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D+V10 자연흡기+스파이더=성공적

RWD+V10 자연흡기+스파이더=성공적

에스콰이어 2020-12-05 1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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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모양 같은 육각형 테마는 람보르기니의 상징이다. ‘헥사고나이트’라고 한다. 차체 곳곳에 숨은 육각형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벌집 모양 같은 육각형 테마는 람보르기니의 상징이다. ‘헥사고나이트’라고 한다. 차체 곳곳에 숨은 육각형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번에 다 보여주면 재미없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가장 강렬한 라인업을 제일 뒤에 내놨다. 지난해 우라칸 에보를 선보이더니 약 1년가까이 지나서야 우라칸 에보 RWD와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마니아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어렵지 않다. 뒷바퀴로 굴러가는가? V형 10기통 자연흡기 엔진인가? 2도어인가? 뒷좌석이 없는가? 이 4개의 질문에 모두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차라면, 요동치는 심장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라칸 에보 RWD는 이 모든 조건을 전부 가졌다. 그걸로도 모자라 스파이더 모델은 지붕을 열어젖힐 수 있다. 자동차가 선사할 수 있는 쾌락의 정점이다.
뒷바퀴로 굴러가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가? 우라칸의 RWD는 그렇고 그런 뒷바퀴 굴림이 아니다. 사실 같은 뒷바퀴 굴림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엔진이 앞에 있느냐(FR, Front engine Rear drive), 뒤에 있느냐(RR), 가운데 있느냐(MR)에 따라 달라진다. 우라칸은 엔진이 가운데 있는 미드십 엔진 리어 드라이브(MR) 방식이다. MR의 진면목은 역동적으로 달릴 때 드러난다. 자동차에서 가장 무거운 부품인 엔진이 차체 중앙에 위치해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모터스포츠의 ‘끝판왕’ 포뮬러1 경주용 차 역시 엔진이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위치한다.

같은 우라칸 에보지만 AWD 모델과 RWD 모델은 조금 다르다. RWD 모델은 61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데 AWD 모델보다 30마력 낮은 수치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데도 굳이 마력을 제한한 까닭은 주행 안정성을 염두에 둔 결과다. 강한 힘이 일순간 뒷바퀴에만 쏠리면 차가 접지력을 잃기 십상이다.


LAMBORGHINI HURACÁN EVO RWD
파워트레인 5204cc V10 자연흡기, 7단 자동
길이×넓이×높이 4520×1933×1165mm
휠베이스 2620mm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
최고속도 325km/h
가속력(0→100km ⁄ h) 3.3초
공차중량 1389kg
앞/뒤 무게 배분 40:60


LAMBORGHINI HURACÁN EVO RWD SPYDER
파워트레인 5204cc V10 자연흡기, 7단 자동
길이×넓이×높이 4520×1933×1180mm
휠베이스 2620mm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
최고속도 324km/h
가속력(0→100km ⁄ h) 3.5초
공차중량 1509kg
앞/뒤 무게 배분 40:60



람보르기니는 우라칸 RWD의 마력을 줄인 것 외에도 ‘P-TCS’라는 장치를 추가했다. 급격한 코너를 고속으로 통과하더라도 차의 좌우 밸런스를 영리하게 조절해주는 뒷바퀴 굴림 맞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이다. 공기역학도 가다듬었다. AWD 모델의 것보다 더 커진 전면 스플리터와 새로운 디자인의 후면 디퓨저가 그렇다. 요약하면, 우라칸 에보 RWD는 뒷바퀴 굴림의 짜릿한 주행감과 고속 주행 안정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다음은 V10 자연흡기 엔진이다. 일단 V10과 자연흡기를 나누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델 중 V10 엔진을 심장으로 품은 모델은 우라칸만 남을 것이다. 아우디 R8 역시 V10이긴 하지만, 현재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10개의 피스톤이 마구 쿵쾅거리는 그 모습을 가슴속에 그리기만 해도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이 웅장해진다. 영화 〈매드맥스〉의 워보이들이 찬양했던 V8 엔진보다도 실린더 개수가 2개 더 많다. V10만큼 매력적인 건 자연흡기 방식이다. 우라칸과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에선 흔치 않은 과급 방식이다.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높아지고 터보 엔진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자연흡기 엔진이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람보르기니의 자연흡기 방식은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터보 특유의 출력 지체 현상 없이 자연스럽게 가속하는 자연흡기 엔진의 느낌이 마치 바이닐 레코드의 음색처럼 그리워서다. 특히 높은 RPM에 도달했을 때 울려 퍼지는 카랑카랑한 배기음이 ‘대배기량-자연흡기 엔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매특허 사운드다.

화룡점정은 소프트톱이다.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는 시속 50km 이하로 달릴 때 17초 만에 지붕을 완전히 열어젖힌다. 2도어 미드십 스포츠카에 열고 닫는 지붕을 탑재하는 건 쉽지 않다. 구조적 특성상 여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라칸 스파이더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4단으로 차곡차곡 접히는 소프트톱은 다 접혔을 때 차지하는 면적이 한 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A필러와 지붕이 맞물리는 부분도 만듦새가 야무지다. 지붕 안쪽에는 열과 소음을 함께 차단하기 위해 여러 겹의 서로 다른 소재의 패브릭을 덧댔다. 차체가 낮은 만큼 시트 포지션도 낮기 때문에 지붕을 열더라도 머리가 지붕 위로 껑충 튀어나올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운전자는 그저 등 뒤에서 넘실거리는 우라칸의 우렁찬 엔진 소리와 배기음을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심장을 지켜주는 갈비뼈 같다. X자 형태의 스트럿 바는 엔진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차체 강성에도 도움이 된다.

심장을 지켜주는 갈비뼈 같다. X자 형태의 스트럿 바는 엔진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차체 강성에도 도움이 된다.


통째로 떼어다가 사무실 의자로 쓰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았다. 보드라운 가죽을 자꾸 어루만지게 된다.

통째로 떼어다가 사무실 의자로 쓰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았다. 보드라운 가죽을 자꾸 어루만지게 된다.


간혹 람보르기니는 운전석에 앉는 게 너무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다. 잠깐 앉아본 사람들의 말일 뿐이다. 우라칸 시트의 진정한 희열은 앉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스포츠 시트가 몸을 감싸는 순간 불평불만은 눈 녹듯 사라진다. 움푹 파인 시트는 엉덩이와 허리를 폭 감싸 안는다. 시동을 걸자 차의 내부와 차 바깥의 세계가 마치 다른 차원인 것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엔진 소리가 우렁차서만은 아니다. 대체 왜일까? 아주 작은 디테일 하나마저 다른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리라. 다른 차에서 시동을 걸기 위해 빨간색 덮개를 위로 젖혀본 적이 있는가? 덮개를 위로 젖히는 그 작은 행위가 마치 전투기 조종사 같은 심정을 느끼게 한다. 운전대 옆으로는 빼곡하게 버튼이 늘어서 있는데 비행기 조종석이나 경주용 차에서 본 듯한 모양이다. 기어 레버는 버튼식이지만, 후진 기어를 당길 때면 레버를 뒤로 당겨야 한다. 후진 기어를 넣는 모양새가 비행기 스로틀 레버를 떠올리게 한다.

거친 주행의 쾌감을 느끼려면 주행 모드를 변경하면 된다. 주행 모드 변경 버튼은 운전대 하단에 있다. 람보르기니는 이 장치를 ‘ANIMA(Adaptive Network Intelligent Management)’라고 부른다. 변경 가능한 모드는 스트라다, 스포츠, 코르사 총 3가지다. 스트라다는 뒷바퀴 미끄러짐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스포츠는 뒷바퀴 미끄러짐을 허용한다. 급히 가속페달을 눌러 밟았을 때 기어를 내리는 속도도 재빠르다. 코르사는 차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고자 할 때 사용한다. 코르사 모드를 설정하면 계기반 그래픽 디자인도 달라진다. 속도계는 작아지고 RPM 게이지와 기어 단수를 알려주는 영역이 강조된다. 계기반 위 주행 관련 정보가 워낙 큼지막해서 주행 중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폭풍같이(우라칸은 스페인어로 허리케인 또는 폭풍이라는 뜻이다) 달리는 데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어째서인지 람보르기니의 모든 차가 사실상 커스텀 테일러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세상의 모든 롤스로이스가 맞춤 정장을 입은 신사라면, 세상의 모든 람보르기니는 맞춤 갑옷을 입은 전사다. 어쩌면 웬만한 취향이 아니고서는 디테일 하나하나를 고르다 지칠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일은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바닐라 두유 라테를 주문하는 일보다 훨씬 힘들 테니 말이다.

 코르사 모드로 설정하면 역동적인 주행을 하는데 필요한 부분에만 빨간 색연필로 표시한 것 같은 계기반이 등장한다. 살짝 기울인 폰트가 율동감을 더한다.

코르사 모드로 설정하면 역동적인 주행을 하는데 필요한 부분에만 빨간 색연필로 표시한 것 같은 계기반이 등장한다. 살짝 기울인 폰트가 율동감을 더한다.


지난 7월 오픈한 ‘온라인 애드 퍼스넘 스튜디오’는 고객의 취향에 부응해 차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스튜디오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옵션을 적용 가능하다. 화상 통화로 상담을 진행하는데 설계 스케치, 재료 샘플, 제안서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의 CCO 지오바니 페로지노는 “새로운 온라인 애드 퍼스넘 스튜디오는 코로나로 해외 방문이 조심스러운 시기에도 여전히 개성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자동차를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안되었다”며 “앞으로도 볼로냐에서 고객 여러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디지털화 시대에 맞춰 온라인 애드 퍼스넘 스튜디오는 유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상담이 부담스럽다면 람보르기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나만의 차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모델별로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추가 옵션을 넣고 뺄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소 안테로스’라는 외장 색을 고르면 가상의 우라칸에 색이 입혀진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사진이라고 착각할 만큼 해상도가 뛰어나다. 선택 가능한 옵션이 매우 다양한데 외장 색깔만 47가지다. 휠은 8가지, 브레이크 클리퍼는 16가지다. 그 외에도 시트, 운전대, 대시보드 심지어 스티치 스타일까지 고를 수 있다.

지난해 람보르기니 서울은 한국 진출 이후 1월부터 9월까지 100대의 판매량을 달성했으며,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글로벌에서 가장 많이 판매를 이룬 단일 전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2020년 판매량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우라칸 에보 RWD와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의 상품성만 놓고 본다면 그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우라칸 에보 RWD와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보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슈퍼카는 없기 때문이다.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최민석/박남규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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