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는 2009년까지⋯그런데 그 이전 뇌물도 인정돼 처벌받은 김학의, 왜?

공소시효는 2009년까지⋯그런데 그 이전 뇌물도 인정돼 처벌받은 김학의, 왜?

로톡뉴스 2020-10-28 21:09:40 신고

이슈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20년 10월 28일 21시 09분 작성
2020년 10월 28일 21시 19분 수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항소심서 징역 2년 6개월 선고받고 구속
1심에서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처벌 못 했는데⋯2심 재판부는 유죄 판단 근거는?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에서 일부 뇌물 혐의가 인정됐다. /연합뉴스

이른바 '별장 성접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던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이 28일 법정구속 됐다. 김 전 차관은 지난 7년간 세 번의 검찰 수사와 두 번의 재판을 받았음에도 이날 전까지는 무패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이번 2심 재판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무엇이 달랐기에 이번에는 유죄가 선고된 걸까. 결정적인 이유는 사소했다. 김 전 차관이 '스폰서' 사업가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사용요금 '174만원'이었다.

2심 재판부는 '174만원'만을 유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를 시작점으로 삼아 뇌물의 범위를 넓혔다. 결국 1심에서 공소시효가 완료됐다고 본 2009년 이전의 뇌물수수까지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2심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된 뇌물 금액은 4300만원이었다.

일반적으로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그 공소시효의 '벽'을 넘었다. 가능했던 건 '포괄일죄' 덕분이다.

유죄의 결정적 근거 '174만원'은 과거부터 받은 뇌물의 연장선

먼저,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시기는 지난 2000~2011년. 총금액은 5300만원이다.

앞서 1심은 ①2009년 이전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②2009년 이후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면소란 공소시효가 지난 것과 같이 소송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경우에 내리는 판결이다.

휴대전화 요금을 대납했던 것을 과거부터 쭉 이어져 온 뇌물의 연장선상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휴대전화 요금을 대납했던 것을 과거부터 쭉 이어져 온 뇌물의 연장선상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당시 2009년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검찰이 김 전 차관을 2019년 6월에 기소했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라는 법 규정에 따라 2019년부터 과거 10년 안에 벌어진 사안에 대해서만 유무죄를 따져볼 수 있었다.

2심 재판부는 일단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2011년 휴대전화 요금에 주목했다. 사업가 최씨가 대납한 요금 174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그리고 뒤이어 이 대납이 과거부터 쭉 이어져 온 뇌물의 연장선상이라고 판단했다. 사업가 최씨는 휴대전화 요금을 대납해주면서 명절마다 떡값으로 상품권을 건네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신용카드도 8년간 맡겼다. 이 행위들이 모두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하나의 범죄로 본 것이다.

과거 뇌물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해 하나의 죄로 묶는, '포괄일죄'를 적용한 재판부. 이렇게 되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묶인 범죄 모두의 공소시효가 마지막 범행이 종료된 시점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1심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2000~2009년의 뇌물에 대해서도 처벌 할 수 있다.

2심 재판부는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2심 재판부는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❶ 공소시효가 아직 지나지 않았던 뇌물(휴대전화 사용료 대납) '유죄'로 인정

❷ 그 대납은 10년 가까이 규칙적으로 건네진 여러 뇌물들과 한 몸

❸ 한 몸이니 '포괄일죄'로 묶여, 과거 뇌물도 2011년이 기준이 됨.

조금만 더 빨리 기소했다면⋯다른 사건도 각각 포괄일죄로 묶을 수 있었다

아쉬운 건, 검찰의 기소 시기로 인해 공소시효 기준이 2009년으로 고정됐다는 점이다. 만약 시기가 앞당겨졌다면, 1심에서 공소시효 종료로 무죄 처리된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의 뇌물 건에도 포괄일죄를 적용할 여지가 있었다.

김학의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마지막 때인 2008년 10월이다. 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건 마지막이 2009년 12월이었다. 마지막으로 성접대는 받은 때는 2008년 2월이었다.

검찰이 2019년 6월이 아니라 2018년 1월에 기소했다면, 윤중천⋅저축은행 회장⋅성접대 뇌물 사건 모두를 같은 방식으로 처벌할 수 있었다. 포괄일죄는 마지막 범죄 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시효 완료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기소가 1년 5개월 빨랐다면 각 혐의의 마지막 범죄를 유죄로 인정한 뒤, '한 몸'으로 묶어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검찰은 2019년 6월 4일 김학의 전 차관을 기소했고, 이 때문에 마지막 범죄가 2009년 6월 4일 이전에 벌어진 뇌물에 대해서는 '포괄일죄' 기법을 적용해도 유무죄를 가릴 수 없었다.

그 결과 13차례 있다고 알려진 '별장 성접대' 혐의도 공소시료 완료에 따른 면소 처분이 났다. 1심에 이어 2심도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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