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있다. 완치를 목표로 투병 중인 암 환우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구다. 암환우에게 코칭을 할 때 나는 지암지기(知巖知己)라는 말을 쓴다. 암을 알고 나를 알면 암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암을 어떻게 알고, 나를 어떻게 알 수 있나? 둘 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번에는 먼저 암을 알 방법에 대해 내 경험을 전하고 싶다.
암에 대한 정보는 사실 곳곳에 널려 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 포털에서 단어를 치면 관련된 내용이 수없이 많이 뜬다. 병원, 보건복지부 등 의료 공공기관, 언론사 포털 사이트, 암환우 카페 등 암 정보를 모아놓은 곳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읽어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암환우에게는 그냥 ‘정보의 바다’일 뿐이다. 본인이 찾는 정보를 쉽게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가족이나 암투병 경험이 있는 친지, 환우 카페 회원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도 2008년 9월 대장암 수술을 받은 직후부터 인터넷을 뒤지고 환우카페를 전전하며 암 정보를 얻었지만, 투병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암 정보 창고’는 책이었다. 현대의학의 3대 표준치료(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바이블처럼 여기는 책부터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책, 완치에 성공한 선배 암 환자의 투병기까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암 경험자, 건강관리 전문가의 책을 읽고 내 관점에서 재정리했다.
일본의 암 환자 단체 이즈미회 회원의 투병기 ‘나는 행복한 암 환자입니다’, 뇌종양 투병 중 현대의학적인 치료법과 식이요법, 운동(태극권), 명상 등을 실천한 경험을 쓴 미국 의사 세르방 슈레베르의 ‘항암’, 안현필 선생의 ‘삼위일체건강장수법’,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 아보 도오루의 ‘면역혁명’,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의학 고문이었고 손정의, 더스틴 호프만 등의 주치의였던 일본 의사 신야 히로미의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 지금도 기억이 나는 책들이다. 나의 경우 면역, 음식, 운동, 마음 건강 등의 키워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암을 이기는 방법은 면역력을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그에 맞춰 생활습관을 다 고쳐야 한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원픽을 꼽으라면 신야 히로미의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다. 신야 교수는 일본인이지만 미국 대학병원 소속의 위·대장 전문의였다. 그는 의사이면서도 암 환우들이 스스로 암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올바른 먹거리의 중요성, 스트레스 없이 사는 법, 삶에 대한 태도 등 내 암투병 과정의 핵심적인 키워드를 제시해줬다.
암 수술 후 3년 만에 ‘나는 암이 고맙다'와 개정판 '암과의 동행 5년'을 쓴 것도 내 경험이 다른 환우들의 투병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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