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다정하고 쓸쓸한 이야기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책 속 명문장] 다정하고 쓸쓸한 이야기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독서신문 2020-09-25 13:36:00 신고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이 이야기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당신만이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신호를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먼 별의 빛으로 여기와 거기 간의 거리를 재는 과학자처럼, 나는 이야기의 주인을 두고 적어가는 사람.<17~18쪽>

당신이랑 걷는 일. 나의 걸음은 빠르고 당신의 걸음은 느리니까 나는 언제 걸음의 수를 센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세면 되는 것인지, 그건 마음이 안다. 생각보다는 빠르고 마음보다는 느리게. 그러면 당신은 내 곁에 있다.<24쪽<

나의 기척은 당신 오른편에서 안녕한지. 아니, 이러한 나의 기척을 당신이 알고는 있는지. 그래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여전히 나는 돌아보지 않았고 여전히 벚꽃 잎은 쏟아지고 있었고 당신은, 나의 왼편에 있을 거였다.<35쪽>

창밖은 더 어두워질 수 없을 때까지 어두워졌고 차들은 여전히 내달리는 중이었다. 옆방에서 누가 짧게 헛기침을 했을 뿐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나는 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움직이면 넘칠까 봐 겁내는 한 컵의 물처럼. 가만히.<186쪽>

청춘, 빛을 물고 있는 단어. 저녁의 온도곁에 비스듬히 서서, 막연히 기다리는 나이. 당신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어린 네가 웃으며 걸어올, 어쩌면 뛰어올 그래서 기다리고 걱정하는 그런 계절. 도무지 돌아올 것 같지 않은 건너편에서 내 쪽으로 오는 그 빛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시간.<298쪽>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유희경 지음│아침달 펴냄│32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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