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유난스럽고 예민하다는 참견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책 속 명문장] 유난스럽고 예민하다는 참견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독서신문 2021-03-06 07:17:33 신고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그래서 나는 차라리 웃어주지 않는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무례한 농담에는 불편한 침묵을 선사하기로 했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된 거 이유를 하나 만들어주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요구가 지나친 이 세상에 맞춰줄 생각은 없다.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하거나 조금 별나다고 또는 무뚝뚝한 여성이라고 라벨링하거나 말거나,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10~11쪽>

침묵도 언어다. 당신이 침묵하는 순간 상대는 그 불한 적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핵심은 ‘상대방의 공격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쩔쩔 맨다’는 뉘앙스를 주기보다 ‘불편한 침묵을 만듦으로써 상대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전하고 차갑고 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히 할 수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의 눈을 3초간 빤히 바라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농담인데 왜 안 웃느냐”는 식의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농담이면 재미있어야죠. 좀 재미있게 해보세요”라고 말하자. 받아들이는 상대가 기분이 나쁘다면 그것은 이미 농담이 아니다. 무례함을 웃어넘겨주다 보면 무례함은 계속될 것이며, 결국 나만 다칠 뿐이다.<47쪽>

하나뿐인 내 몸 아닌가. 정신이 깃든 신전과도 같은 소중한 내 몸 아닌가. 20만 원짜리 나이키 신발도 닳을까 봐 애지중지해서 신으면서 적어도 80년은 함께할 내 몸을 이렇게 소진해도 되는 걸까? 사회는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면서 운동했다간 ‘건강한 돼지’가 되고 말 거라고 조롱했다. 그렇다면 여성은 건강한 돼지가 될 바에 건강하지 않은 사슴이 되는 편이 맞다는 건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고 하면서 왜 여성은 건강보다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84~85쪽>

가부장제가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이곳에서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또는 자신이 진정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깨닫게 되는 일은 너무나도 힘들다. 조선 시대 열녀들이 자발적으로 남편을 따라 목숨을 바쳐가며 그것이 자기가 원하는 바라는 확신에 차 있었던 것처럼, 결혼해서 엄마가 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우리 윗세대 여성들의 인생처럼, 우리는 이 끔찍한 최면에서 조금이나마 빨리 깨어나야 한다.<117~118쪽>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최지미 지음 | 카시오페아 펴냄 | 216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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