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람스 디자인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4560디자인하우스의 모든 것

디터 람스 디자인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4560디자인하우스의 모든 것

에스콰이어 2020-11-30 19:00:00 신고



Welcome to RAMS HAUS


박종만 대표가 재해석한 디터 람스의 방.

박종만 대표가 재해석한 디터 람스의 방.


찾아가기 쉬운 장소는 아니었다. 전시관이 입점해 있는 거대한 건물은 꽤나 복잡했다. ‘4560디자인하우스는 이쪽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공손한 안내문을 쫓아 광활한 복도를 지나니 4560디자인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갈하게 가로지르는 직선, 컴퍼스로 그린 듯한 곡선으로 디자인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미니멀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그 세계는 고압적이지 않았으며, 1960년대 독일 영화에 등장하는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건조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빈티지 그룬딕 오디오와 베가 스피커, 그리고 브라운 시계.

빈티지 그룬딕 오디오와 베가 스피커, 그리고 브라운 시계.


“뮤지엄, 박물관이라고 하면 전시품이 유리관 안에 있고 네임 태그가 붙어 있는 모습을 떠올리잖아요. 그런 게 싫었거든요. 전시장을 떠나면 그 물건이 몇 년도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다 잊어버리게 되잖아요. 저는 관람객이 제품이 만들어지고 사용된 시절의 분위기를 직접 느꼈으면 했어요.” 박종만 대표의 설명이다. 일자로 뻗은 726m2(220평) 규모의 전시관에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선구자로 꼽히는 독일 출신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 잔뜩이다. 특히 그의 숨결이 녹아 있는 가전제품 브랜드 브라운(BRAUN)과 애플에서 생산한 각종 공산품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모든 건 박 대표가 지난 6년여간 수집한 것이다. “몇 개인지 세어보진 않았어요. 여기 전시되지 않은 것들도 있고요.”

디자이너 출신인 박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수집의 세계에 들어섰다. 현업에서 20년 이상 버티다 직장인의 ‘현타’가 찾아왔을 무렵 그를 구원한 건 디자인이었다.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턴테이블을 접하고 ‘힐링’의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빠져들었고, 브라운과 람스 이후의 현대 디자인으로 수집 반경을 넓혔어요.” 물론 쉽지 않았다. “부자일 거라는 오해를 하시는데, 아닙니다. 발품을 팔고, 갖고 싶은 건 싸게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그는 이곳에 있는 물건들이 전부 ‘공산품’임을 강조했다. “예술품이 아니라 대량 생산된 물건이기 때문에 비싸지 않게 수집할 수 있었어요.” 그는 자신은 ‘수집’만 했을 뿐이라며, 자신보다는 이 공간이 주목받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본인을 피사체로 한 사진 촬영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람스가 브라운 재직 시절 디자인한 면도기들.

람스가 브라운 재직 시절 디자인한 면도기들.

컬러별로 모은 애플 ‘아이북’ 시리즈.

컬러별로 모은 애플 ‘아이북’ 시리즈.


독일 가정집처럼 꾸며진 입구를 지나면 박 대표가 재해석한 람스의 사무실과 브라운에서 생산된 믹서부터 전동칫솔까지 다양한 가전제품들이 가지런히 놓인 공간이 나온다. 그 뒤로는 매킨토시부터 에어팟까지 다양한 애플 제품이 진열돼 있다. 어떤 제품들은 같은 모델이다. 색색의 ‘아이팟 나노’만 20개 가까이 됐다.

수집을 하다 보면 집착이 생겨요. 여러 색 제품을 전부 모아 풀 세트를 완성하고 싶어지거든요.”

브리온베가 오디오, 올리베티 타자기 등 이탈리아 디자인 제품들.

브리온베가 오디오, 올리베티 타자기 등 이탈리아 디자인 제품들.


처음부터 규모가 컸던 건 아니다. 박 대표는 원래 자신의 사무실 한편에 수집품을 뒀다. 종종 SNS에 올리곤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구경을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한두 달만 예약자를 받아 전시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게 2년간 이어졌다. 그사이 박 대표는 디자이너에서 디자인 뮤지엄의 대표가 됐다. “젊은 친구들이 눈을 빛내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는 디자인 뮤지엄이라는 공간이 없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됐죠. 훌륭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젊은 친구들에게 전해주면 참 보람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운 좋게 올여름에는 규모도 넓혔다. “이 건물 관계자 분께서 문화공간을 건물에 유치하고 싶다며 제안을 하셨어요. 기본 평수가 있지만, 예상보다 저렴하게 전시장을 넓힐 수 있었죠.”

현재 박 대표의 계획은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순간의 어떤 자극에 의해 영감을 받고, 인생관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제가 우연히 수집을 시작한 것처럼요. 그런 계기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1960년대 독일 가정집처럼 꾸민 전시 공간.

1960년대 독일 가정집처럼 꾸민 전시 공간.


주소 서울시 서초구 매헌로16 하이브랜드 3층
인스타그램 4560designhaus



EDITOR 김현유 PHOTOGRAPHER 송시영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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