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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정지원 리뷰어] 필자는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습과 연애에 필연적인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아직도 여전히 여고/남고로 성별을 분리해서 학생을 받는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에서 최종 목표라고 믿었던 대입을 위해 학교에 다녔지만 정작 사회에 내가 비쳤던 모습은 ‘입시생’ 이전의 ‘고등학생’도 아닌 그저 ‘여고생’이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던 남자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좀처럼 ‘남고생’이라고 불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여자고등학교를 다니는 우리는 어디를 가든 ‘여고생’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여고를 다녀서 그런가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보고 들은 ‘여고생’이라는 의미는 절대 내가 생각한 단순한 의미만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여고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차별적이며 은연중에 특정한 성적 판타지가 포함되어있다는 사실 또한 매체를 통해 그리고 학교 앞에 가끔 출몰했던 ‘바바리맨(노출증 환자)’에 의해 알게 되었다.
우리끼리는 장난식으로 ‘남고와 여고는 똑같다.’라고 말하는 에너지 넘치는 학교생활이 매체에서는 누군가의 판타지를 보여주듯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작고 귀엽고 수줍은 소녀 캐릭터가 나오거나 몸매가 드러나는 교복을 입고 당차지만, 어딘가 부끄러워하는 소녀 혹은 서로 기 싸움을 하는 살벌하고 어두운 학교 분위기로 연출되었다. 내가 본 어디에서도 ‘진짜’ 여자 고등학생들을 왜곡된 시선 없이 오롯이 담아내는 콘텐츠가 없었다. '땐뽀걸즈(2017)'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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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이규호 선생님의 말씀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와도 같다. 아이들도 전문 댄서가 되겠다는 사명감을 가졌거나 아니면 여타 한국의 다른 학교들이 그렇듯 대입을 위한 한 줄 스펙으로 삼기 위해 입부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재밌어 보여서 춤이 즐거워서 동아리에 들어 친구들과 합을 맞춰가며 열심히 춤을 춘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즐거워서 시작한 것에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그 시절의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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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조선소 구조조정으로 인해 하청업체 직원들부터 일자리를 찾아 부산 등지로 떠나가는 등 추운 바람이 부는 바깥세상이지만 그래도 학교는 여전하고 학생들은 여전히 열심히 춤을 춘다. 거제여상 특성상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맞이하게 될 현실이겠지만 그 추운 현실에서 땐뽀걸즈를 하며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며 재미를 느꼈다’는 경험 자체가 학생들에게 있어 단단하고 따뜻한 추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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