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Yet U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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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2020-09-25 17:00:00 신고

바람과 햇살, 날이 ‘적당한’ 지난 6월 10일, 남산에 위치한 한국의집 중정. 그 곳에서는 오랜 국제(!) 커플의 전통 혼례가 진행 중이었다. 주인공은 <노블레스> 파리 통신원이자 프로듀서로 다양한 촬영과 취재를 진행하며 파리에 거주하는 신부 배우리, 그리고 그녀와 영화학교에서 만나 자그마치 19년을 함께해온 프랑스 내무부 소속 공무원인 신랑 마르크 피니야(Marc Pinilla). 1998년 학교에서 선후배로 처음 만난 그들은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사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커플이 되었다. 소위 말하는 처음부터 ‘불꽃 튀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서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친구처럼 지내며 지금까지 19년 동안 성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함께 실수도 하며 천천히 철이 들고 있는 중이라고.
사실 결혼에 대한 특별한 로망이 없었던 예비 신부는 오히려 마흔을 넘기면서 문득 친구로 지내던 그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인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한 이후 전통 혼례가 아닌 다른 경우의 수는 한순간도 고려한 적이 없다는 그녀. “국제 커플이 대부분 전통 혼례를 올려서가 아니라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저에게는 오히려 한국적인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결혼 선물로 받은 목각 원앙도 집에 ‘자랑스럽게’ 장식해놓았을 정도로요. 또 ‘어린 신부’도 아닌데 너무 드러내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서구식 웨딩드레스보다는 한국적인 ‘잔치’느낌 물씬 나는 한복을 입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물론 지나고 생각하니 탁월한 선택이었고요.”
전통 혼례의 가장 큰 매력으로 커플들은 본인이나 하객들에게나 흥미로운 추억을 선사한다는 점을 꼽았다. 아무래도 보통 결혼식에서 하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식을 제대로 지켜보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전통 혼례의 경우 모두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라 식 내내 집중해서 함께해주기 때문인 듯하다고. 식이 시작되자 신랑은 맞은편에서 걸어와 사랑의 증표인 기러기를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기럭아비’에게 기러기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남동생과 먼저 인사한 후 처가를 상징하는 안채 앞으로 와서 기러기를 바치고 두 번 절했다. 그다음 신부가 안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커플이 함께 마당 중앙으로 나가면서 본격적인 식이 거행되었다. 실제 결혼식에 참석한 에디터도 이 장면을 고스란히 눈에 담으며 집중했다.
특히 신랑이 정성스럽게 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제가 한국말도 모르는 외국인인데 실수를 하거나 성의가 없어 보이면 한국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습니다”라며 “혼례를 올리면서 신부는 물론 처가에 대한 예의, 신랑과 신부의 상호 존중이 중요한 화두인 한국의 전통 혼례 방식이 무척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전통 혼례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다.
결혼식 이후 파리의 일상으로 돌아간 커플이 안부 인사를 보내왔다. “결혼식을 치른 후 진짜 ‘가족’이 된 지금, 표면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지만 서로 마음가짐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제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특히 외국인인 신랑의 경우 말이 통하지 않아도 처음 보는 하객들이 모두 환대해준 순간순간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남산 한국의집 중정에서 열린 마르크 피니야와 배우리의 전통 혼례 장면. 기럭아비에게 사랑의 증표인 기러기를 받은 신랑이 처가를 상징하는 안채로 와 기러기를 바치고 신부와 함께 마당으로 나가면서 식이 진행되었다. 참석한 하객들은 흔치 않은 전통 혼례 절차에 집중하며 새 출발을 하는 신랑・신부를 축하해주었다.

 

에디터 이서연(janicelee@noblesse.com)
사진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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