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①'전략가' 진시황, 출신 안따지고 중용…심리·첩보전도

[위대한 생각]①'전략가' 진시황, 출신 안따지고 중용…심리·첩보전도

이데일리 2021-01-20 00:01:00 신고

◇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 워-스트래티지(WarStrategy)


전쟁은 무기의 질, 병력의 수보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전략과 작전을 바탕으로 전투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페르시아 전쟁 등 인류사의 향배를 결정지은 수많은 전쟁과 이에 얽힌 전략적 사유를 통해 개인과 국가의 행위를 이해하는 폭을 넓힌다.

☆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중앙대에서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육군 및 해군 발전자문위원. ‘전쟁과 미술’ 발간. ‘현대군사명저를 찾아’, ‘군사고전 다시읽기’, ‘역사속의 군사전략’ 등 기고 중.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워-스트래티지’ 7강 ‘진시황의 중국통일과 대전략’ 편을 강의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유현욱 기자]‘위대한 생각 : 워-스트래티지’ 일곱 번째 강연의 주제는 ‘진시황의 중국통일과 대전략’이다.

진시황은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인물이다. 춘추전국시대 500년 넘게 이어진 혼란을 종식하고 중국(China)을 통일한 진나라(Chin)의 첫(始) 번째 황제이자 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분서갱유를 일으킨 폭군.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강렬한 두 이미지에 가려진 진시황의 전략가적 면모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시황을 클라우제비츠의 삼위일체를 구현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평가했다.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지배하는 3가지 요소로 ‘유능한 정부’, ‘탁월한 군대’, ‘헌신적 국민’을 꼽은 바 있다.

전쟁 속 전략 이야기를 살펴보는 ‘워-스트래티지’에서 중국의 주요 전쟁사를 훑는 대장정의 시작으로 진시황의 통일전쟁을 선정한 이유다.

두 얼굴의 진시황, 가면 속 민낯은

진시황은 기원전 259년 조나라에 인질로 가 있던 진나라의 왕족 자초의 아들로 태어나 13세에 왕위에 올랐다. 그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나 즉위 과정은 다소 논쟁적이다. 기록이 제한적일뿐더러 일부 폄훼도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이 어린 그가 권력을 잡고 전면에 나선 건 10년이 더 흐른 뒤라고 한다. 최 교수는 “진시황, 즉 진나라의 중국통일을 둘러싼 몇 가지 오해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진나라가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무기제련 능력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8000여명의 토용, 520여필의 마용, 130여대의 전차가 발굴된 병마용갱의 존재가 이를 뒷받침하는듯했다. 녹이 슬지 않은 무기, 무뎌지지 않은 칼날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대 등 공동연구진은 시안 지역 특유의 토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현지 연구진도 이런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진나라의 중국통일은 진시황이 친정한 지 15년 만에 일궈낸 업적이라는 것도 과장에 가깝다. 선대왕들이 진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진시황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잘 활용해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다고 본다. 선대의 유산이란 △부국강병 시스템 △유능한 인재 △합종을 막은 전략적 사유 등이다.

진시황이 물려받은 진나라의 유산은

기원전 361년 진 효공은 구현령을 내린다. 바로 천하에서 뛰어난 인재를 모은다는 포고문이다. 이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온 위나라 출신 상앙은 ‘왕도나 예법보다는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했다.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보상 체계인 이십등군공작제(二十等軍功爵制) 등 과감한 개혁을 밀어붙였다. 성과가 없으면 귀족이라도 벌할 정도였다. 훗날 사마천은 “관중(진나라) 땅은 천하의 1/3에 불과하지만 천하의 부 중 60%를 갖고 있다”고 기록했다. 최 교수는 “진시황이 등장하기 100년 전부터 이미 진나라는 가장 강력한 나라로 부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진시황의 책사인 이사. 그의 손끝에서 진시황의 여러 정책이 탄생했다.
진시황 휘하에 빼어난 참모나 장수가 가득한 것도 진나라의 뿌리 깊은 전통에서 비롯한다. 능력이 출중하다면 신분이나 출신을 상관하지 않았다. 이사, 정국 모두 진나라 출신이 아녔지만, 진시황은 요직에 중용했다. 이사는 진시황의 오른팔로 제국의 통치이념을 설계했으며 정국은 운하를 건설했다. 물론 진나라에도 외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축객령)가 형성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은 “진나라의 번영은 선왕 때부터 유능한 외국인들을 차별하지 않고 등용한 데 있다”는 ‘간축객서’를 받아들였다. 최 교수는 “진시황은 이런 사회 제도를 통해 병사들로하여금 더 열심히 싸우게 만들고 장수들도 출신이 어디인지 간에 진나라를 위해 더 헌신하고 충성하게끔 했다”며 “진시황은 현대의 사회공학, 제도공학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성과 중심의 마키아벨리안”이라고 표현했다.

100만 대군 이끌며 변화무쌍한 계략

이런 토대 위에서 진시황은 통일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기원전 230년 한나라부터 기원전 221년 제나라까지 2년에 1개국(國)꼴로 정복했다. 이를 가능케 한 진시황의 군사전략은 엄청난 군대를 동원한 총력전, 기습·수공·장기전 등 기정 배합, 심리전·정보전·정치전 전개 등으로 요약된다.

진시황은 전국의 젊은이를 데려다 100만명의 정예군으로 양성했다. 용맹한 군사들을 앞세우는 동시에 진시황은 변화무쌍한 계략을 즐겼다. 조나라를 치려는 듯 북상하더니 한나라를 기습 공격해 단숨에 승기를 잡은 것이다. 한나라는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여세를 몰아 조나라(기원전 228년), 연나라(기원전 226년), 위나라(기원전 225년), 초나라(기원전 223년), 제나라도 차례로 함락했다.

진시황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연나라는 형가를 시켜 진시황을 암살하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진시황을 더는 막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가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이다.

진시황은 승리를 위해서는 손을 더럽히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율로의 계책에 따라 재물을 아끼지 않고 힘깨나 있는 제후의 대신들에게 뇌물을 나눠 주었다. 자중지란을 노리고서다. 냉전시대 미국과 러시아의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최 교수는 “진시황은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떤 전술을 써야 할지에 대한 혜안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15년 만에 무너진 제국…“초중앙집권적 정치체제의 한계”

진시황의 진정한 가치는 탁월한 국가운영 능력에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결국 ‘보급과의 전쟁’이다. 적과 싸우다 죽는 병사보다 추위에 떨다가 배고픔에 굶주리다가 죽는 병사가 많은 게 현실이다. 초나라와 일전을 앞두고 진시황은 60만명의 병력을 남의 나라에서 1년간 버틸 수 있게끔 했다. 최 교수는 “다른 나라 군주였으면 (장수에게) 빨리 전쟁하라고 독촉했을 것”이라면서 “적을 섬멸할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 데 진시황의 위대함이 있다”고 평했다.

천하통일이란 과업을 완성했으나 진나라의 역사는 오래지 않아 끝이 난다. 기원전 210년 순행 도중 사망한 진시황의 뒤를 이어 황제에 옹립된 황자 호해는 나약했다. 재위 3년 만에 자결했고, 진나라는 멸망했다.

최 교수는 “(진시황이) 사회를 제도화시켰지만 정치는 제도화시키지 못했다”며 “너무 많은 권력을 (한 사람이) 독점하다 보니 권력을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국가의 운명이 (하늘과 땅을 오가듯)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권력 내부 사람들끼리 경쟁과 통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했으나 권력을 분화하는 데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유고 시 ‘지정생존자’까지 두는 현대 정치 시스템에 견주면 제도적 안정성이 한참 부족했던 것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진시황의 중국통일이 없었다면 현재의 중국은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이 유럽처럼 여러 나라로 나뉜 채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최 교수는 “오늘날 중국의 정신적·문화적·정치적 기반이 만들어진 시기”라고 총평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워-스트래티지’ 7강 ‘진시황의 중국통일과 대전략’ 편을 강의하고 있다. 강사 뒤 배경은 ‘진시황릉 병마용갱’의 모습.(사진=김태형 기자)

◇‘위대한 생각’은…

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