. 해결책은 간단했다. 사고를 지켜본 군인이 만든 1p 체크리스트였다. 비행기 조종을 4개 파트(이륙, 비행, 착륙, 지상 이동)로 구분하여 점검하는 내용이었다. 브레이크 잠금·계기판 세팅·창문 및 도어 개폐 여부 등을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였다.

제2차 세계대전 미 육군의 주력 폭격기, B-17 플라잉 포트리스

결과는 놀라웠다. 모델 299는 1,800,000만 마일을 비행하는 동안 1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미 육군의 핵심 폭격기가 된 모델 299는, 오늘날 B-17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본론으로 돌아가겠다. 앞서 말한 실수 노트를 통해 데이터를 모은 뒤, 체크리스트로 실수가 잦은 업무의 진행순서를 문서화한다. 예를 들어 보고서에 들어갈 표에 숫자를 넣는 부분에서 실수가 많다고 가정해 보자.

 

표 작성 체크리스트(예시)

  1. 1. 데이터 입력 후, 원본과 숫자가 일치한 지 체크
  2. 2. 엑셀로 작성 시, 표시 형식을 회계로 했는지 체크
  3. 3. 전월 데이터 가져올 경우, 월 단위 변경 여부 체크

이런 식으로 실수가 잦은 부분을 미리 적어놓고 문서 마감 시 확인하면 된다. 수학에서의 ‘검산’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 틀린 부분이 발견되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수정하면 된다. 실수를 하지 않는 영역이라도 업무 누락 예방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는 것도 좋다.

실수는 막을 수 없다. 그러니 실수를 보이스 피싱으로 생각하자. 몇 겹의 예방책을 만들면 된다. 잔 실수를 많이 하는 그대들이여, 파이팅이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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