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대]②공 떠넘긴 北김정은…탐색전 속 한미훈련 분수령

[바이든시대]②공 떠넘긴 北김정은…탐색전 속 한미훈련 분수령

이데일리 2021-01-20 06:00:00 신고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치러진 8차 당 대회에서 미국을 향해 선제적으로 꺼낸 말이다. 김 위원장이 사실상 대화의 공을 미국에 떠넘기면서 조 바이든 미국 신 행정부 출범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단 북한의 속내는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중국과의 국경을 1년여 가량 걸어 잠그면서 경제난은 심화됐고,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퇴장으로 반전을 노렸던 대남대미 계획이 틀어진 탓이다.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작년 11월 7일 당시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모습(사진=노동신문·AFP/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8일간 진행된 당 대회를 통해 ‘강대강·선대선’이란 원론적 입장을 내놨을 뿐, 새로운 협상의 판을 흔들지 못했다. 미국에는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기존 전술 반복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와는 180도 다른 인물이다. 트럼프가 파격(surprise)과 보여주기(show-up)를 즐기는 사업가 출신의 대통령이었다면 바이든은 정통 외교안보통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동맹을 우선시하며, 톱다운(top-down)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실무 협상을 선호한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부통령직까지 수행한 그야말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정치인이다. 여기에 꾸려진 바이든 국무부의 1, 2인자가 북핵 문제에 정통한 인선들로 채워지면서 북한의 고심은 더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을 상대할 북한 내 진용도 아직 명확지 않다. 정치국 30명 중 외교부문 출신은 후보위원으로 남은 리선권 외무상이 유일하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고, 당 부위원장이었던 김영철은 대남정책 총괄인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 비서(이전 부위원장)에선 빠졌다. 대남 및 국제담당비서직은 폐지됐거나 공석인 것으로 보인다.

평소라면 벌써 나왔어야 할 미국 대선 관련 논평이 지금까지 없는 것도 김 위원장의 답답한 심경을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 방향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중국, 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국과 협력하면서 입장을 유보한 채 버티기 전략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북한이 조건부식 관계개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긍정적 메시지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3월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강행·취소 여부는 2021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의 가늠자로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 전향적인 대북 신호를 발신하고, 한미가 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한다면 북한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의 ‘무관심’이 길어질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관심 끌기용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와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3월초가 한반도 정세의 첫 분수령이 될 것 같다”며 “북한이 운을 띄운 ‘3년 전 봄날’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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