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타고 국토 횡단, 포드 레인저 랩터

트럭 타고 국토 횡단, 포드 레인저 랩터

모터트렌드 2021-03-07 15:00:00 신고

 

오버랜딩(Overlanding)은 여행이라기보다 탐험에 가깝다. 자동차를 타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신나게 뒹굴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캠핑을 하면서 탐험을 이어가기도 한다. 자동차 문화가 성숙하고 광활한 대륙을 자랑하는 미국이나 호주, 유럽에서는 모험심 충만한 운전자들이 네바퀴굴림 차에 올라 경이로운 대자연과 마주하는 걸 즐긴다. 미지의 영역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오버랜딩은 자동차의 튜닝 기술을 진보시키고, 그렇게 발전된 기술은 또다시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내에서도 오버랜딩은 가능하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선 주로 임시도로나 계곡을 따라 오프로딩을 하거나 강 둔치를 배회하며 노지 캠핑하기 좋은 곳을 탐색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겨울, 오로라를 찾아 떠난 캐나다 로드트립에 이어 이번엔 국내 오버랜딩을 다녀왔다. 코스는 인천 백령도에서 시작해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원주, 인제, 고성을 훑었다. 주로 휴전선을 따라 우리나라의 최북단을 가로질렀다. 


오버랜딩의 든든한 발이 되어줄 자동차로 국내에 4월 출시될 포드 레인저 랩터를 선택했다. 험로 주행에 특화된 랩터는 쉽지 않은 여정에서 크게 활약했다.

 

 

레인저의 섬으로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백령도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날이 맑은 날엔 바다 너머로 북한 땅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섬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섬 전체가 요새라고 해도 될 만큼 곳곳에 군사시설이 있다. 


‘레인저(Ranger)’는 군대에서 기습 작전이나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를 뜻한다. 우리를 태운 레인저 랩터가 배에서 내려 백령도에 상륙했을 때 정말 거짓말처럼 부대로 복귀하는 해병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이 마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용맹하게 출정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오버랜딩에서 백령도는 레인저 랩터에게 신병 교육대 같은 곳이었다. 사곶해변이 연병장이고, 험준한 도로는 행군길이다. 


우리는 레인저를 끌고 사곶해변으로 향했다. 천연기념물 제391호인 사곶해변은 모래층에 규암 가루가 퇴적해 만들어졌다. 바닥이 단단해 과거엔 군용기 이착륙 장소로 쓰였을 정도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백사장과 진흙 구덩이, 마른 풀이 나 있는 둔덕 등 다양한 지형이 존재한다. 

 

백령도의 해변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너울거린다. 일몰과 일출 사이 민간인의 해안선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약 4km의 해변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만조가 시작됐지만 해변은 아직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속도제한 표지판도 없겠다,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 엔진의 힘을 쥐어짰다. 두 개의 터보차저가 달린 직렬 4기통 2.0ℓ디젤 엔진은 마치 각성한 듯 포효하며 동력을 뿜어냈다. 해변 바닥이 아스팔트처럼 단단하진 않았지만 레인저의 고속주행 성능을 들여다보기엔 충분했다. 인상적인 것은 고속 영역에서 속도감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감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기 때문에 속도계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 양우람 인스트럭터는 구동 방식을 뒷바퀴굴림으로 바꾸고 드리프트하듯 일정하게 원을 그렸다. 적당한 스티어링을 유지하며 출력과 합을 이루자 레인저 랩터는 뒤를 흘리며 무수한 원을 그려냈다. 그가 말했다. “마치 먹잇감을 사냥해두고 세리머니 하는 랩터 같지 않아?” 좀 더 부드러운 흙길로 가자 토크가 올라가면서 배기음이 묵직해졌다. 

 


해변의 끝에 이르자 자연이 만들어놓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조각품이 보였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아놓은 바위와 절벽을 배경으로 차를 세우고 그 어우러짐을 한참 감상했다. 해변을 따라 쭉 달렸을 뿐인데 차를 타고 고대 시대로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감상을 마치고 다시 해변의 반대쪽으로 가려는데 아뿔싸, 그새 바닷물이 불어 우리가 온 길목이 끊어졌다. 이국적인 풍경에 홀려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이다. 하지만 레인저 랩터는 도하 능력을 갖췄다.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백령도는 꽤나 매력적인 곳이다. 사곶해변 외에도 쭉 뻗은 도로와 굽이굽이 이어진 와인딩 로드가 곳곳에 있다. 무엇보다 차가 많지 않아 좋다. ‘교통 체증’이란 단어는 이 섬에서 사용할 일이 없다. 목가적인 민가와 긴장감 넘치는 군사시설의 조화로운 풍경은 덤이다. 국내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이라 돌아볼 곳도 많다. 차를 배에 싣고 와도 되고 렌터카를 빌려도 된다. 게다가 이곳만의 별미인 황해도식 냉면은 그 맛이 일품이다.

 

 

레인저 랩터와 맨투맨

육지로 건너와 경기도 포천으로 향했다. 포천레이스웨이 서킷에서 레인저 랩터의 성능을 제대로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양우람이 운전대를 잡고 트랙 안으로 들어가 차와 일대일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레인저의 운전대 왼쪽에는 다양한 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버튼이, 오른쪽엔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자리한다. 모두 엄지만으로 바로 조작할 수 있게 직관적으로 설계됐다. 버튼 뒤편으로 손이 닿을 때마다 쇳소리를 튕기는 마그네슘 패들시프트로 10단 기어를 신속히 오르내릴 수 있다. 양우람은 트랙 위에서 노멀과 스포츠 모드를 오가며 차의 주행 성능을 진지하게 시험했다.


“픽업트럭으로 웬 트랙 주행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차든 트랙 위에서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차의 실제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포천레이스웨이의 트랙은 코너가 많고 짧아서 핸들링과 차체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제격이다. 레인저의 핸들링은 명료하고 코너를 빠져나와 재빨리 자세를 고쳐 잡았다. 고속 직선구간에서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몇 바퀴를 쉬지 않고 돌아도 지친 기색이 없다.

 

 

포드의 픽업트럭도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포드는 바하(Baja) 1000 등 수십 년 전부터 오프로드 레이싱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랩터에서도 그 헤리티지를 엿볼 수 있는데, 주행 모드 중 사막길 모드는 북미 지역에서 ‘바하’ 모드다. 선인장과 함께 체커기가 그려진 것만 봐도 단순히 모래 위를 어슬렁거리는 성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포천레이스웨이에는 별도로 오프로드 코스가 마련돼 있다. 사막길 모드를 켜고 오프로드 코스로 뛰어든 양우람이 말했다. “처음엔 탐색할 의도로 천천히 돌아보려고 했는데, 이 사막길 모드의 가속페달 반응이 운전자의 광기를 끌어내.” 그는 레이스를 즐기듯 코스를 뿌연 흙먼지로 가득 채웠다. 랩터는 어떤 코스든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코스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언덕을 신나게 넘나들었다. 한쪽 바퀴가 공중에 떠도 디퍼렌셜 록을 활용해 주파했다. 고속으로 언덕을 넘을 땐 엄청난 두께의 앞뒤 서스펜션 덕분에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그곳은 랩터의 놀이터였다.

 

휴전선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던 중 잠시 원주 섬강 둔치에 들렀다. 이곳 역시 레인저에게 천혜의 놀이터다.

 

깊은 산속 버려진 레인저 훈련장

강원도 고성으로 가는 길에 산을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산불 예방 차원에서 수많은 임시도로가 닫혀 있었다. 지도를 살펴보며 길을 찾던 중 운 좋게도 인제군 하추리에서 어느 산길로 진입했다. 길을 따라 산을 넘어가면 고성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산중에 간간이 집이 나타났다. 집 한쪽에는 험로를 오갈 수 있는 픽업트럭과 SUV가 주차돼 있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휴대전화 수신율이 점점 떨어지더니 통신 두절 상태가 됐다. 하지만 레인저의 내비게이션 GPS는 ‘LIVE’를 생생하게 표시하며 우리의 생명줄 같은 지도를 보여줬다. 갈수록 산세가 험난해졌다. 산 깊숙한 곳에 거대한 구조물이 보였다. 버려진 유격 훈련장이다. 지붕이 주저앉은 화생방 훈련장과 숲처럼 자란 잡초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이 길이 과거엔 군사 훈련용으로 쓰였을 것이다.

 

 

유라시아 횡단을 염원하며

이번 오버랜딩의 목적지인 고성 통일전망대로 달려갔다. 우리나라 최북단으로 갈수록 오가는 차들은 줄고 도로는 텅텅 비었다.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기 전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7번 국도 끝에 있는 민통선 검문소를 통과해야 비로소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전망대는 DMZ와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해발 70m 위에 있다. 날씨가 좋아 멀리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백령도에서 바라본 장산곶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눈앞에 말로만 듣던 금강산이 들어오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발아래에는 2004년 12월 개통된 동해선 도로가 남북으로 연결됐지만 갈 수가 없다. 하루빨리 남북을 가로지른 철책이 걷혀 부산에서 개마고원을 지나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자유롭게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날이 오길 희망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행하는 동안 레인저 랩터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백령도에서 만난 펜션 사장은 “이런 차 한 대 있으면 정말 좋겠다”며 군침을 삼켰고, 섬강에서 ATV를 타고 지나가던 어떤 남자는 “나는 포드 F-350을 탄다”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일주일 동안 서해 백령도를 시작으로 휴전선 인근 내륙을 거쳐 최북단 고성에 이르기까지 1000km 이상 달렸다. 고된 여정 속에서 레인저 랩터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양우람은 레인저 랩터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레인저 랩터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아. 지금까지 경험해본 픽업트럭 중 가장 자신 있게 그리고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어. 달릴 때는 고성능 SUV나 크로스오버의 성격에 더 가까울 정도로 부드럽고 안정적이야. 이거 정말 물건인데?” 포드가 국내 시장에 히든카드를 던진 셈이다. 

글_조두현

 


 

 

와일드트랙? 랩터?

와일드트랙의 리어 서스펜션은 리프 스프링으로 돼 있고, 부품 보강이 없어 차가 훨씬 가볍다. 트레일러 등을 견인할 수 있는 무게 역시 랩터는 2500kg인 반면, 와일드트랙은 3500kg이다. 같은 무게의 트레일러라도 와일드트랙이 더 안정적으로 견인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와일드트랙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랩터는 ‘슈퍼노멀’ 픽업트럭이다. 순정 상태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지프 랭글러가 바위 타기 선수라면, 포드 레인저 랩터는 비포장길을 고속으로 달리는 선수다. 랩터는 섬강 둔치의 거친 자갈길과 모랫길을 시속 100km로 매끈하게 질주했다. 휠 아치에 부착된 너른 흙받이 덕에 강을 건널 때 창문을 내려도 물이 실내로 들이치지 않아 자연을 더 생동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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