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싫다는데도 계속 합의를 요구하면 엄하게 처벌하겠다" 경고한 판사가 있다

"피해자가 싫다는데도 계속 합의를 요구하면 엄하게 처벌하겠다" 경고한 판사가 있다

로톡뉴스 2020-09-24 18:3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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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엄보운 기자
eom@lawtalknews.co.kr
2020년 9월 24일 18시 31분 작성
2020년 9월 24일 18시 34분 수정
랜덤채팅방에 여성 후배들 전화번호 공개한 경찰 간부
1심서 징역 8개월 선고받았지만⋯곧바로 항소 "법리적으로 무죄다"
피해자, 재판 출석해 증언 "난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랜덤 채팅방'에서 후배 경찰관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성폭력 범죄를 유도한 경찰 간부에게 재판부가 "합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랜덤 채팅방'에서 후배 여성 경찰관의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성폭력 범죄를 유도한 경찰 간부에게 항소심(2심) 법원이 "합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계속 합의를 종용하는 일을 계속했다간 형을 가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후배 경찰 신상 '지인능욕' 랜덤채팅방에 뿌린 경찰 간부

사건은 지난해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김모 경위(당시 경감)가 이른바 '지인능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랜덤 채팅방에서 후배 여성 경찰관들의 신상을 무차별 유포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김 경위는 경찰 내부망을 통해 얻은 여성 경찰관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피해자들이 스스로 음란한 언행을 한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랜덤채팅방에 공개했다. 그 방에 있었던 다른 남성들은 공개된 전화번호로 성적 표현이 담긴 메시지와 사진 등을 전송했다.

피해자, 법정서 "난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난 7월 열린 1심에서 김 경위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곧바로 항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서부지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2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정계선⋅황순교 부장판사)는 24일 열린 재판에서 피해자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내게 도대체 왜 이렇게 했을까. 스스로 수천 번 질문했다"며 "이제 그 질문의 답을 안다. 피고인(김 경위)에게 저는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모르는 남자의 메시지를 받고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한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피고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법정에는 A씨 말고도 김 경위로부터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도 같이 자리했다.

"피고인, 피해자에 합의 강요하면 양형에 반영하겠다" 재판부 경고

김 경위 측은 2심에서 양형 부당과 법리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전화만으로는 공포심을 유발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피해자가 받지 않은 전화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에 반복적인 범행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랜덤채팅방 참여자들이 걸어온 전화를 모두 다 받은 것은 아니므로, 부재중으로 남은 전화는 범행 횟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 경위 측 변호인은 "이런 범행을 제외하면 총 9개월간 7번의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범행의) 반복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합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조소혜 디자이너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합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조소혜 디자이너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결정적 이유였던 '반복성'을 깨기 위한 주장이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 입장에서 특정 번호로 수십 통의 전화가 계속 걸려올 때 굉장한 노이로제와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데 전화만으로는 공포심을 유발할 수 없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장을 맡은 성지호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피고인인 김 경위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

성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의 탄원서를 보면 피고인 측이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시 한번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데 합의를 얘기해 괴롭히는 일이 벌어지면 양형 참작의 중요한 이유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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