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지난해 3월 12일,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이라는 것. 이 같은 상황을 1년 동안 겪으며 전 세계 모두의 삶은 변화했다. 사람들은 직장을 잃고, 적절한 시기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어졌고, 친구나 가족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아이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문을 닫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 팬데믹으로 아이들의 삶은 많은 것이 변했다. 그리고 그 중 ‘소외된 아동’들의 삶은 어떨까?
4일 오후 2시, 월드비전은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 불평등’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의 주제는 ‘팬데믹 선언 1주년, 가장 소외된 아동들의 목소리를 듣다’로, 전 세계의 소외된 아이들의 어려움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듣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소외된 아이들이란, 전쟁피해아동과 난민 아동을 말한다.
◇ 전체 아동과 소외된 아동 결과 달라…아동불평등 심화
기조발제를 한 브로나 번 교수(Bronagh Byrne, Queen's University Belfast)는 영국 북아일랜드 퀸즈 대학교 벨파스트 아동권리센터 공동책임자다. 번 교수는 8개월 동안 전 세계 아동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의 삶에 대해’라는 주제로 대규모 글로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아동이 경험하는 권리 현황을 살펴볼 뿐 아니라, 본인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며, 특히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 정부는 어떠한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알아본다.
설문조사에는 총 137개국의 8~17세 아동 2만 6258명이 참여했다. 번 교수는 설문조사의 핵심 주제로 ▲ 코로나19 ▲교육 ▲놀이 ▲안전 ▲폭력 ▲건강 ▲아동에 대한 표현 ▲정보 접근성 ▲가정생활 ▲빈곤으로 설정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동들은 어떠한 감정을 느낄까요?’라는 질문에서 아동들은 지루함(43%), 걱정(39%) 그리고 행복(40%)의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장애아동이 겪는 감정은 지루함(40%), 걱정(38%), 스트레스(37%)로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동일수록 더 많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행복하다’라는 응답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응답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생활에서 아동들에게 학교나 지역사회가 안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아이들도 많았다.
41%의 아동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의 생계가 어려워 음식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38%의 아동들은 정부가 코로나19 관련한 의사결정시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동권리에 미친 영향도 부정적이다. 61%의 아동들은 코로나 이전에 더 나은 교육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42%의 아동들은 대학 및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 성적을 우려했다. 또한 많은 아동들은 컴퓨터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학습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식량부족을 겪는가?’라는 질문에 이주아동은 38%, 난민신청 아동은 40%가 코로나19 이후 식량부족을 겪는다고 답한것에 비해, 전체 아동은 20%가 식량 부족을 겪는다고 대답했다. 식량부족에 관해서는 장애아동의 24%가 식량부족을 겪는 것에 비해, 비장애 아동은 18%가 식량부족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 외에 대부분의 난민캠프나 구금시설·난민신청 아동은 20%이상 집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했지만, 전체 아동은 9%만 집이 안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전체 아동의 41%가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고 답한 것에 비해, 이주아동은 58%, 난민신청아동 56% 장애아동 46%가 생계에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소외된 아이들이 겪는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번 교수는 아동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 네 가지를 제언했다. 그 방법은 첫째, 아동불평등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동권리 기반 접근을 적용한 체계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이를 통해 아동 불평등 해소를 위한 모니터링을 측정할 수 있다.
둘째, 해결책 마련에 있어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동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가장 소외된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아동 친화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넷째, 아동들이 겪는 경험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한 아동의 대답이 다른 아동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음을 인지하고, 아동개별 특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 교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저의 어떤 말보다 훌륭하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 “학교를 가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일하러 가지 않거든요” (13세 여아, 인도)
애슐리 러벳(Ashleigh Lovett) 국제월드비전 취약 및 분쟁피해지역 정책 선임 정책고문은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사회적 여파는 수 많은 아동의 삶을 위험에 처했다”며 “팬데믹은 그 동안 어렵게 이뤄온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 달성을 후퇴시켰다. 특히 취약 및 분쟁피해 지역의 아이들의 삶은 큰 타격을 입었고 ’지속가능 개발 목표‘의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발전‘이 위태롭게 됐다”고 말했다.
애슐리 러벳 정책고문은 첫 번째로 코로나19로 휴교 규모가 최대치이며, 교육에 문제가 생긴 학생의 숫자가 16억 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여전히 학교 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수가 8억 명 이상에 이르며, 이는 전 세계 학생 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학교 봉쇄 및 휴교 조치의 문제는 교육의 기회 뿐 아니다. 소외된 아동들은 학교가 휴교하면서 낮 시간 동안 안전하게 있을 공간과 식사의 기회도 뺏겼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약 2억 6700만 명의 아이들이 필수적인 학교급식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는 아동의 기초보건의료와 영양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해 5월, 랜셋 영국 의학전문지는 6개월 간 보건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중소득국 국가 수가 118개에 이르며, 이로 인해 아동사망률이 25만 명에서 115만 명까지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유엔은 시의성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급성영양실조를 겪는 5세 미만 아동수가 700만 명까지 증가하게 될 거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 명(아동 13억 명 포함) 중 가난하고 위험한 지역의 사람들은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이들 중 아동은 코로나19로 인해 폭력, 학대, 방임, 착취 등의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학교 봉쇄, 가정 내 고립, 부모 및 보호자의 경제적 문제 등은 아동에 대한 신체, 성적, 정서적 폭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드비전은 코로나19로 인해 8500만 명 아동이 신체적, 성적, 정서적 폭력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더해 유엔인구기금은 학교 봉쇄와 빈곤 증가로 인해 조혼의 위험에 처한 여아가 1300만 명, 여성성기절단의 위험에 처한 여아가 200만 명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 착취와 폭력도 2배 늘었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영양지원이 필요한 아동 및 여성의 수가 2020년 초 330만 명에서 2020년 중반에는 40만 명까지 증가했다. 아프가니스탄은 2020년 초에 이미 5~14세 아동의 4분의 1이 아동노동에 동원되었으며, 370만 명의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2021년 중반에 코로나19로 인해 일용직 노동 또는 길거리 구걸을 강요당하는 아동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생계유지가 계속 어려울 시 아이들을 일터로 보내겠다는 응답자 수가 49%에 이른다.
애슐리 러벳 정책고문은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발전’을 위해서 다섯 가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것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포함해서 모든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할 것 ▲모든 아동에게 기초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백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국 코로나19 대응 시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 아동보호를 생명구호와 같은 우선순위에 둘 것 ▲아동 빈곤을 감소시키고 가장 취약한 아이들이 포괄적이며 성인지적 회복을 돕는 사회보호 시스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 ▲인도적 지원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인도주의적 접근을 보장하며 아동과 민간인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종식하는 등 분쟁피해 아동들과 가족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할 것이다.
이 외에 프로그램은 ‘코로나19와 국내 위기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로힝야·시리아 난민 아동, 현장 활동가 인터뷰’가 있었고 짧은 시간의 토론이 있었다.
이날 포럼은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박완주 국회의원, 이재정 국회의원, 이수진 국회의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월드비전이 공동주최했고, 여성가족부와 외교부가 후원했다. 이 외에 환영사로 남인순 국회의원, 박완주 국회의원, 이재정 국회의원, 이수진 비례대표 의원,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이 발표했으며, 축사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혜진 봉명고등학교 학생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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