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킥! 굴을 더 맛있게 먹는 법

셰프의 킥! 굴을 더 맛있게 먹는 법

엘르 2021-01-16 16:00:00 신고



겨울이면 굴 무덤을 만들 각으로 굴을 수북이 쌓아놓고 즐기는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굴에 개당 가격을 지불하며 감질나게 먹는다. 한국은 서해의 갯벌, 남해의 작은 섬들에서 굴이 술술 자란다. 흔하니 귀한 줄 모르고 먹었다. 그래서 마땅한 조리법도 없다. 그냥 너나없이 초장 찍어 소주랑 먹는다. 굴이 귀한 줄 아는 서양에서는 굴 조리법이 굴 품종만큼이나 다양하다. 해외에서 굴을 근사하게 즐겨본 사람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싱글 몰트 위스키 바에서 굴을 내놓기도 하고 아예 굴을 전문으로 하는 오이스터 바도 생겼다.

이국적인 굴 페어링 팁

사람들은 굴에서 정말 많은 풍미를 찾는다. 우유, 버터, 고기, 견과류, 멜론, 오이, 미네랄에서 금속 맛까지. 이토록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굴은 품종과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따라서 굴을 구매했다면 적어도 처음 맛보는 굴 하나는 레몬즙도 뿌리지 말고 순수하게 맛봐야 한다. 입에 넣고 꼭꼭 씹어야 굴의 복합적인 풍미와 내전근, 아가미 등 부위별로 다른 식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오늘 즐길 굴의 맛을 가늠했다면, 다음 순서는 취향에 따라 곁들일 부재료와 술 고르기다. 전 세계적으로 굴을 먹는 방법은 수백 가지. 하지만 이들 사이에 통일된 공식이 존재한다. 바로 산미가 두드러지는 소스 혹은 술을 곁들인다는 점이다. 새콤한 풍미가 굴의 짠맛과 비린내를 끊어내는 동시에 단맛은 굴 맛을 더욱 살려주기 때문.
한국은 굴에 초고추장을, 일본은 굴에 초간장을 뿌리는 배경에도 ‘초’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일단 오이스터 바의 테이블에 기본으로 놓이는 것은 굴이랑 잘 어울린다고 검증된 양념들이다. 레몬과 와인 식초, 타바스코소스, 홀스래디시소스, 칵테일소스, 후추(좋은 후추는 기분 좋은 산미를 지닌다!) 등을 하나씩 차례로 뿌려 맛을 보며 내 취향을 찾아가면 된다. 한편 올리브오일은 굴의 버터, 견과류의 풍미를 더 끌어올리고 싶을 때 뿌리면 좋다. 물론 와인 식초에 다진 샬롯, 갓 갈아낸 후추를 섞은 미뇨네트소스가 있는 상태라면, 이를 티스푼으로 떠서 얹어 먹는 것이 가장 ‘있어’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맛도 있다. 와인 식초의 자연스러운 산미에 샬롯의 은은한 단맛, 후추의 알싸한 향이 더해진 미뇨네트소스는 집에서 만들기도 쉽다(샬롯은 양파로 대체 가능!). 영국과 미주에서 굴에 즐겨 곁들이는 칵테일소스는 케첩, 홀스래디시, 핫소스를 섞은 양념이다. 그 자체가 자극적이면서 굴에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 언뜻 초장을 연상시킨다.
자, 이제는 술을 고를 차례. 서양에서는 주로 화이트와인을 곁들인다. 화이트와인이 지닌 산미 때문이다. 화이트와인 중에서도 토양이 조개껍질 화석을 다량 함유하여 미네랄 캐릭터가 제법 뚜렷한 샤블리가 오랜 시간 굴의 단짝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산미가 도드라지면서 특유의 구수한 향과 감칠맛이 나는 오렌지와인을 선호하는 추세. 같은 원리로 사워 맥주도 괜찮은 선택이다. 이왕 맥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영국에서는 굴을 흑맥주 안주로 즐긴다. 흑맥주의 쌉싸래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실제로 굴과 제법 잘 어울린다. 또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 사람들은 굴에 자신들이 만든 피트 향 짙은 위스키를 몇 방울 떨어뜨려 먹는다. 피트와 바다, 두 강렬한 냄새의 원천이 만나 서로를 상쇄해 준다는데 초심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바에서 굴을 주문한 후 아일레이 위스키 몇 방울 떨어뜨려 달라고 주문한다면 분명 있어 보이기는 할 것이다.

셰프의 킥

다국적 다이닝 바 ‘주반’의 김태윤 셰프가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굴을 색다르게 즐기는 법을 제안한다. 회로 즐기고 싶다면 물과 라임즙, 피시소스, 설탕에 소량의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고 잘 저은 후 갓 껍질을 딴 석화에 뿌린다. 금세 태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 거다. 취향에 따라 고수 잎을 곁들여도 좋다. 또 굴을 껍질째 찌거나 구운 후 껍질이 입을 벌리면 윗면을 먼저 따고 따뜻할 때 초간장과 참기름을 조금 끼얹은 다음 매운 기를 뺀 대파의 흰 부분을 올려 굴 즙과 함께 한입에 털어 넣어보자. 입 안에서 다채로운 풍미가 폭발할 것이다.


글 이주연 에디터 이경진 사진 우창원 / UNSPLASH 기사등록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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