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오늘의 우리 만화 연작 리뷰 - 단지 & 며느라기

2017 오늘의 우리 만화 연작 리뷰 - 단지 & 며느라기

웹툰가이드 2020-08-12 17:00:00 신고

[웹툰 리뷰]단지 - 단지

오늘의 우리 만화상은 매 년 그 해에 화제가 된 만화를 5편 선정한다. 2017년에는 레진코믹스의 [단지], 다음 웹툰의 [캐셔로], [아 지갑 놓고 나왔다] 네이버 웹툰의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페이스 북에서 연재 중인 [며느라기]가 선정되었다. 이 중 [단지]와 [며느라기]의 선정 이유가 참으로 주목할만 한데, 각각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구체적 폭력의 양상을 만화의 문법안에 담아낸 수작.' '신혼 여성이 평범해보이는 일상에 깔린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인식해가는 과정을 거악에 대한 묘사 없이 서늘하게 그려냈다.' 라는 평을 받았다. 이 두 평가는 사뭇 다른 듯 하면서도 그 뿌리는 같다. 이 뿌리는 요즘 이슈가 되는 '여성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만화 [단지]는 주인공 단지가 어릴적부터 가정에서 겪어온 학대와 차별에 대해 풀어나간다. 일화를 소개하는 중간 중간 작가의 심정을 표현하는 인터뷰 장면을 넣는 것으로 작품은 내용 전개로 인한 감정의 고조를 진정시키고,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덧붙여서 작품 내에 다이어리나 카톡 내역 같이 작품 전개를 현실적으로 증명하는 요소들을 넣음으로서 이 작품이 논픽션이란 사실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감정이 고조되면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완급 조절 능력과 인터뷰와 현재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나가는 컷 연출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우리가 단지 입장일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보다 더 주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단지]를 보며 우러나는 분노와 답답함은 이런 정교한 완성도에서 비롯되었다.



[웹툰 리뷰]단지 - 단지



작품은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놀랄만큼 자기 과거에 대해 담담히 풀어나간다.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페이크 연출 활용이나, 인터뷰와 현실 전개의 컷 분배 면에서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놀랄만한 점은 단순히 학대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례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은 학대 아동의 끔찍한 사례를 늘어놓는 어린이 재단 구호 모금 홍보 전단 흉내를 내지 않는다. 작품이 대화하는 주 타깃인 '학대받은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을 위로를 자기 삶으로 표현해낸다. 이 위로는 치우치지 않는다. 단순히 피해 의식으로 똘똘뭉친 한 사람으로 인생을 끝내기보단,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고, 그 상처의 여파를 경계하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서 벗어나 새 삶을 찾아가길 간절히 기원한다.



[단지]를 보고 사람들이 같이 눈물 흘리고 위로받은 이유는 적극적으로 주인공 캐릭터의 리액션을 활용함으로, 충격적인 사연의 충격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감정적인 연출이 필요할 땐 언제나 굵은 선을 사용해가며 주요인물들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이 표현에 깔린 감정들을 작가는 독자 혼자서 곱씹게 하지 않는다. 같이 리액션을 취해주며, 그래도 별일이 아니었다며 독자를 다독이는 주인공을 등장하게 하여 완화한다. 이를 통해 주인공은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훌륭한 상담자이자, 앞서나간 인생의 선배이자, 상처를 공유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초반의 충격적인 사연들을 통해 주인공을 이 위치로 끌어올린 작가는, 완전히 옆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이 어떻게 이 감정을 풀어나가는 지 보여준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무시할 순 없다. 우리는 기꺼이 눈물을 흘리며 작가의 연출대로 따라가야 할 것이다. 작품은 독자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웹툰 리뷰]단지 - 단지



[며느라기]는 여러모로 [단지]의 대척점에 서있다. 정규 플랫폼에서 연재하지도 않고, 픽션이다. 연출 면에서 시종일관 건조함을 유지하지만 그 감정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단지보다 더 답답하게 전개된다.



[며느라기]는 주인공 민사린이 새신부가 되어 고리타분한 가정집에 시집을 가며 생기는 일을 다룬 페이스북 웹툰이다. 페이스북 계정 자체가 민사린의 계정이라는 설정이며 주인공은 항상 잘 지내보려 노력하지만, 가부장제에 물들어있는 가족 때문에 고생만 할 따름이다. 작품은 어떤 상황 설명이나 해설없이 답답한 상황 자체를 제시하며 독자들의 문제 의식을 일깨운다. 예컨데 명절날, 주인공은 부엌에 있지만 남자들은 집안일 하나 돕지 않은 채 야구만 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시누이의 어린 딸은 행주를 가져와서 식탁을 쓱싹쓱싹 닦고 친척들은 그런 아이를 칭찬한다. 이 모든 장면 속에서 주인공은 어떤 독백도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작품은 모든 것들을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작품은 가부장제의 단점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독자 스스로 이런 집안 분위기가 어떤 문제를 낳는 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작품의 의도는 목적성이 다분했고, 성공적이었다. [며느라기]가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길 사람들은 기원한다.




오늘의 우리 만화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만화가 2편이나 올라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단지도, 며느라기도 아들을 우대하는 한국의 가풍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지금껏 나오지 않던 이야기들이 봇물터지듯이 터져나온 이유는 드디어 시대가 바뀌면서, 자신이 살아온 가정 환경이 억울하고 불완전한 환경이었음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런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현세대의 여성 문제는 과거와는 다르다. 그렇구나, 하면서 살던 시절은 지나간지 오래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꺼내들며 문제를 제기할 줄 안다.


한국에서 여성 문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사실이고, 관련된 논란 역시 웹툰 판에서 종종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남아 선호 사상이 우리 가정 교육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음은 부정할만한 근거가 되진 않는다. '남자가 되서', '여자가 되서'란 이야기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테고, 어울리는 행동 양식을 강요받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알게모르게 쉬쉬하던 이런 이야기들을 작가들이 나서서 공론화하고 있다. 이는 긍정적으로 봐야될 문제다. 작가 조정래는 말했다.


"문학은 세상을 변화,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인간에게 기여해야 하며 소설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만화가도 다를 것 없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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