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느린 탓에 그리워할 것이 많은 이들을 위하여

[책 속 명문장] 느린 탓에 그리워할 것이 많은 이들을 위하여

독서신문 2020-09-23 16:48:38 신고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눈을 마주 보며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어.’
전하지 못해 아무도 모를 마음이지만 언제나 그 마음은 변치 않고 여기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릴 떄면 마음이 허무하고 공허해졌지만 나는 이따금씩 누군가의 오랜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는 순간만큼은 꽤나 많은 채워짐을 받는 듯했다. 후회는 매번 늦지만 그 마음은 영원하며 귀한 것이니까. 

나는 매번 느렸다.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에게는 늘 진심을 편히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내가 항상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전하지 못한 말들을 편지 형식의 글로 버릇처럼 남겨두곤 했다. 못다 전한 말들을 그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수신인은 다양하다. 사랑했던 사람, 사랑하고자 했지만 사랑하지 못한 사람, 그리움만 가득한 사람, 고맙고 미안한 사람,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사람…. 
모든 편지를 용기 내어 썼다. ‘이 용기가 닳아 없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가득 안고도 나는 썼다. 써야만 했다. 

편지들을 엮으며 어쩌면 하지 못한 말들이기에 이 말들을 내가 더 오래 기억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하지 못한 말들을 끝까지 하지 않았음에 다행인 순간도 있었고, 말하지 못해 평생을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또 어떤 말들은 평생 동안 절대 잊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건 이 책을 엮음으로써 이 말들이 어딘가에 가닿을 것이란 작은 믿음이었다. 

점점 내 마음을, 나의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 왜곡될까 두려워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눈을 마주 보며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이렇게 편지로 남기게 됐지만 어쩌면 이 또한 누군가의 마음을 전하는 누군가의 방식이라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분명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뒤늦게라도 전하지 못한 말들을 전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나의 편지가 작은 용기의 시작이 되길 소망하며 이 책이 부디 그 마음을, 그 아득함을 담아주길 바란다. <9~11쪽>

『아무도 모를 마음이 여기 있어요』
강선희 지음│시크릿하우스 펴냄│176쪽│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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