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와인에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1. 레드 와인

맛없는 와인에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1. 레드 와인

ㅍㅍㅅㅅ 2020-12-03 17:18:33 신고

기껏 기분 내고 싶어서 와인을 샀더니 내 입에 안 맞을 때, 또는 싸길래 가성비 좋다고 생각하고 골랐는데 너무 맛이 없던 적이 있었나요? 물론 마개로 잘 막아 두었다가 요리에 써도 되지만, 그렇게 쓰기에는 양이 너무 많거나 칠링 해둔 게 아까울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음료나 칵테일을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1. 상그리아

와알못이던 시절, 손님을 초대해 색깔이 예쁜 음료수를 나눠 마시고 싶은데 술을 못 마시거나 약한 멤버가 있으면 저는 상그리아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가장 싼 진로 포도주를 사 와서 만들었죠.

상그리아는 흔히들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르게 스페인에서 유래한 술이 아닙니다. 카리브해나 남미에서 마시던 술이라고 하죠. 그런데 2014년에 유럽 연합에서 상그리아의 AOP 등록을 스페인 아니면 포르투갈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정해버렸습니다.

상그리아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로(사실 불어로도 마찬가지죠) 피를 뜻하는 Sang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음료 특유의 붉은 빛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그럼 저만의 상그리아 레시피를 공개할게요.

A. 오렌지 두 개와 레몬 (혹은 라임) 1개를 준비합니다. 껍질을 벗기고 찹찹 썬 후, 레드 와인을 부어 주세요. 오렌지를 구하기 힘들면 사과도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 과일은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석류, 딸기, 복숭아 등도 넣어봤는데 다 괜찮았습니다. 상그리아를 만들려고 과일을 일부러 사시기보다는, 생으로 먹기에는 조금 시든 듯한 과일을 사용하시면 더 좋죠.

과일이 유기농일 경우 껍질을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유기농이 아닐 경우에는 껍질을 벗겨주세요. 그리고 나중에 장식을 위해 반달 모양으로 조금 썰어서 한쪽에 남겨두세요.

B. 한두 명 마시려고 상그리아를 만드는 경우는 드물 테니, 같이 마실 멤버를 생각해서 레드 와인을 한 병 다 붓거나 3/4를 사용합니다. 마실 사람들이 술을 즐기는 분들이냐 아니냐에 따라 와인 양이 달라지겠죠? 썰어둔 과일에 와인을 부어 맛이 전체적으로 잘 녹아들도록 해주세요.

잘못 고른 레드 와인이 단맛이 없을 때는 설탕을 밥숟가락으로 4숟가락 정도 부어주시고, 단맛이 있는 레드와인의 경우 맛을 봐 가며 설탕량을 조절해주세요.

C. 이다음 오렌지 주스 한 팩(250에서 300mL 정도)을 붓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체리 리큐르를 사용합니다. 없으면 Grand Marnier나 오렌지 향이 나는 다른 리큐르, 보드카, 브랜디, 화이트 럼 혹은 코냑도 괜찮습니다. 취향에 따라 바닐라 향을 첨가해도 좋습니다. 베이킹할 때 쓰는 바닐라 슈거가 있으면 설탕을 넣을 때 조금 섞어서 넣어도 좋을 거 같아요.

D. 내용물을 잘 저은 후 랩을 씌워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하룻밤 정도 묵히면 딱 좋은데,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3~4시간도 괜찮아요.

E. 마시기 30분쯤 전 각얼음과 탄산수(없으면 그냥 생수도 무방)를 넣고 잘 섞은 후, 유리 피처에 담아 시원하게 드세요. 아까 반달 모양으로 남겨 놓은 과일을 피처에 동동 띄워 놓으면 이쁩니다.

 

2. 뱅 쇼

준비물. 잘못 고른 레드 와인 한 병. 설탕 250g (가능하면 황설탕이 좋습니다), 레몬, 오렌지 두 개, 각종 향신료(계피, 정향, 붓순나무(별 모양처럼 생긴 것), 육두구(muscade), 생강 등이나 구하기 힘들면 계피 및 생강만으로도 충분)

볼에 설탕을 붓고, 레몬 하나와 오렌지 하나를 즙을 내어 넣은 후, 남은 오렌지 하나는 슬라이스해서 따로 둡니다. 육두구는 좀 갈아서 티스푼으로 한 스푼 정도 넣고, 생강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편으로 썰어 넣습니다.

약한 불에 두고 천천히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 5분 정도 더 끓게 둔 다음 식힙니다. 아까 썰어둔 오렌지 한 조각을 잔에다 띄우고 체에 걸러 한 잔씩 서빙합니다. 설탕은 취향에 따라 가감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1/3 정도가 적당했습니다. 와인을 잘못 고른 게 아닌 경우에는 저는 보통 보르도 레드를 사용하는 편이에요.

 

3. 스프리처(Spritzers)

레드와인과 탄산수 혹은 진저에일을 3:1로 섞은 후, 라즈베리나 체리 등 모양이 이쁜 베리류 와인을 띄워 마시면 됩니다. 시원하게 얼음을 섞어도 좋고요. 프랑스에서는 시럽도 많이 섞습니다.

이건 정말 따로 정량의 레시피가 있는 게 아니라서, 와인 자체로는 마시기 힘든 골칫거리 녀석이 있을 때 탄산수와 과일 및 시럽을 섞어서 드시기 좋은 칵테일이에요.

 

4. 테킬라가 들어간 레드와인 칵테일

이상할 것 같다고요? 의외로 괜찮은 조합입니다. 물론 테킬라가 집에 있는 편이 좋겠죠. 잘못 고른 와인을 처리하겠다고 테킬라까지 사러 나가기에는 귀찮으니까요. 마침 테킬라도 집에 있다면 시도해보세요.

준비물은 테킬라, 레드와인, 라임즙, 아가베 시럽(없으면 설탕), 자몽주스, 탄산수입니다. 테킬라와 레드와인은 각각 45mL 정도 붓고, 라임즙과 시럽은 15mL 정도 넣습니다. 자몽주스와 탄산수는 각각 30mL 정도 넣은 후, 잘 섞어서 얼음이 든 컵에 부어 시원하게 드셔 보세요.

 

5. 칼리모초(Kalimotxo)

이름이 어렵다고요? 저도 사실 무슨 뜻인지는 모릅니다. 스페인 남부 지방에 갔을 때 사람들이 많이 마시길래 시켜봤더니, 단순히 레드와인과 콜라를 섞은 칵테일이었어요. 비율은 1:1. 아주 쉽죠? 위의 모든 레시피가 너무 번거롭고 귀찮으시다면, 칼리모초부터 시도해보세요. 취향에 따라 콜라를 더 넣거나 와인을 더 넣어서 드셔도 됩니다. 정석으로 레시피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제 스페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딴 지 하루 이틀 된 레드와인을 냉장고에 두어 차갑게 한 후 코카콜라 오리지널과 반반 섞으면 좋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1:1 비율보다는 콜라를 와인보다 조금 더 섞는 게 맛있었어요.

그럼 다음 편은 화이트 와인 소생술을 가지고 올게요.

원문: 천사의 몫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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