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에 살면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해질까? #랜선집들이

이런 집에 살면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해질까? #랜선집들이

엘르 2021-03-07 17:00:00 신고



3m가 넘는 층고가 주는 공간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높이가 낮은 가구로 채운 거실. 놀의 플래트너 커피 테이블 주변으로 스페인 브랜드 산칼의 딥 소파, 르코르뷔지에의 LC1 체어를 두었다.



식탁의 등은 무이의 랜덤 라이트 코펠리아 서스펜디드 램프. 샹들리에 형태지만 크리스털이 아닌 플라스틱과 스틸로 이뤄져 레트로한 동시에 현대적 느낌이 든다. 원형 식탁은 이누리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 중 하나다. 장식이나 나뭇결이 도드라지지 않아 일상에서 되레 빛을 발한다고. 벽에 걸린 것은 장우철의 꽃 사진.



결이 도드라지는 타일로 마감한 벽에 세르주 무이의 월 램프를 걸었다. 침대는 블라노스의 제품. 그 옆으로 헤이의 보울러 사이드 테이블과 스페인 브랜드 익스포밈의 사이드보드를 두었다.



계단 사이에서 우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펜던트 램프는 루이스폴센의 PH 아티초크.



지하 영화방의 가정용 오락실 게임 스탠드는 SW 게임스의 레츠 플레이.



창턱에 두기 좋은 야트막한 나무 테이블은 덴마크 브랜드 노스태드(Noorstad) 제품. 그 위에 이천의 도자 마을에서 만난 백색의 달 항아리,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튜디오 오로스가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나무 촛대 등 이누리의 사적인 컬렉션이 놓였다. 창 너머로 보이는 실외용 가구는 쁘띠 프리튀르의 위크엔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FFL 대표이자 독립 서점 ‘믿음문고’, 카페 ‘노마드바이브’를 운영하는 이누리의 집. 용인의 오래된 타운 하우스인 이곳은 상권과 대중교통 같은 인프라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과 차단된 외딴곳’이자 ‘워라밸’과 ‘온오프’가 확실한 삶을 지켜낼 수 있는 최적의 대피처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이런 곳에 집이 있냐고 해요. 그만큼 외곽이죠. 주변에 나무 말고 보이는 게 없어요. 이 집의 정수는 밤이에요. 믿을 수 없이 고요하고 고즈넉해요.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죠.” 이누리와 남편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그들만의 일상에 온전히 집중한다. 직접 요리해 간소한 저녁을 차려 먹고, 책이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다. 단순한 활동으로 집에서 시간을 채운다.

부동산 앱에도 올라오지 않는 이 타운 하우스는 이누리가 어렵게 수소문해 중개업자를 찾은 다음에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첫눈에 반했다. 큰 창을 통해 사방으로 빛이 들어오고, 3m에 달하는 층고가 시원시원한 공간감을 자아내며, 실내는 불필요한 장식 없이 여백미가 살아 있었다. 처음부터 질 좋은 자재로 지어 연식이 오래됐음에도 리모델링하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생활이 보호되는 정원. 집 앞 골목보다 한 층 위에 자리한 정원은 율마처럼 키 낮은 나무를 심어도 충분히 외부와 분리할 수 있었다. 이누리는 정원을 보자마자 갓 태어난 강아지였던 ‘믿음이’가 씩씩하게 뛰어놀고, 텃밭을 만들어 직접 채소를 기르고, 먼 훗날 아이들과 바비큐를 즐기는 따뜻한 저녁 시간을 상상했다. “공간의 자세한 부분까지 취향대로 뜯어고치는 리모델링 공사 대신, 이미 잘 갖춰진 부분을 최대한 살리는 부분 리모델링 작업을 했어요.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이 집에 맞춰 천천히 변해왔어요.” 나무를 가지치기하거나 잔디를 깎으며 정원을 관리하고 한겨울엔 상상 이상의 추위를 겪으면서 주로 아파트에 거주하며 몸에 밴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총체적으로 뒤집혔다. 온실에서 토마토와 로즈메리, 버터헤드 등 갖가지 채소를 길러 샐러드를 해먹고, 돌아올 봄을 위한 튤립 구근을 심고, 장작에 불을 지펴 고구마를 구워 먹거나 ‘불멍’을 즐기는, 변화의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새로운 일상은 그들이 꿈꿔 온 삶을 관통했다.

오피스텔 원룸에 살던 시절에도 자기만의 방식대로 꾸며놓아야 숨통이 트이는 사람. 이누리는 이런저런 경험을 거치며 지금의 집에 다다랐다.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그녀와 남편이 원했던 건 한없이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파리에 몇 해 동안 머물 때, 마레 지구에서 홈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헤어 디자이너 친구 집에 간 적 있어요. 마레가 워낙 혼잡하고 골목골목 시끄럽잖아요. 그런데 골목 어귀의 건물로 들어서서 친구 집 문을 열었더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조용한 전자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다종다양한 가구와 오브제가 자유롭게 널브러져 있고, 테라스 창가에는 무성하게 자란 식물과 햇빛을 쬐고 있는 갓 세탁한 컨버스 스니커즈…. 그야말로 ‘힙’했던 그날의 장면은 이누리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파리 대부분의 집들이 그렇듯 오래된 건물 특유의 고전적 디테일이 있는데 그게 현대적인 물건이나 음악과 믹스되니 묘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정말 좋았어요. 저에게 집에 대한 로망이란 줄곧 그런 거였어요. 자유롭고 내 마음대로인 공간.” 모든 게 새것 같고 인위적인 분위기를 지양하는 그녀는 오래된 것을 잘 가꿨을 때 생기는 세련미의 힘을 안다. 아파트보다 지금의 집이 마음에 든 이유도 오래됐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고급스러운 자재들이 풍부하게 집을 지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상업공간이 아니에요. 그저 사는 사람들의 취향이 최대한 드러나는 게 자연스럽죠. 트렌드에 따라 공간 곳곳을 새로 바꾸고 또 바꾸는 소모전은 상업공간의 몫으로 남겨둬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라탄과 구부린 원목으로 만든 라운지 체어와 풋 스툴은 익스포밈.



이누리가 사랑하는 공간인 욕실. 옅은 크림색의 커다란 석재로 조적식 욕조를 만들었다. 발리 여행 중 묵었던 숙소의 욕실에 반한 그녀가 로망을 실현한 곳이다.



그녀의 개인 작업실과 침실을 연결하는 복도. 3m 높이의 층고가 자아내는 특유의 공간감이 돋보인다.



USM 캐비닛에 LP 플레이어와 스피커로 사운드 시스템을 꾸렸다. 흰색의 날씬한 패시브 스피커는 달리의 오베론5.




사진 맹민화 에디터 이경진 디자인 김려은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