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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호셰의 소비뇽 블랑 100%의 이름은 ‘아므네무아 (EMMENEZ-MOI, 나를 데려가 줘)’다. 마시는 순간 예상치 못한 질감에 기분 좋게 놀랄 것이다. 마치 포도로 만든 기름인 듯, 부드럽고 고소한 액체가 입안으로 흘러들더니 은은한 살구 향을 뿌린다. 정말 와인이 아닌 세계로 나를 데려가는 느낌. 참고로 이 와인을 딴 어느 날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던 나름 미식가 3명 중 누구도 이 와인의 품종을 맞히지 못했을 정도로 특별하다. 가메 100%로 만든 레드 와인의 이름은 ‘레파상트(Les Passantes, 스쳐간 이들)’다. 스파이시한 킥과 함께 올라오는 흥겨운 꽃향들, 특히 마지막까지 혀끝을 간질이는 상냥한 타닌감이 강렬한 만남과 부드러운 이별의 축약처럼 느껴진다. 같은 가메 100%지만 펫낫으로 양조한 와인의 이름은 ‘레발서즈(Les Valseuses, 왈츠를 추는 이들)’다. 과하지 않게 올라오는 옅은 선홍빛의 약탄산이 입안에서 왈츠를 추듯 터진다.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재훈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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