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6·샌디에이고)의 잠재적인 경쟁자 가토 고스케(27)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올 시즌 시범경기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가토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샌디에이고에 합류해 논-로스터 자격으로 메이저리그(MLB) 캠프에 초청된 내야수 중 하나였다. MLB 출전 경험도 없었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4년 총액 2800만 달러(317억원) 보장 계약을 한 김하성과 비교하면 팀 내 입지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런데 가토를 향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가토는 시범경기 첫 7경기에서 타율 0.400(10타수 4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최소 10타수 이상을 소화한 샌디에이고 타자 13명 중 투쿠피타 마르카노(11타수 5안타)에 이어 타격 2위. 주전 윌 마이어스(13타수 4안타), 오스틴 놀라(13타수 3안타)보다 성적이 더 낫다. 표본은 적지만 임팩트가 상당하다.
가토는 지난 5일 열린 밀워키와의 시범경기에서 3점 홈런을 터트렸다. 2-5로 뒤진 7회 1사 1, 2루에서 오른손 투수 잭 브라운의 2구째를 공략해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압권은 7일 LA 다저스와 시범경기였다.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하성을 대신해 가토가 4회 수비부터 투입됐다. 그는 0-0으로 맞선 6회 2사 2, 3루에서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다. 다저스가 자랑하는 철벽 불펜 스콧 알렉산더를 무너트렸다. 알렉산더는 지난해 왼손 타자 피안타율이 0.056(18타수 1피안타)에 불과한 왼손 계투다. 시범경기 첫 6경기 타율이 0.154(13타수 2안타)인 김하성과 희비가 엇갈린다.
가토의 부모는 모두 일본인이다. 1994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얼마 후 일본으로 이주했고, 2000년 7월 미국으로 돌아와 야구를 배웠다. 어렸을 때 '우상' 스즈키 이치로(당시 시애틀)의 활약을 보고 우투우타에서 우투좌타로 전환했다.
가토는 통산 163승을 기록 중인 콜 해멀스(전 애틀랜타)의 모교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베르나르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뉴욕 양키스의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은 84만5700달러(9억5000만원). 2019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밟았지만, 빅리그에 데뷔하진 못했다. 2019년 11월 마이애미로 팀을 옮겼고, 올겨울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데, 주 포지션이 2루수여서 김하성과 겹친다.
팀 내 입지는 아직 김하성이 우위다. 김하성은 다년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다. 당장 샌디에이고가 '즉시 전력감'으로 판단하는 자원이다. 하지만 가토의 활약에 따라 빅리그 로스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구도는 김하성에게 유리하다. 2016년 김현수(당시 볼티모어)처럼 시범경기에서 심각한 타격 슬럼프를 겪는 게 아니라면 일단 김하성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가토는 불리한 위치에서 시범경기를 시작해 현재 페이스를 시범경기 막판까지 유지해야 한다. 김하성보다 월등하게 잘하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