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의 보틀이 컨벤셔널보다 예쁜 이유

내추럴 와인의 보틀이 컨벤셔널보다 예쁜 이유

에스콰이어 2021-03-05 2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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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마리호셰 아므네무아, 마리호셰 레발서즈, 마리호셰 레파상트 by 윈비노 모두 6만원대.

(왼쪽부터) 마리호셰 아므네무아, 마리호셰 레발서즈, 마리호셰 레파상트 by 윈비노 모두 6만원대.

와인의 세계에는 계급이 있고, 그 계급장은 라벨이다. 라벨을 자세히 보면 와인 가성비의 등급, 각국의 위원회가 정한 포도밭의 등급, 숙성 기간 등등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와이너리의 같은 품종 포도라도 싱글 빈야드인지 아닌지에 따라 나뉘고, 리저브인지 아닌지에 따라 나뉜다. 걸친 옷의 브랜드를 스캔해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알 수 있듯 라벨만으로 계급을 단박에 알아낼 수 있다. 요즘 나오는 내추럴 와인 중 일부는 그런 하이어아키의 갑갑함을 거부한다. 한 와이너리의 제품들이 예전에는 각자의 위치에 맞게 서서 ‘라인업’을 이뤘다면, 영한 내추럴 와인 업체의 와인들은 평등하게 손을 잡고 시리즈를 완성한다. 시리즈 와인들 중에는 심지어 품종도 크게 적지 않는 것도 있다. 대신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장식하고 직감적인 이름을 붙인다.

마리호셰의 소비뇽 블랑 100%의 이름은 ‘아므네무아 (EMMENEZ-MOI, 나를 데려가 줘)’다. 마시는 순간 예상치 못한 질감에 기분 좋게 놀랄 것이다. 마치 포도로 만든 기름인 듯, 부드럽고 고소한 액체가 입안으로 흘러들더니 은은한 살구 향을 뿌린다. 정말 와인이 아닌 세계로 나를 데려가는 느낌. 참고로 이 와인을 딴 어느 날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던 나름 미식가 3명 중 누구도 이 와인의 품종을 맞히지 못했을 정도로 특별하다. 가메 100%로 만든 레드 와인의 이름은 ‘레파상트(Les Passantes, 스쳐간 이들)’다. 스파이시한 킥과 함께 올라오는 흥겨운 꽃향들, 특히 마지막까지 혀끝을 간질이는 상냥한 타닌감이 강렬한 만남과 부드러운 이별의 축약처럼 느껴진다. 같은 가메 100%지만 펫낫으로 양조한 와인의 이름은 ‘레발서즈(Les Valseuses, 왈츠를 추는 이들)’다. 과하지 않게 올라오는 옅은 선홍빛의 약탄산이 입안에서 왈츠를 추듯 터진다.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재훈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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