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소송 부르는 금감원의 무리수

[기자수첩] 금융권 소송 부르는 금감원의 무리수

한국금융신문 2021-03-08 02:31:13 신고

▲사진: 한아란 기자[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할 말은 많지만...”

최근 금융권은 최고경영자(CEO) 징계 이슈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라임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판매 은행들의 제재 수위를 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중징계는 물론 임원 중징계도 예고한 상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라임 펀드를 각각 3577억원, 2769억원어치 판매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 부당 권유 등의 책임을 물어 라임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 정지 상당을,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 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제재심에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게 직무 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는 문책 경고 권고를 결정했다.

금감원의 이같은 CEO 중징계 근거는 내부통제 부실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내부통제 기준), 이 법의 시행령 19조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 등이다.

해당 법안은 ‘금융사가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같은법 ‘35조(임직원에 대한 제재조치)’에 따라 금융회사 임직원에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물론 금융사에도 1조6000억원 규모 환대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펀드를 판매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부통제 미흡이 CEO까지 중징계를 통보하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손태승 회장이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 금감원의 중징계에 대해 제기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금감원의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해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금융사를 중징계하기로 정해놓고 법을 끼워맞추고 있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대목이다.

잇단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금융사 CEO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 사태를 제때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부 직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기까지 했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늑장 대응으로 일을 키웠다. 국회 국정감사와 검찰 조사 결과 금감원 직원들은 라임자산운용 측에 검사계획서를 유출하고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책임론에 대해 “신호 위반을 했다고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순 없으니 저희들의 어려움도 생각해 달라”고 했다. 금감원의 내부 통제 미흡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실한 감독과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 없이 금융사 CEO에 중징계로 화살을 쏘니 금감원의 ‘령(令)’이 서지 않는 형국이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은행 CEO들은 DLF 사태 때처럼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들은 금감원 의도대로 키코 손실을 배상했고 DLF와 라임 사태에서 금감원의 분쟁조정 권고를 따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회사의 행동을 이끌어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보호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 감독을 강화해 재발을 막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이 할 일은 독립과 자율이 아니라 쇄신과 자성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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