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할 수 있을까?

내 집, 마련할 수 있을까?

싱글즈 2020-09-25 17:00:00 신고

내 집, 마련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7년 전 5억원을 호가하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이제 10억원을 돌파했다.

집을 산다는 게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룰 때나 생각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연일 쏟아지는 부동산 기사를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과연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걸까?’ 우선 기존의 생각부터 바꾸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살 때 집값의 전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가진 돈의 전부로 집을 사는 나라는 없다. 담보대출을 의미하는 ‘모기지(mortgage)’는 ‘죽을 때까지’라는 의미를 갖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집을 소유하는 35년(주택담보대출 최장 기간) 동안 이를 갚아나간다. 죽을 때까지 갚는 그 심정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도 첫 주택을 살 때 동료들에게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걸 다 갚아요?”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하지만 집은 거주하는 공간이다. 최소 5년은 팔 이유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전액을 어떻게 갚아나갈지보다, 매달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단 뜻이다. 너무 무책임한 말일까? 글쎄. 실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 대부분은 대출을 갚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쓴다. 첫째, 구입한 집에 전세를 주고 대출을 일시 상환한 후 본인은 다른 집을 또 매수하거나 전월세로 이사. 둘째, 집을 팔아 대출금 갚기. 셋째, 주택연금에 가입함으로써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차액에 대해서만 연금받기. 나는 이 중 2번째 방법을 주로 활용했다. 여건이 되는 선에서 집을 한 채 사고 거주를 한 후, 다시 팔아 기존 대출은 갚고 조금더 (회사와 가깝고, 자녀 키우기) 좋은 집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그렇게 4년 동안 4번의 이사를 하면서 부동산에 대해 실제적인 경험도 쌓고 더 좋은 집을 고르는 눈을 조금씩 키워왔다. 소위 말하는 ‘투자 고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손해를 보는 부동산은 사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대출을 받아 35년 동안 착실히 갚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한다. 단, 현 정부 정책은 지역에 따라 대출을 일괄 규제한다는 것이 문제다. 아무리 자신이 무주택자이고 소득 수준이 높다 하더라도 서울이라는 이유로 집값의 40%만 대출이 된다고 하니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무주택자에게는 집값의 최고 100% 담보대출을 해주는 나라도 있다던데. 정부가 이런 걸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포기하는 순간, 그때가 끝’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비록 지금이 무척 힘든 시기일지라도 이렇게 접근해보자. 우선 본인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의 최대치를 구하자. 당연히 대출 포함이다. 대출 2억, 자기 돈 2억, 총 4억원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대출 2억의 경우 2.5%의 금리, 35년 원리금균등으로 상환할 경우 매달 71만5000원 정도를 납부해야 한다. 이 금액이 본인 소득의 50% 미만이어야 한다. 나는 소득의 70%까지 받아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말리고 싶다. 본인 상황에 맞게 가용할 수 있는 대출 금액을 먼저 정하자. 다음 가용 자금 4억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을 살펴보자. 이때 주거 형태와 지역을 결정해야 한다. 당연히 아파트를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라도 직장이 가깝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갈수록 비싸다. 이러한 지역의 특징을 ‘입지’라고 하는데 누구나 그러한 입지를 선호하기에 가격이 높다. 수요가 높으면 가격 역시 높아지지 않는가? ‘수요가 높으니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부(不)’동산이다. 즉 ‘움직일 수 없는’ 재화로, 인기가 많은 그 지역에 팔리지 않는 주택을 가져다놓을 수 없다. 이 현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한정된 자금으로 원하는 지역을 계속해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이때 서울을 중심으로 하면 한 가지 특징이 나타나는데, 강남·종로·여의도에서 가까울수록 집값이 비싸고 멀어질수록 가격이 내려간다는 점이다. 세 곳이 서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가장 많아서다. ‘돈이 많으면 편하게 차로 이동해도 되니 한적한 곳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부자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이다. 출퇴근을 위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가장 아깝게 생각한다.

이쯤에서 나름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꼭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나요? 중심지에 있으면서 직장과 가깝고 편의는 누리되, 집값이 저렴한 빌라나 오피스텔은 어떤가요?”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 그 빌라나 오피스텔은 나중에(5~10년 후) 어떤 사람에게 팔 건가요?”라고 묻고 싶다. 마땅한 답변이, 확신이 없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앞서 설명한 대로 세를 놓거나, 집을 팔거나 혹은 연금에 가입해 담보대출을 갚아야한다. 연금의 경우 아파트 대비 빌라나 오피스텔은 그 가치가 적은 편이며 팔거나 세를 놓기에도 불리하다. 가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내 집 마련을 생각할 때, 양질의 일자리와 가깝거나 향후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곳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물리적 거리는 비록 멀지만 GTX나 신분당선 등 교통수단으로 이를 단축할 수 있는 입지를 고려하자. 서울에서도 이런 지역에 4억원대의 아파트가 있다. 물론 여러 측면에서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질문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다 집값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거주할 집을 구하는데 당장 몇 개월 후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배아파할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는 5~10년 후 가격을 생각했을 때 지금보다 최소한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중간에 발생하는 가격 변동은 크게 의미가 없다. 가격이 오른다고 팔것도 아니고(주변 집도 다 올라가 결국 갈 곳이 없다), 가격이 떨어진다고 팔 것도 아니다. 기분은 좀 나쁘지만 은행에 내는 대출금 원리는 동일하니까. 중요한 건 여력이 되는 선에서 대출금을 납입 할 수 있고 직장에 다니기 적당히 좋으면서, ‘내 집’이라는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그런 곳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이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월세 내느니 차라리 은행에 월세(대출금 원금과 이자) 내는게 낫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가장 최저점에서 집을 사겠다는 것이야말로 거주자가 아닌 투자자의 관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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