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는 뼈로 만들었다"

"피라미드는 뼈로 만들었다"

이웃집과학자 2020-09-25 17:25:00 신고

대피라미드, '처음엔 하얀색'

쿠푸왕의 대피라미드. 출처: fotolia
기자에 있는 대피라미드. 출처: fotolia

이집트 기자(Giza)의 대피라미드(Great Pyramid of Giza)는 기원전 2,560년경 건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집트 제 4왕조의 파라오인 쿠푸의 무덤입니다. 대피라미드는 1880년 쾰른 대성당이 완공되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이었습니다. 당시 피라미드는 오늘날처럼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았습니다. 매끄러웠고, 하얀 석회암 층으로 가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햇빛이 비칠 때마다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원랜 흰색 광택이 났던 대피라미드. 출처: 유튜브/Smithsonian Channel
원래 흰색 광택. 출처: 유튜브/Smithsonian Channel

대피라미드 건설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동원된 인력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피라미드 건설에는 평균 무게가 개당 2.5t인 석회암 블록이 250만개나 쓰였습니다. 이 블록들을 차곡차곡 쌓아 210층 구조물을 만든 겁니다. 이 블록들은 근처의 석회암 광상에서 꺼내 썰매에 실어 건축 장소로 옮긴 뒤 흙으로 만든 경사로 위로 끌어올려 쌓았습니다. 내부 방들의 벽을 만들 때는 다른 암석을 사용했습니다. 무게가 최대 80t가량 되는 거대한 화강암 블록을 사용했습니다. 이 블록들은 나일강 상류 쪽 약 640km 거리의 아스완에서 운반해왔습니다. 

대피라미드 건설에 사용된 블럭. 출처: AdobeStock
대피라미드 건설에 사용된 블럭. 출처: AdobeStock

이후 피라미드 바깥쪽을 덮었는데요. 여기에는 나일강 건너편, 더 먼 곳에서 캐낸 석회암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이 석회암들을 촘촘하게 맞춰 이어 붙인 뒤 잘 다듬어 윤이 나게 했습니다. 이 석회암 덕분에 피라미드가 빛났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바깥쪽을 둘러쌌던 석회암들은 대부분 제거돼 다른 건축에 사용됐습니다. 그래서 대피라미드는 현재의 모습이 됐죠. 

 

그 석회암, 본래 바다생물로 형성

유공충 껍데기. 출처: AdobeStock
유공충 껍데기. 출처: AdobeStock

대피라미드의 암석 블록 표면을 자세히 보면 지금도 간혹 작은 해양 생물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유공충인데요. 유공충은 단세포 생물인 원생동물입니다. 원생동물 중에서는 제법 큰 편인데요. 일반적으로는 1mm 이하이지만, 수 cm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공충은 자라면서 석회질 껍데기를 자라게 합니다. 그 종류에 따라 다양한 껍데기를 생성합니다.

피라미드에 쓰인 석회암은 화폐석이 만들었다. 출처: AdobeStock
피라미드에 쓰인 석회암은 화폐석. 출처: AdobeStock

유공충 중에서도 피라미드의 석회암을 만든 녀석들은 크기가 좀 큰 녀석들입니다. 이러한 거대 유공충이 세월이 지나 화석이 되면 화폐석(Nummulite)이 됩니다. 화폐석은 라틴어로 '작은 동전'이란 뜻입니다. 화폐석의 모양과 크기는 실제로 작은 동전 정도입니다. 큰 것은 직경이 6cm에 달합니다.

 

화폐석이 주로 석회암을 이룬 광상은 나일강 주변 뿐 아니라 북유럽,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에서 동남아시아까지 광대한 지역에서 발견됩니다. 여기서 발견되는 화폐석 석회암은 4천만~5천만년 전 따뜻하고 얕은 테티스해 가장자리에 퇴적됐습니다.

 

유공충이 석회암 만드는 원리

지구의 지질시대. 에오세는 신생기. 출처: 책 '오리진'
지구의 지질시대. 에오세는 신생기. 출처: 책 '오리진'

신생대 고제 3기의 에오세 전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지구의 온도는 꽤 오랫동안 높은 상태가 지속됐는데요. 덕분에 해수면이 상승하며 테티스해의 물이 북유럽과 북아프리카를 뒤덮었죠. 따뜻한 물에는 전반적으로 유공층이 많이 살았습니다. 유공충이 죽자 주성분이 탄산칼슘이었던 껍데기가 거대한 더미를 이뤄 가라앉았고 해저 바닥을 뒤덮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이 껍데기 더미가 서로 들러붙어 석회암이 된 겁니다.

테티스해가 닫히면서 지중해가 생겨났다. 출처: 책 '오리진'
테티스해가 닫히면서 지중해가 생겨났다. 출처: 책 '오리진'

이렇게 생성된 석회암 광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북아프리카에는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동전 모양의 화석들이 사막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구성하는 큰 바위 덩어리들도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걸쳐있는 하나의 거대한 석회암판에서 떼어내 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수 많은 유공충 껍데기로 만들어진 이 화폐석 석회암은 생물학적 암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great pyramid of Giza). 출처: fotolia
기자의 대피라미드(great pyramid of Giza). 출처: fotolia

책 <오리진>의 저자이자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루이스 다트넬 교수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거대한 석회암 블록으로 피라미드를 지으라고 명령하긴 했겠지만, 실제로 그 피라미드를 만든 것은 또 다른 생명체였다"며 "파라오의 무덤들은 커다란 단세포 해양 동물의 골격이 모여 생긴 암석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빙하기는 어떻게 신체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를 압도했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시켰을까요. 고대 문명의 대표적인 발상지는 왜 지진과 쓰나미, 화산의 위험이 높은 판의 경계에 존재했을까요. 그리스의 산악 지형은 어떻게 고도의 문명과 민주주의를 탄생시켰던 껄까요. 뉴욕 맨해튼에 고층 빌딩이, 영국에 지하철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원리는 무엇일까요.

 

책 <오리진>은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에 따라 인간의 문화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설명해줍니다. 저자는 46억 년 지구 역사를 통틀어 현생 인류가 출현한 건 고작 4~5만 년 전이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구의 역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참고자료##

 

  • 루이스 다트넬, 오리진, 흐름출판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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