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남성복을 제시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x 피어 오브 갓

새로운 남성복을 제시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x 피어 오브 갓

에스콰이어 2020-09-24 22:00:00 신고


NEW VISION

with

ZEGNA × FEAR OF GOD







ALESSANDRO SARTORI

ARTISTIC DIRECTOR OF ERMENEGILDO ZEGNA GROUP

피어 오브 갓의 수장 제리 로렌조와의 협업은 정말 뜻밖이었다.
이전부터 로렌조의 디자인을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를 만날 일이 있었다. 우린 개인적 관심사나 특정 주제에 대한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성복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성복의 새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에 대한 것. 이번 협업 컬렉션은 그 대화로부터 시작됐다. 이 컬렉션은 한마디로 2개의 창의적인 마인드가 결합해 함께 작업하고 고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남성복에 관한, 더 나아가 현재의 패션 동향에 관한 우리의 아이디어를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로렌조의 스타일에 관한 컨템퍼러리한 비전과 접근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른 디자이너와 이렇게 가까이 일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특별한 여정이었다.

평소 피어 오브 갓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로렌조의 디자인을 웹으로 처음 접했고 실물을 직접 본 건 일본의 한 가게에서였다. 난 피어 오브 갓의 스포츠웨어에 담긴 시크함과 퀄리티, 세련된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또 옷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컬러 팔레트와 패브릭을 다루는 방식도 매우 뛰어났다.

제냐와 피어 오브 갓은 상반된 카테고리에 놓인 듯하지만 편안하고 우아하며 타임리스한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렌조와 나는 배경이 극명하게 다르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강력한 케미스트리가 있고 세련됨을 추구한다는 공통된 비전이 있다. 이번 협업은 매우 균형감 있게 진행되었고, 전 과정의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깔려 있었다. 두 정체성의 완벽한 결합,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전문성 있는 테일러링과 피어 오브 갓의 스타일리시한 레저 웨어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실루엣과 비율을 재창조한 컬렉션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번 컬렉션은 새로운 세대의 럭셔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이었나?
우아하면서도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젊은 남성의 컨템퍼러리한 스타일에 부합하도록 제냐와 피어 오브 갓의 DNA를 적절히 믹스하려 했다. 제냐와 피어 오브 갓 모두 고유의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브랜드인만큼 이 컬렉션을 통해 독립적인 스타일을 일깨우면서 남성복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소재와 컬러가 무척 온화하고 편안하며 고급스러워 보였다.
컬러 팔레트는 멜란지 그레이, 비쿠냐, 토프 등 뉴트럴 톤 위주다. 가장 아이코닉한 피스는 1980년대 스타일에서, 트렌치코트와 더블 재킷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서 영감을 받았다. 디자인하면서 당시의 무드를 따라가려고 애쓰는 대신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클래식한 스타일만 고수하기보단 새로운 언어로 변화를 주는 등 말이다.

오버사이즈 재킷과 코트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룩도 궁금하다.
블랙 가죽 재킷과 비쿠냐 가죽 재킷을 먼저 꼽겠다. 빅 코트도 캐멀과 블랙 컬러 모두 맘에 들고 슈트도 만족스럽다.

캠페인 사진과 모델도 기존 제냐의 비주얼과는 달랐다.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고객 유입을 기대한다고 봐도 될까?
확실히 이번 컬렉션으로 제냐를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게 된 것 같다. 또 제냐가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클래식한 남성복 세계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생각하며, 테일러링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2021 S/S 컬렉션을 피지털(physital) 쇼로 선보였다.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 경험은 어땠나?
패션의 아름다움은 창의성에 있다고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다. 제냐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패션쇼 대신 전 세계 어디에서나 새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형식을 도입했다. 이 어려운 시기는 곧 많은 변화의 계기이자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나는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길 원하고 있고, 테크놀로지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걸 알게 됐다. 더 많은 대중에게 긴밀하게 다가갈 수 있고 큰 에너지와 생각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JERRY LORENZO

FOUNDER OF FEAR OF GOD

당신에게 제냐는 어떤 브랜드인가?
제냐 옷을 보면 우아함과 세련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110년에 걸쳐 쌓은 뛰어난 기술과 품질로 옷을 만드는 장인 정신의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느꼈고. 그런 제냐와의 만남은 피어 오브 갓에도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제냐가 테일러링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면 피어 오브 갓은 스트리트웨어를 대표한다. 매우 다른 스타일의 두 브랜드가 협업하면서 느낀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점은 다른 상품군을 다룬다는 것. 스웨트셔츠나 후디를 즐겨 입는 사람과 테일러링 슈트를 입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담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둘 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닌 오늘날의 남성들에게 진짜 필요한 옷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컬렉션도 오늘날의 남성들에게 진짜 필요한 옷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봐도 될까?
정확하다. 우리는 남성들이 스트리트웨어와 테일러링 스타일 중간 지점의 옷을 원한다고 느꼈다. 슈트 차림만 고집하던 회사도 금요일만큼은 캐주얼한 스타일을 허용하듯 캐주얼은 이제 큰 트렌드다. 동시에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슈트를 찾는다. 우리는 이 둘 다 사랑할 수 있는 지점의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 고민 끝에 슈트의 정석에 기초한 캐주얼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번 컬렉션은 재킷, 코트, 투턱 팬츠 등 기존 제냐의 상품군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피어 오브 갓을 결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제냐의 완성도 높은 슈트 형태에 피어 오브 갓 스타일의 디테일을 더해 구성했다. 오버사이즈 핏의 코트, 라펠을 없앤 재킷, 버클 없이 조일 수 있는 벨트까지. 스웨이드 소재 더블 포켓 오버 셔츠, 나일론과 니트를 함께 사용한 풀오버 등 여러 소재를 과감히 섞기도 했다.

확실히 재미있는 디테일이 많이 보인다. 그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가장 신경 쓴 것은 어깨 형태. 코트와 재킷에는 1980년대 재킷에 주로 사용한 커다란 어깨 형태를 적용했고, 허리의 다트 디테일은 최소화해 캐주얼한 무드를 강조했다. 피어 오브 갓의 폰트를 사용해 만든 제냐 로고도 귀엽다.

슈트에 칼라가 달린 셔츠 대신 헨리넥 셔츠를 매치하는 등 생경한 조합의 스타일링도 돋보인다. 하지만 아이템 하나하나는 시도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것들로 구성했다.
이번 컬렉션을 만들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인데 알아봐줘서 기쁘다. 우리는 고객이 자연스럽게 입고 싶어지는 옷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의 목표에는 억지스럽게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기존에 존재하는 아이템을 변형하고 조합하는 것이 적합했다. 피어 오브 갓에서 매번 하는 일도 동일하다.

협업을 하면서 제냐로부터 가장 감명받은 것은 무엇인가?
테일러링 기술과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퀄리티의 울이 기억에 남는다. LA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제냐의 질 좋은 캐시미어 원단을 사용해 피어 오브 갓 스타일의 후디와 스웨트팬츠를 만드는 작업은 특히 즐거웠다. 테일러링에 정통한 사르토리와 함께해 적절히 완급을 조절할 수 있었다.

사르토리와의 전반적인 호흡은 어땠는지도 묻고 싶다.
매우 좋았다. 그는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우아한 사람이었고 서로 부담 없이 의견을 나눴다. 패션계에서 서로의 영역은 달랐지만 남성 패션 시장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높은 이해도를 가졌다는 점이 통했다.

이번 컬렉션은 유니섹스로 출시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번 컬렉션은 기본적으로 남성을 위해 제작했지만, 오버사이즈로 디자인해서 여성들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평소 남성복을 입은 여성이 멋져 보이기도 했고.

스타일 관점에서 스트리트웨어와 테일러링을 아우르는데, 어떤 고객이 명확한 타깃인지 궁금하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둘 다’이다. 컬렉션 상품 전체를 두 스타일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해 만들었다. 피어 오브 갓의 고객에게는 테일러링이 가미된 캐주얼 스타일을 경험할 기회가 되고, 제냐 고객 또한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옷을 부담 없이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다.

현대 남성 패션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남성 패션 그리고 스트리트웨어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패션 스타일도 다양해지고, 더욱 다양해질 것 같다. 슈트 차림만 고집하던 사람들도 스웨트셔츠를 구매하고, 캐주얼한 스타일만 즐겨 입는 사람들도 슈트를 입고 싶어 하는 것처럼. 하지만 스웨트셔츠만 입던 사람이 갑자기 완벽히 테일러링된 슈트를 구매하는 것은 어려운 일. 현대의 남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은 지키면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이번 컬렉션 또한 그 일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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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네질도 제냐의 탁월한 테일러링 감각과 피어 오브 갓의 세련된 캐주얼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 결과 현대의 남성에게 필요한 캐주얼하면서 격식 있는 차림에도 어울리는 컬렉션으로 완성됐다. 라펠이 없는 테일러드 재킷, 오버사이즈 코트, 스웨이드 셔츠 재킷, 블랙 레더 보머 재킷 등의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EDITOR 고동휘/임일웅 PHOTO 에르메네질도 제냐 DIGITAL DESIGNER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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